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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nie Volter Nov 04. 2018

연애는 한 명밖에 못하지만 짝사랑은 둘도 가능하더군요

신기하게 짝사랑을 둘이나 하게 되네요.

한 명은 과거에 제가 좋아했던 사람이고 

한 명은 지금도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앞선 분은 저보다 훨씬 어린 분인데 워낙 밝고 여려서 어쩌면 저처럼 거칠고 투박한 남자도 마음 한켠에 들어갈 수 있을까 행복한 착각을 하게 만드는 분이죠.

비록 끝은 좋지 않았지만 지금도 그 사람과 처음 만났던 때를 생각하면 슬며시 아빠 미소가 떠오른답니다.

나중 분은 저보다 약간 어린 분인데 착해보이면서도 굉장히 자립적이며 꾸준히 한 길만 파는 노력파에요.

저랑 전혀 다른 환경과 상황에 있어 그런지 그 분과 만날 때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듯 신비한 세계에 왔다 헤어지는 듯한 황홀한 체험을 하곤 했답니다.

사실 시작조차 못해보았지만 그 사람과 만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만드는 그런 분입니다.

앞선 분은 추억, 나중 분은 상상을 하게 만들죠. 뒤로 잠시 물러섰다 뛰어가게 만드는, 저에게는 그런 작용-반작용 같은 분들이랍니다. 저도 모르게 그렇게 되어버렸네요.

요즘도 두 분이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해하다가도 막상 찾아보는 것은 그만 둔답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로 검색하면 금방 나오겠지만, 뭐랄까 왠지 결국 하지 않게 되버려요.

검색창에 타이핑까지 했던 적이 많지만 끝내 돋보기 버튼을 누르지 못하곤 합니다.

중력보다 몇배는 쎈 강한 인력이 제 손가락을 사정없이 뒤로 당기거든요. 그게 뭔진 모르지만 왠지 거스르고 싶진 않습니다.

짝사랑 둘이 오늘도 제 눈 앞에 있습니다.

같은 세상에 살지만 생판 남인 두 사람이 한 남자 앞에 나란히 서있다는 것을 알면 얼마나 쌩뚱맞아 할까요. 뭐 이젠 저도 두 분과 생판 남이라 해도 상관없지만 말입니다.

이제 두 분에 대한 머릿 속 생각은 잠시 접고 다시 세상에 나아갑니다.

그곳엔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나를 좋아해줄 사람도 없지만 그래도 제가 사는 세상이니 어쩌겠어요.

없는 줄 알면서도 희망이 있다 생각하고 뛰어다니다 다시 혼자가 되면 두 사람을 찾아 징징대죠. 뭐. 돈도 들지 않고 누구에게 폐를 끼치는 것도 아닌데.


P.S : 참, 한번에 두 사람을 사랑한다고 그게 사랑이냐고 핀잔주진 마세요. 둘다 사랑하지만 동시에 사랑했던 적은 없으니까요. 이루어진 적도 없는 짝사랑에 순애보까지 강요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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