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는 장치일 뿐, 철학적인 고찰을 위한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 대한 사전지식 없이 예고편만 보고 관람하러 갔다간 낚였다는 기분을 느끼기 십상인 작품. SF를 배경으로한 디스토피아 미래영화의 효시가 된 이 작품은 사실 진짜와 가짜, 인간과 복제인간을 주제로 하는 심오한 철학영화입니다. (그 유명한 공각기동대도 이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습니다. <블레이드 러너>도 원작이 있는데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이 되길 원하는가?'라는 소설입니다.)
30년전 작품인 1편을 보지 않으신 분들은 영화 이해가 쉽지 않을 겁니다. 2049년 미래도시는 인류에 순종적인 복제인간 넥서스 9의 양산에 성공합니다. 신형 복제인간의 창조자 월레스(자레드 레토)는 인간에게 절대복종하지않는 구형 복제인간의 말살을 지시하고 이에 복제인간들의 추노격인 '블레이드 러너' K(라이언 고슬링)를 기용하여 그들을 하나씩 말살해갑니다. 구형 복제인간 섀퍼를 처리하고 나온 K는 그의 집안을 수색하던 중 구형 복제인간의 유골을 발견하고 그 복제인간이 출산도중 사망한 것임을 알게 됩니다.
유전자조사를 통해 복제인간과 인간이 별 차이가 없는 것을 알게 된 상부층은 K에게 아이의 행방을 추적하라고 지시하고 K는 이 과정에서 자신에게도 비밀이 숨겨져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위의 줄거리와는 달리 영화의 연출방식은 전작인 <그을린 사랑>에서 보여준 것처럼 정적입니다. 인물간 대화 사이의 정적과 숨겨진 비밀과 결과로 속도감있게 전개하는 방식이 아닌 하나의 의문과 실마리가 잡힐 때마다 인물의 감정의 동요와 그에 대해 몰입할 수 있도록 정적이고 관조적인 화면이 주를 이룹니다. 이와 함께 이야기의 진행에 따라 고조되는 강렬한 음악이 인상적인데(음악 감독은 한스 짐머입니다.) 귀가 얼얼할 정도의 크기로 울리는 소리는 감독의 전작인 <얼라이벌>과 <시카리오>에서와 같이 어두운 배경을 상징하는 효과로는 좋은 듯 합니다.
라이언 고슬링과 함께 투톱처럼 홍보된 해리슨포드는 영화가 시작된지 2시간이 다 되어서야 모습을 드러내보입니다. 예고편만 보면 거대한 음모와 미래도시의 위기에 K와 릭 데커드가 협력하여 거대세력과 싸우는 것처럼 묘사해놓았지만 실상은 전혀 아닙니다.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주인공 K의 원톱영화로 자신이 특별한 존재일수도 있다는 의심을 갖게된 후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과 그 진실을 알게된 후 K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핵심입니다.
북미에서는 10월 6일에 개봉하였는데 압도적인 호평과는 별개로 흥행성적은 신통치 않습니다. 개봉첫주 5천만달러의 성적을 예상한 배급사 소니의 기대와는 달리 3500만달러에 못미치는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제작비 1억 5천만, 손익분기점 3억 5천만인데 첫주 성적을 보면 흥행참패의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일반적으로 북미에서만 50%의 매출을 거두어야하는데 2억달러의 수익을 낼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전작에 이어 저주받은 명작으로 자리잡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미리 말씀드린대로 관람의사가 있으신 분들은 시놉 등 기본정보를 확인하고 관람하시길 바랍니다. 예고편만 보고 SF어드벤쳐물이라 생각하고 가신다면 크게 후회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