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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을 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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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nie Volter Oct 20. 2018

역치


마음에서 행동으로 이어지기까지 역치값이 있다. 엄청 좋아하는 무언가에 빠져 그것을 손에 넣기 위해 노력하고 실패하고 다시 노력하고 실패하고, 그러다 이젠 대상을 바꾸고 노력하고 다시 실패. 결국 여우의 신포도처럼 안된다 납득하고 침체된 일상을 보내다 속을 비우고 다시 충동을 느끼고 처음으로의 반복. 이 모든 과정에서 높고 낮음의 진폭이 바로 역치값이다. 간절히 바랄 때의 고도, 심각하게 낙담했을 때의 저도의 진폭을 오르내리면 그 진폭은 점점 낮아진다. 그러다 결국 사망자처럼 뚜 소리 내며 직선을 유지한다.

직선까진 아니어도 진폭이 상당히 낮아졌음을 느낀다. 무언가에 깊이 취하지 않고 뭔가에 끌려도 행동으로까지 옮기지 않게 되고 나만의 개똥철학 같은 논리로 정당화하는 과정도 지쳐 그냥 아무 생각을 안해버리게 되는. 매너리즘이라고 할지 정신적 사망 상태라고 할지 하여튼 비활성화된 바람직하지 않은 상태인 건 맞다.

노력과 도전을 신성시하지만 사람에게는 한계라는게 존재한다. 너무 많은 실패를 경험하고 빈손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밟으면 동심은 죽는다. 가끔은 기적이라는 우연이 필요한 이유다. 한달 중 하루 정도는 지구가 뒤집혀 결과가 원인을 따라가고 지배층은 피지배층에 복종하고 고백받은 이는 고백한 사람 모두에게 감사하는 그런 삼류 코미디도 일어났으면 좋겠다. 이상한 세상에 이상한 상황 한번 겪어도 다시 차가운 현실로 돌아가는 건 무척 쉬울테니. 우리 모두 거기에 너무 익숙해져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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