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서 : 어느 살인자의 고백(2)

by 병아리 팀장

집에 돌아온 날, 나는 반역을 계획했다. 아버지에 대한 반역. 나의 세상에 대한 반역. 나를 구성하는 그 모든 것을 부정하고 배격하기로 했다. 처음으로 아버지의 폭력에 반항하여 맞섰고, 나를 비웃는 친구를 때렸고, 나를 괴롭히는 사채꾼에게 칼을 찔렀다. 나는 나를 정의하는 모든 것에 철저히 저항했다. 죽도록 얻어맞고, 조롱당해도, 땅바닥에 쓰러져도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섰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 대항했다. 마치 그러다 지쳐 죽기를 바라는 것처럼. 그러기를 반복하며 5년이 지났다. 나는 13살을 앞두고 있었다.

5년이라는 저항의 시기는 나와 내 주변을 많이 바꾸어 놓았다. 더 이상 아버지는 나에게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다. 아니, 그러기는 커녕 나를 두려워한다. 힘에서도, 정신력에서도, 모든 면에서 내가 그를 넘어섰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는 나를 두려워하며, 피해다닌다. 나는 그것이 더 가증스럽고 역겨웠다.
그와 반대로 사채꾼들과 조폭들은 나와 가까워졌다. 예리한 칼과 뜨거운 담뱃불에도 굴복하지 않고 일어나서 대항하는 나를 보고, 어느 순간부터 그들은 나를 피하였고, 꺼려하였고, 어려워하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도리어 나에게 쫓기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을 쫓고 쫓아, 그들의 항복을 받아내었다. 죽기를 바라는 나에게, 죽음을 두려워하는 그들은 알 수 없는 공포 그 자체였다. 아동범죄에 유난히 엄격히 바뀐 나라 정책도 한 몫 도와줬다.

내가 그들 사회에 들어가게 된 것은 그 얼마 후였다. 미성년자임을 이용하여 나는 여러가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해냈고, 실행하였다. 그러다 그들과 나 사이에 공통이익을 찾을 수 있었다. 내 또래 이하의 가출 소년, 소녀를 유인하여 그들로 하여금 매춘, 앵벌이를 시켰고, 그들을 관리하며, 사채꾼들마저 조종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어느덧 내 부모가 진 빚 전부를 내 손으로 갚았다. 물론 그것은 나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지, 내 아버지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아버지의 운명은 조폭 사채꾼에서 나에게로 넘어온 것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들처럼 단순하게 아버지를 다룰 생각이 없었다. 나에게서 행복을 영원히 뺏어간 무능한 인간을 철저히 괴롭힐 생각이었다. 때로는 조폭을 시켜 그를 두들겼으며, 때로는 사기와 공갈로 그를 철저히 유린했다. 그는 더욱더 무너지고 타락해갔다. 그의 바닥모를 추락에 나는 비교할 수 없는 쾌감을 느꼈다. 내가 바라는 행복의 크기만큼, 내가 증오하는 인물의 타락과 절망은 나에게 희열을 느끼게 했다.

가출 아동을 통한 다양한 품팔이는 이제 하나의 사업이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의 어두운 영역은 그 범위를 넓혀갔고, 나는 이를 최대한 이용하였다. 가출 청소년을 이용한 돈벌이는 매춘, 구걸, 소매치기를 넘어 세불리기에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었다. 유령청소년단체, 위장가정을 만들어 보통 학교에 입학시켜 아이들을 협박하고, 구금하며 또 다른 노리개들을 늘려갔다. 그들의 부모의 돈도 내 주머니로 들어왔고, 집단폭행과 따돌림이라는 무기를 통해, 그들의 인력과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었다. 그들의 몸을 팔고, 미성년자의 신분을 이용하여 여러 범죄를 저질렀다. 그들의 약점을 확실히 움켜쥐었고, 그들 각자에게 서로의 약점을 공유시켜 배신과 단합을 하지 못하게 막았다. 이는 내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채꾼들에게도 똑같이 써먹었다.

