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래맘 Nov 02. 2019

반려견과 떠나는 인생여행의 시작

그래와의 첫 만남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우리 '그래'이야기를. 그래는 우리 집 반려견의 이름이다. 그래와 만난 건 2014년 어느 날. 태어난 지 겨우 45일 된 강아지였다. 요즘은 ‘반려견을 입양’한다는 표현이 자연스럽고 당연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개를 샀다’는 표현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던 때다. 그렇다. 나는 대형마트 펫 샵에서 개를 샀다.


  개를 구매하게 된 사연이 있다. 나는 아들이 하나 있다. 당시 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아들은 평소 강아지를 하나 사달라며 엄청 졸라 댔다. 특히, 마트의 펫 샵 코너에 가면 귀여운 강아지들은 고객의 쇼핑 동선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진열되어 있었다. 태어난 지 30일쯤 되었을까 싶은 인형 같은 강아지들이 아들을 유혹했다. 아들은 귀여운 강아지들 앞에서 늘 사달라고 애원했고, 나의 답변은 한결같이 ‘안돼!’였다. 왜냐하면 나는 워킹맘이었고, 개를 집에서 돌볼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릴 때 부모님은 집 마당에서 개를 길렀지만, 집 안에서 개를 직접 키워본 경험은 없으셨다. 아파트에 사는 내가 개를 집안에 들이는 것도 불편하고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주말 오후, 친구들과 축구 시합을 하겠다며 엄마, 아빠와의 쇼핑을 좇아오지 않은 아이에게 갑자기 전화가 왔다.

  “엄마, 어디세요?”

  “왜?”

  “친구들이 운동하러 간다더니 다들 게임을 하러 PC방에 갔어요. 나 게임하기 싫은데……”

  아이가 외동이라 평소에 늘 안쓰러운 마음이었는데 그 날따라 아이의 목소리에 외로움이 묻어났다.

  “알았어. 엄마, 아빠랑 마트에 있는데 집으로 데리러 갈게.”

  

  그렇게 아이를 대형마트로 데려와 함께 쇼핑하다 보니, 어느새 우리의 발걸음은 또 펫 샵에 머물러 있었다.

  쇼핑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가는 길목이라 피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신기하게 나의 눈에 들어오는 강아지 한 마리가 있었다. 아주 귀엽고 단호하게 생겼다. 한눈에 반한 걸까? '앗, 생긴 게……딱, 내 스타일이다!'


  “귀엽지, 저 강아지 귀엽지?”

  나는 옆에 있던 남편을 툭툭 치며 호들갑스럽게 말했다.

  “뭐? 저 옆에 푸들?”

  남편이 묻는다.

  “아니, 저 옆에 까맣고, 하얗고, 인형 물고 흔드는 강아지 있잖아!”

  “슈나우저? 저 녀석 엄청 짓궂게 생겼는데…… 귀엽긴 하네.”


  “아들, 저 강아지 어때? 귀엽지? 엄청나게 똑똑해 보이지 않냐?”

  “와, 귀엽다, 엄마!”


  가끔 남편이 강아지를 사자고 하면 내가 늘 무시하거나 말렸는데, 갑자기 평소와 달리 호들갑을 떨며 강아지가 귀엽다 말하는 나를 남편은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여보, 우리 강아지 사자!”

  남편에게 말했다.


  “웬일이래. 당신은 개를 안 키워봐서 몰라. 개를 기르는 게 얼마나 힘든데! 사람은 키우면 어른이라도 되지. 개는 15년 동안 한 살배기 아기를 기르는 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해 봐.”

  결혼 전, 어릴 때부터 집안에서 개를 키워봤던 남편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평상시에는 개 한 마리 집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들과 노래를 하더니, 막상 내가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니 생각이 많아 보였다.


  “내가 산책도 시키고, 똥도 치울게. 아들아, 강아지 밥이랑 물은 줄 수 있지? 목욕은 당신이 시키고! 이대리가 그러는데 개 키우는 거 별로 안 힘들다고 하던데 뭘. 사람들 다 강아지 사서 잘만 키우더. 아들도 저렇게 외로움 타는데, 아이들 성장기에 정서적으로도 좋다고 들었어.”

  나는 우리 가족이 개를 사야만 하는 이유를 둘러대며 나름 논리를 펼쳤다.


  나의 급작스러운 결정에 망설이고 있는 남편을 뒤로하고, 나는 점원에게 강아지를 보여 달라고 했다.


  “강아지가 매우 애교가 많고, 건강해요. 그리고 잘 생겼죠?”

   점원이 강아지를 보여주는 데 정말 사랑스러웠다.


  물론 개인 취향이겠지만 카리스마 있는 듯한 눈썹과 흰색과 검은색이 또렷이 대비되고 귀엽고 영리해 보였다. 점원이 손을 내밀어 강아지의 턱 쪽을 간지럽혔는데, 강아지는 턱을 괴듯 그 손 위에 앙증맞게 얼굴을 올려놓았다.


  “미니어처 슈나우저는 얼마나 커져요? 강아지 가격은 얼마예요? 남편과 아들이 비염이 있는데 혹시 털 많이 빠지나요?”

   나는 질문을 쏟아냈다.


  “다 크면 7~8kg 정도 나가고요, 가격은 가정견 분양이라서 좀 비싸요. 얼굴이 잘생겨서 인기가 많은 편이라 가격이 조금 더 나가고요. 단모종이라서 털 빠짐이 적어요.”

  점원은 밝은 얼굴로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렇게 잠시 대화가 오가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 한 가족이 나타났다. 그 가족도 부부와 아들 또래의 남자아이 한 명이었다. 점원이 손에 안고 있는 강아지를 보더니 그 아이는 갑자기 큰 소리로 이야기했다.

  “엄마, 나 저 강아지 갖고 싶어. 너무 귀여워!”

  

  나는 갑자기 초조해졌다. 상담은 내가 먼저 하고 있었으니까 우선권이 있는 거라고 생각되는 마음에 남편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우리 얼른 사자!”

  남편은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지만, 때아닌 경쟁자 때문인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그 강아지 살게요!”

  나는 점원에게 크게 소리쳤다.

  그래와의 운명적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이전 01화 [프롤로그] 반려견에 대한 나의 생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