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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을 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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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nie Volter Feb 16. 2018

나이가 들수록 말이 어렵다

이년 전부터다. 말을 할 때도 글을 쓸 때도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분명 이런 의미로 줄곧 쓰던 단어가 있었는데 머릿 속에 떠오르지 않는다. 한참을 기억해보려하다 어떤 특정한 상황을 떠올리고 나서야 그 단어가 떠오른다. 그리고 단어를 쓰고 난 후엔 다시 또 잊어버린다. 그런 일이 반복된다.

치매가 온 것일까 생각해보았다. 환경호르몬 등이 판을 친다 하더라도 그건 좀 이르다.
책을 안 읽어 머리가 굳어서일까 생각해보았다. 그렇다고 해도 쓰던 단어를 잊어버리긴 쉽지 않지.
이유를 생각하다 가슴을 관통하는 서늘한 불안함을 느꼈다. 그리고 아니겠지 잠시 불안해하다 또 잊어버린다.

그래, 나는 상처받은 무언가에, 잊고 싶은 무언가를 떠올리기 무서워 기억에 더해 지식까지 묻어버리려는 것이구나.
상처를 극복하여 성장하기보다 없던 일로 치부하려 퇴행하려 하는구나.
나를 내려놓고 살아가고 싶어하는구나.

틀 안의 세상에서 바라는 것 없이 지내면 맘 다칠 일도 너를 그릴 일도 없으니까.
그러다 아, 또 잊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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