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영화리뷰

[영화리뷰]패터슨

이런 마을, 이런 아내와 함께라면 하루만 살다 죽어도 소원이 없겠다

by 병아리 팀장

끄적거리는 짧은 글, 에세이를 좋아하는 나에게 있어 아편보다 더한 환상을 선사한 작품. <브로큰 플라워> 등 짐 자무시의 작품을 특별히 내 취향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이 영화에서는 살면서 가장 큰 위로와 안심을 느낄 수 있었다.

미국의 흔하디 흔한 도시인 패터슨 시의 버스 운전기사 패터슨. 그는 버스운전으로 생업을 하며 틈틈이 시를 쓰는 보통남자다. 돈을 벌어다주는 직장보다 자신의 낡은 노트에 쓰인 시를 더 사랑하여 책으로 출간하라고 끊임없이 진심어린 칭찬과 격려를 하는 아내 로라와 함께 살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아침에 일어나 아내와 식사를 하고 버스 운전을 하며 틈틈이 글을 쓰고 퇴근 후 펍에서 술을 마시며 애완견 마빈과 산책하는 일상의 반복이 영화의 전부다. 특별이라는 것은 눈을 씻고 찾을래도 찾을 수 없고 영화 속 그려지는 패터슨의 시도 특별한 것 없는 단어의 나열이지만 어느 환각제보다 더한 안정과 평화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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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조회수, 구독률에 치우친 콘텐츠에만 목매다는 작가와 독자가 판치는 내가 사는 곳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평범함이 평범함으로 있을 수 있는 도시. 황금향 '엘 도라도'만큼 환상의 도시처럼 느껴지는 패터슨 시. 핸드폰도 재테크 없이 온전히 빈 마음으로 일상에 자신의 흔적을 새겨놓으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인정받는 패터슨이 부럽다. 부러움을 넘어 아예 그 사람이 되고 싶을 정도로.

인간 대 인간이 아닌, 수많은 종류의 갑과 을로 나뉜 내가 사는 사회. 무능한 사람은 대중에게 동정과 자비를 바라고 유능한 사람은 대중 위에 우상으로 군림하는 이 세계에 패터슨은 죽고 없다. 그런고로 패터슨을 닮은 내 안의 내가 있을 자리도 없다. 어느 날 우연히 신기루처럼 찾아왔다 사라지는 영화에서면 모를까.

내가 사는 시대와 세상에서 내 손에 쥐어진 평범함이라는 것이 빛을 발할 날이 없을 것이라는 것은 진작에 받아들이고 살고 있지만...상처받은 마음을 쥐어살며 특별한 무언가 되어야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고문으로 살아가는 나에게 있어 패터슨은 2시간 동안 기분좋게 취할 수 있는 환각제였다. 기분좋게 취했다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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