꿈 속의 나는(어찌된 영문인지 배경은 18세기 유럽) 좋은 부모님을 만난 덕에 성공한 졸부로 부모님이 던져주는 사업을 챙겨먹으며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나에겐 형이 한 명 있었는데 인내심이 많고 처신을 잘 하여 우리 집안은 큰 문제없이 커갔다.
우리 가문은 희귀식물을 재배하여 상류층에 파는 것을 주업으로 하며 남는 수익은 대저택에 연회장을 만들어 사교활동과 로비를 하는데 사용하였고, 미국과의 교역을 중시하였다. 덕분에 영어를 못하는 귀족들은 우리집안에 자신들의 사업수주를 맡겼고 그렇게 사업은 계속 융성해갔다.
나에게는 사별한 처가 남긴 아들이 있었는데 거의 방치하다시피 키웠다. 그 아이는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하고 음악을 모르는 내가 보아도 재능있어 보였는데 당시 사교계에 빠져있던 나는 아이에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렇게 행복한 삶을 살던 나에게 누군가 찾아왔다. 어느 귀족 형제였는데 사교파티 때 찾아와 나에게 자기들과 동업을 하자는 제의였는데 내용만 들어봐도 나는 그들이 우리 가문의 노하우를 베껴 자기들에 유리하게 써먹으려한다는 것을 알아챘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들이 하는 사업도 우리가 하는 사업과 매우 유사했다. 무역과 부동산, 식물사업 등 말이다. 나는 그들을 무시하였고 가족에게 말하여 그들이 사교계에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손을 쓰게 해달라고 하였다.
그래도 그들은 부지런히 우리 파티에 찾아왔고 나에게 작은 사업이라도 좋으니 같이 하자고 했다. 나는 계속 거부하였는데 거듭된 그의 방문에 사교계의 사람 중 일부가 그의 편을 들었고 마지못해 아주 작은 일 하나를 그들에게 맡기었다. 그들은 그 사업을 적당히 운영하면서 내 주변 인맥과 내 가문 주위를 구워삶았고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어느 날 미국과 유럽간 냉각기가 찾아오자 우리 가문의 사업은 휘청하였다. 무역이 안되니 귀족들의 수주는 급감하였고 경기가 가라앉으니 화훼사업도 휘청였다. 그래도 형의 내실있는 대비 덕에 간신히 버티고 있을 때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예의 그 귀족 형제가 미국 사업을 뚫었고 신규 화훼사업을 한다지 뭔가.
나는 어떻게 된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그들의 집을 찾아갔다. 그들은 우리 집안이 하던 사업 아이템에 하나씩을 더하여 부유층 뿐 아니라 일반 서민을 대상으로 한 사업까지 하고 있었다. 가장 압권인 것은 우리 집안이 등한시하던 비료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고급 작물과 화훼를 키우느라 업신여겼던 값싸고 좋은 비료를 대량생산하여 납품하던 그의 모습, 내가 알던 주변인들이 다 그의 사람이 된 것을 보고 나는 고개를 숙이고 그에게 동업을 제안하였다. 귀족 동생은 나를 본채만채 하였고 형은 의미없는 웃음을 지었다.
나는 나 때문에 집안이 망한건가 싶어 고개를 숙이고 집에 들어왔고 가족들 모두 초상집 분위기로 사업을 정리해야겠다고 얘기했다. 그때 나는 내 아들이 나를 쳐다보는 시선을 보았고 그 눈을 바라보다 그만 잠에서 깼다.
꿈속의 내 아들은 나에게 어떤 맘을 품고 있었을까. 원망? 동정? 후련?비록 꿈이지만 그 녀석에게 참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애비 노릇 못해서. 잘 될떄 행복을 같이 나누지 못해서. 무관심하게 방치하여서. 내가 아버지가 되면 가족에게 나중에 잘 하려다 본전도 잃고 후회하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