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담으려다 자기 우물에 갇혀버린 감독
성경에 나오는 아담, 이브, 카인, 아벨부터 예수까지의 이야기를 한 집안에서 벌어지는 일로 상징화하여 만든 영화입니다. 제작비 3천만달러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배급사, 투자자의 입김을 최대한 배제하고 감독 대런 애러노프스키의 주관 그대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제니퍼 로렌스, 하비에르 바르뎀, 미셀 파이퍼, 애드 해리스, 도널 글리슨 등 화려한 배우들이 주조연진으로 출연하였습니다.
시인 남편과 그를 사랑하는 여인. 두 부부는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허나 아내의 사랑과 평온한 집에서 남편은 어떤 영감도 받지 못하여 집필에는 어떤 진전도 없는 상태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낯선 손님이 하나 둘 부부의 집으로 찾아옵니다. 새로운 손님의 등장에 남편은 활력을 찾지만 아내는 그들의 배려없는 행동에 언짢아하고 이는 아내의 마음에 어두움과 부부관계에 대한 의문을 갖게 만듭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손님 중 하나가 집에서 큰 사고를 일으키고 이는 두 부부의 집을 큰 위기로 몰아가게 되는데...
평단과 관객 양쪽에서 극단적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입니다. 미국 기준으로는 관객들은 혹평이 대다수, 평론가들은 호평이 우세입니다. 국내에서는 이동진 평론가가 이 작품에 무려 4점의 점수를 주었습니다.
분명히 여러군데 디테일을 살리고 꼼꼼히 만든 작품이지만 제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상당히 좋지 않게 보았습니다. 이는 영화적 완성도와 별개로 주제와 의도가 너무 뻔히 보이는 영화를 제가 싫어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작품 자체보다는 관객들의 논란과 해석 등에 더 신경을 썼을 감독의 생각이 읽혔기 때문입니다.
성경 내 인물과 이야기를 너무나도 티나게 암시하는 대목들이 많은데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상세히 얘기할 수는 없지만) 특히 하비에르 바르뎀의 처신과 대사는 이 영화의 설정된 상황과 캐럭터가 노골적으로 기독교의 야훼에 관한 이야기임을 적나라하게 말합니다. 선악과, 에덴동산, 최초의 살인, 예수의 탄생과 죽음 등 감독은 창세기부터 신약까지의 이야기를 하나의 세트에서 전부 소화하는 이야기를 구상했지만 몇 군데 억지가 보이는 부분이 많습니다.
본디 영화의 초반은 성경적인 부분을 일체 배제하면서 성경의 내용을 비트는 안티크라이스트같은 이야기를 하려는 의도가 보이지만 잘 연결될 수 없는 부분에 있어서는 캐릭터의 입을 빌어 그냥 이 이야기가 전부 성경에 나오는 것임을 알려버립니다. 작품 특성상 감독의 의도가 숨겨있고 관객 각각이 다양한 해석을 낼 수 있는 작품이 되었어야 본래 기획에 맞게 완성이 된 것일텐데 이런 부분이 중간에 노출되어 어떤 식으로 귀결될지 예상이 되니 답안지를 보고 문제를 푸는 느낌을 받습니다. 성경을 잘 모르는 관객들은 평온한 가정에 찾아온 낯선 손님들이라는 상황에 거부감과 불편함을 느끼고 그런 상황이 연속되는 것에 피로감을 느끼고 영화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을 포기하게 됩니다.
감독은 작품성과 내러티브, 그리고 해석의 확대를 기대했겠지만 그러기엔 그 의도가 중간에 빤히 보였고 이 때문에 관객들은 작품의 중반부터 팔짱을 끼고 보게되면서 어떤 항목도 잡지 못하는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세 마리 토끼를 보기좋게 포장하여 담으려다 자신의 우물에 갇힌 꼴은 아닌가 싶습니다. 추천하지 않습니다.
P.S : 가급적 대런 애러노프스키의 차기작은 노아, 마더!로 이어지는 성경이나 신화에 관련된 재해석보다 순수창작물이길 기대합니다. 노아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둔 것에 미련이 잡혀 마더!를 만든 것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하고 싶은 이야기보다 잘 하는 이야기, 아직 관객들이 듣지 못한 이야기로 선회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