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트 팻 샵에서 강아지를 데려오며 계약서를 썼다. 장문의 내용은 간단히 말해 절대 환불은 안된다는 것이다. 판매원이 유리장에서 강아지를 꺼내어 품에 안아 보라고 나에게 강아지를 주는데, 순간 바둥거리는 녀석을 손으로 잡는 게 어색했다. 남편에게 계약서에 사인해야 한다며 나는 슬쩍 피했다. 유리장에서 나온 강아지는 생각보다 참 작았다.
“너무 작아서 어떻게 안아야 될지 모르겠네.”
난감해하는 남편을 보니 그건 마치 오래간만에 신생아를 처음 안았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싶었다.
“제가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개를 잘 키울지 모르겠어요. 혹시 주의해야 할 사항은 없나요?”
나는 질문했다.
“우선, 개는 무조건 사료를 먹이세요. 자꾸 다른 음식을 먹이면 사료를 안 먹고, 그러면서 여러 가지 병이 생겨서요. 그리고, 저도 집에서 개를 키우는데요, 절대로 집 밖을 나갔다가 돌아와서 반갑게 아는 척하지 마시고, 자연스럽게 들어오셔서 모른 척하고 일단 모든 볼일을 보세요. 그리고 조금 있다가 자연스럽게 아는 척해주세요. 물론 나갈 때도 조용히 나가시고요. 그러면, 강아지가 주인이 들어가고 나갈 때, 아쉬워하지 않고 하울링을 하지 않아요.”
이건 또 무슨 소린가? 개는 나갔다가 오면 주인을 반기는 맛이라는 데, 뜻밖의 조언에 당황스러웠다. ‘어찌 됐든 안 짖는 게 중요한 거니까’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키우는 데 뭐 필요한 건 없나요?”
나의 질문에 당장 필요한 개밥그릇, 사료, 물통, 배변판, 배변패드, 울타리, 산책할 때 쓰는 리드 줄 등을 사야 한다고 점원은 추천했다. 생각보다 비용도 꽤 나와 몇 개 사니 십만원을 훌쩍 넘었다.
“잘 키울 수 있겠어?”
남편이 물었다.
“그럼, 나 어렸을 때 개 키워 봤는데 뭘 걱정해. 다른 사람들도 직장 다니면서 잘 키우는데 설마 못 키우겠어? 아들도 엄마 잘 도와줄 수 있지?”
나는 남편의 생각이 기우라는 듯 대답했다. 아니, 기우라고 믿고 싶었다.
차에 한가득 강아지 물품을 싣고는 집에 돌아왔다. 강아지를 위해 가족은 합심하여 울타리를 만들고 배변판과 밥그릇을 그 안에 놓았다. 아들은 우리 집에 개가 생겼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순식간에 너무 많은 일이 생긴 주말 오후, 난 지쳐 쓰러져 소파에 털썩 앉았다. 울타리 너머로 강아지를 보는데 급작스러운 결정으로 식구가 된 강아지가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 ‘과연, 잘한 선택일까?’
그런데, 강아지가 바뀐 환경 때문인지 갑자기 낑낑거리기 시작했다. 소리가 생각보다 컸다. 강아지는 왜 우는 걸까? 밥도 먹었는데, 배가 고픈 걸까? 어디가 불편한 걸까? 처음에는 걱정이 되다가 칭얼거리는 시간이 30분에서 한 시간이 넘어가자 소음으로 느껴지며 나와 남편은 신경이 조금씩 날카로워졌다.
늘 쉬고 평화로웠던 주말 저녁에 뭔가를 신경 써야 된다는 생각에 짜증이 났던 것일까? 내가 무엇인가에 정신이 홀려 개를 잘못 사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아들의 성화에 강아지를 사는 것을 고려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물어보고 이런저런 고민도 많이 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은 실제로 발생되지 않았던 상황에 대한 막연한 생각이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종의 반려견을 입양할지, 어디서 어떻게 데려올지 등에 대한 세심한 고민을 못했다. 아들이 외롭고 불쌍하게 느껴져, 애완견 정도로 생각하고쉽게 충동구매한 것은 아닌지 자꾸 자책하는 마음이 들었다.
‘조금 더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했어야 했어. 사지 말 걸……’
갑자기 더 늦기 전에 뭔가 빨리 돌이키고 싶었다.
‘안 되겠다. 환불하자!’
마트 펫 샵으로 부지런히 전화를 걸었다.
“정말, 정말 죄송한데, 강아지 환불 안될까요? 집에 오자마자 너무 시끄러워요. 벌써 한 시간도 넘게 낑낑거려요. 아무래도 제가 못 키울 것 같아요. 데리고 온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바로 데려다주면 안 되나요?”
하지만, 강아지를 판매한 점원은 환불은 절대 안 된다고 했다. ‘강아지가 문제가 없는 한 환불이 안된다', '계약서에 사인했다’며 나의 책임을 물었다.
‘나 지금 뭐 하고 있는 거니?’
점원과 통화를 끊고는 바보 같은 내 모습에 헛웃음이 나왔다. 평상시에 나름 이성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들내미 때문에 이토록 어리석은 결정을 한 걸까? 나의 책임을 회피하고 싶었다.
그렇게 한 시간 넘게 낑낑거리던 강아지는 포기하고 지쳤는지 조금씩 소리가 잦아들고 조용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