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왕국에 사는 왕이 있었습니다. 왕국은 세계에서 가장 번영하였고 왕은 영리하고 잘 생겨서 모든 이에게 칭송을 받았습니다. 자신에 대한 만족감이 절정에 달한 왕은 오랫동안 고민해왔던 것을 실행하기로 하였습니다.
사실 왕은 어느 귀족집의 아가씨를 남몰래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왕궁을 잘 다스리고 명군이 되면 자연스레 그녀가 자신에게 호감을 표시할 것이라 생각하여 왕은 노력하였고 그 목표를 이뤘지만 아가씨는 왕에게 조금의 관심도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참지 못한 왕은 어느 날 밤 몰래 그녀를 찾아가 청혼하였지만 그녀는 일언지하에 거절하였습니다. 자신이 거절당한 것에 분노한 왕은 그녀를 몹시 미워하게 되었고 상처받은 마음을 회복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다음날 한 가지 칙령을 발표합니다.
"왕국 내 모든 성인남녀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을 권리를 가진다. 자신의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고백을 할 수 있고 고백받은 사람은 고백을 받아들이던가 다른 사람에게 고백하여야 한다. 고백을 거절할 권리는 오로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있으며 아무도 사랑하지 않으면서 고백을 거절하는 사람은 나라에서 추방한다."
칙령이 반포된 후 몇몇 사람은 왕국을 떠나야 했습니다. 그 중에는 왕이 사랑한 그녀도 있었습니다. 왕국에는 고백하고 고백을 받아들인 짝만 남게 되었습니다. 왕 역시 자신에게 고백한 여성과 결혼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고백한 여성을 사랑하지 않았지만 그녀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자신도 왕국에서 나갈 수 밖에 없기에 어쩔 수 없이 결혼하였습니다. 사실 그에게 있어 자신을 거절한 그녀 외에는 누구랑 결혼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더 컸습니다.
사랑에 타협하지 않은 사람, 아직 자신의 짝을 찾지 못한 사람은 부귀영화가 보장된 나라를 벗어나 수세기가 지나도록 불모지를 거닐고 있습니다. 새로운 땅을 개척하고 더 나은 도구를 개발하는 등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삶 속에 맺어진 사람들이 후손을 낳고 또 그 후손이 후손을 낳아 대대로 이어져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습니다.
때때로 후손들은 선조들의 선택을 탓하며 자신의 조상이 살았던 고국을 그리워 합니다. 그곳에 살았다면 불확실한 미래와 직업과 이성에 대한 선택의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선조들의 잘못된 선택으로 내가 고생하는 것은 아닌가 밤하늘을 보며 눈물을 흘립니다.
그러다 그들은 생애 한번 이상 아주 가끔 세상에 보기 드문 총명한 눈빛의 사람을 보게 됩니다. 그들은 틀림없이 왕궁에서 짝을 찾지 못해 자신의 짝을 찾기 위해 머나먼 미지의 땅으로 건너온 고국의 후예입니다. 그들은 그렇게 또 세상에 정착하려 하고 쓰러지고 그 후손을 낳고를 반복합니다. 우리와 같아질 때까지. 왕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왕궁에서 넘어오는 사람은 가끔 있는 현재. 우리는 그 왕궁이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합니다. 우리가 고국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고국도 우리를 그리워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왕은 어떻게 되었을지, 그녀는 어떻게 되었을지. 그녀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을지, 왕은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을지. 밤하늘을 보며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