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을 해야할지 혼돈될 때
잠시 멈춰서 생각채로 땅속 깊이 묵힌다
이대로 있으면 안돼라는 마음의 소리를 외면하고
죽은듯이 땅속에 깊이 잠수한다
그렇게 반죽음 상태가 되고 나면
생각의 응어리가 굳은 채로 뇌속에서 천천히 대류함을 느낀다
목적없이 방향없이 천천히
죽은 채로 자고 싶은 나를 깨우는 것은
죄책감도 불안감도 돈도 아닌
가족
내 이름을 부르는 누군가가 존재하는 한
나는 묵은 김치처럼 세상에 다시 꺼내질 수 밖에 없구나
원하지 않아도 다시 꺼내지고 마는 운명이라면
고상함 따윈 바라지 않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