내가 15세가 되던 때, 나는 이들을 전부 지배하는 왕이 되어 있었다. 나는 필요에 따라 그들을 이용하고, 조롱하고, 싸우게 하고, 철저히 가지고 놀았다. 그리고 그들의 분노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향하게 교묘히 조작했다. 그들은 나에게 몸을 팔며, 돈을 주며, 조롱당하고, 무시당하면서도 내가 아닌 내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향해 짖어대었다. 나의 다른 손이 그들의 성소를 유린하고 있는 것도 모른 채. 15세 때, 나는 이미 더 하고 싶은 것이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을 경험하고 손을 대었다. 아편과 마약 사업까지 이미 내 손에 있었다. 나를 통하지 않고는 지하경제의 어떤 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내 눈이 닿는 모든 곳의 지배자였다. 그리고 나는 양지의 인간들에게는 철저히 가려진 존재였다. 어느새 나는 16살이 되었다. 그리고 그 때, 나는 드디어 양지로 나오게 된다.

나는 내가 아직 손에 넣지 못한 양지의 세계를 장악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것은 사회적 신분이었다. 나는 내 지역 최고의 수재들을 개인과외선생으로 고용하여, 본격적으로 고등학교 입시 준비를 시작하였다. 내 사업은 그동안 키운 나의 충복들에게 적절히 위임해놓았다. 그들이 서로 견제하며, 나의 공백동안 어떤 지위도 쌓지 못하게 인력과 권한을 적절히 조정해놓았다. 그렇게 나는 나에게 허락된 모든 시간을 공부에 투입하여, 지역 내 최고 고등학교를 들어갔다. 이제 양지의 내 가면을 손에 넣을 준비가 된 것이다.

고등학교 입학 후에도, 나는 공부를 꾸준히 하였다. 최고급 과외선생과 건강관리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단, 예나 지금이나 나는 술과 담배, 마약, 여자는 멀리 하였다. 내 휘하의 인간들에게는 적절히 분배하였지만 나는 절대 손에 대지 않았다. 그것은 나에게 남은 일말의 양심, 지성 따위가 아니라 그것들이 나를 낙오시킬 열매라는 것을 일찍이 알았기 때문이다. 때로 낙오의 열매에 대한 유혹이 생길 때면, 내 영향 아래 있는 것들로 하여금 중독에 가까울 정도로 먹여 그들의 행위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꼈다. 아름답고 예쁜 것들이 개, 돼지처럼 타락해가는 모습은 직접 경험보다 더 짜릿하고 묘한 쾌감을 느끼게 했다. 돌아올 선을 넘은 쓰레기들을 적절히 처분하는 것도 있지 않았다. 내 기준에서 처분은 대리범죄를 저질러 소년원 또는 교도소로 보내는 것이었다. 여의치 않을 경우는, 어떤 것인지 굳이 말하지 않겠다. 이 세상에서 지워버리는 행위라는 것만 알려둔다.

양지에서 나는 나 자신을 철저히 관리했다. 그러다보니 여러 여자 및 소위 잘나가는 녀석들과 얽히게 되었다. 가끔 귀찮게 음지의 나에 대해 알게되는 것들이 생기면 적절히 길들이기도 했다. 이미 수족처럼 부릴 녀석들은 넘쳐났으니, 이용가치가 없는 것들에게는 약점을 잡아두어 종종 이용하였고, 이용가치가 있는 것들은 우리 식구에 합류시켰다. 내 정체를 모르는 것들은 적절히 내 주변에 있게 놓아두었다.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처럼, 그들은 나에게 무엇을 얻어가려 했지만, 되려 나에게 이용되었다. 나는 그들을 적절히 이간하였고, 그들이 더욱더 나에게 의지하게 하였다. 얼굴 반반한 여자들부터, 한 주먹하는 놈들까지, 모두 서서히 내 수족이 되었다. 어느덧 나는 고3이 되어 있었다. 이 때만 해도 몰랐다. 2년 후에 내가 그렇게 죽게 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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