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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nie Volter Jun 23. 2018

취미로써의 글쓰기 vs 업무로써의 글쓰기

과거보단 저조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에게 글쓰기란 자신있게 취미라고 할 수 있는 놀이다. 글쓰기로 책과 영화, 드라마 리뷰를 쓰고 개인적인 넋두리도 쓰고 일상 이야기도 종종 쓰곤 한다. 작년 11월까지만 해도 머리와 가슴에 남는 모든 것을 글로 남는 것을 철칙으로 삼았다만 요샌 굳이 글로 모든 것을 남겨야할까라는 의문과 좀더 생각을 정리한 후 기록하는 것이 낫겠다라는 생각에 글을 쓰는 것이 드문드문해졌다.
내가 쓰는 글은 전부 나 자신에 관한 것이다. A부터 Z까지 전부 나에 의한, 나를 위한 글이고 아마 이것은 앞으로도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 같다. 나에게 있어 글쓰기란 감정을 배설하고 상처입고 갖지못한 것에 대한 애증과 주문을 내뱉는 행위로 걔중에는 정말 운좋게 또는 우연히도 글을 쓰고 이루어진 것도 있었다.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에 대해 야속함과 섭섭함, 아쉬움을 쓰고나면 희안하게 나에겐 좋은 일이, 그 사람에게는 아쉬운 일이 생겨 나로 하여금 그 사람에 대한 미련을 조금이나마 내려놓게 해주었다. 성공에 대한 욕심과 뜻대로 답답하지 않는 답답함에 눈물로 글을 쓰고 나면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반짝하는 성공이 아닌 지속적인 성공에 대한 힌트가 불연듯 찾아오곤 했다. 성공과 사랑에 갈급한 나로서는 글로 풀어놓아야 술을 먹고 필름이 끊긴 듯 편하게 잠을 자고 일상에 몰입할 수 있어 취미로써의 글쓰기는 앞으로도 영영 포기하지 못할 것 같다.
공교롭게도 내가 하는 일 또한 출판관련 업무다. 글과 그림, 영상으로 이루어진 콘텐츠를 다루는데 그중에서 주력은 역시 책이다. 이번에 이직하면서 하게 될 일은 교양과 실용 도서를 전자책으로 소싱하여 내가 일하는 플랫폼에 서비스하고 독자가 더 편하게 구독할 수 있게끔 기획과 홍보를 병행하는 것이다. 신간과 베스트셀러를 수급받고 플랫폼 특성에 맞는 자체 콘텐츠를 만드는 일인데 비단 도서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의 콘텐츠까지 다룰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여하튼 업무로써 나는 글을 다루는 일을 하게 되는데 이때 취미로써의 글과는 전혀 다른 관점과 자세로 임한다. 작가보다는 독자, 완성도보다는 몰입과 공감, 작품성보다는 흥행과 파급력을 철저히 우선시한다. 제한된 예산과 시간 등은 전부 고객에 우선하여 배분되며 때문에 가끔은 괜찮은 작품도 눈물을 머금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플랫폼 운영자 입장에서는 작품 자체의 가치보다는 구매력 있는 독자들의 트렌드에 맞는 작품을 적시적소에 배치하여 판매하는 것이 본분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취향 및 아쉬운 작품의 경우 작가와 출판사를 메모해놓고 추후 적당한 기회에 이벤트 등의 제안을 던져보지만 그마저도 실행에 옮기기 쉽지 않다. 이런 사정 때문에 의외로 콘텐츠 관련 업계에서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제 취미로써 글을 쓰지만 훗날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의 글에 대해 얘기해보자. 나 개인이 팔로잉하는 블로그의 글들은 대개 글보다는 작가 개인의 매력 때문에 보는데 아쉽지만 이들의 글은 99% 상품가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글을 써온 경력이 길수록 자신의 틀이 강하게 갖춰진 경우가 많고 이는 왠만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한 이 틀은 깨지지 않는다. 파워블로거, SNS 스타들의 글이 잠깐의 트렌드로 소비되고 사라지는 것도 그 글의 주인이 독자가 아닌 자신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가끔 친한 작가지망생들이 출간에 대한 조언을 구할 때도 말을 아끼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구매력이 있는 독자군에 대한 타게팅과 상품화에 대한 고민이 없는 한 작가로서의 꿈이 이루어지는 것은 요원하다는 당연한 진리는 직접 경험하지 않는 한 납득하기 어렵다.
의외로 '나는 예외겠지'라는 착각을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다. 그들에겐 자신이 예외이길 바라는 맘 대신 취미로써의 글쓰기에 대한 편견을 버리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전문 작가가 아니라도 글을 쓰는 행위는 정말 큰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에 대한 관점과 생각을 정리하고 지나간 일의 의미가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기록한 글로만 가능하다. 신념이라 믿었던 것이 사실은 아집과 좁은 안목의 편견이었고, 철저히 피해자라 생각했던 자신이 훗날 돌이켜보았을 때 또 하나의 가해자였구나 깨닫게 해주는 것이 바로 글이다. 무엇보다 돈이라는 목적에서 해방된 글이 주는 해방감은 전문작가들이 누리지 못하는 최고의 특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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