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가 집에 온 지 한 삼사일쯤 지났을까? 오른쪽 귀를 발로 박박 긁기 시작했다. 첫날부터 귀를 긁기는 했지만, 그냥 강아지라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귀를 긁는 빈도가 더 잦아졌고 머리도 심하게 좌우로 털어댔다. 개를 키워본 남편은 아무래도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귀를 들어 냄새를 맡아보고 안쪽 상태를 살폈다. 귀 안에서는 꿉꿉한 발 냄새와 함께 고름이 흐른 것처럼 누런 귀 딱지 같은 것들이 보였다.
사 온 지 일주일 만에 그래와 함께 마트 펫 샵에 있는 동물병원을 방문했다. 검사를 받으니 귓병이 생겼단다. 오른쪽 귓속을 현미경으로 보여주는데 진드기가 정말 징그럽게도 귀 안에 바글바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수의사 선생님은 귓속 진드기는 태어나서 부모나 형제들에게 옮는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당황했다.
“저희 여기 마트에서 강아지를 샀고, 살 때는 건강하다고 했는데 왜 이러죠? 분명히 데려갈 때는 건강하다고 하셨는데……”
그래를 데려올 때, 예방접종 유무와 기본적인 검진을 다 마쳤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 남편은 동물병원 옆에 있는 마트 펫 샵에 바로 항의를 했다.
“진드기가 있는 개는 못 키워요. 어릴 때 귓병이 있으면 고질병 되는 거 아닌가요? 집에 아이가 있는데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가정견이라고 해서 비싸게 샀는데, 가정견이 맞긴 한건 가요?”
남편은 이렇게 말하고는 화가 나서는 참기가 어려운지 다른 곳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그러면, 저희가 다 나을 동안 치료하고 다시 보내 드릴게요. 대단한 병이 아니라 며칠 치료하면 다 깨끗이 나을 수 있는 병이에요. 죄송하지만 환불은 안될 것 같아요. 벌써 강아지가 고객님을 주인으로 알고 있을 텐데……”
개를 판매한 직원은 난감한 듯 그래를 품에 안고 죄송하다는 말만 했다.
“강아지가 어릴 때 가장 예쁜데, 크는 것도 못 보고 얼마나 맡겨 놔야 되는지도 모르잖아요.”
문제가 있는 강아지를 산 것 같아 한편으로 화가 나기도 했다. 갑자기 피해자이면서 진상고객이 되어버린 듯한 느낌이 너무 싫었다.
“일주일 정도면 아주 깔끔하게 치료될 수 있어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저희가 강아지 호텔에 CCTV를 설치해 놔서 고객님이 24시간 강아지의 모습을 잘 볼 수 있어요.”
판매원은 우리 가족의 눈치를 살피며 안타깝게 이야기했다.
“난 모르겠고, 당신이 알아서 해.”
언제부턴가 대화를 듣고 있던 남편은 나에게 권한을 넘기며 점원과 대화하던 자리를 또 훌쩍 떠났다.
그때, 난 그래와 눈이 딱 마주쳤다. 그래는 점원의 품에 앞을 보고 안겨 있었다. 이제 태어난 지 두 달도 안된 아기였는데, 장차 자기에게 일어날 일을 예감했는지 몹시 불안해 보였다. 귀가 축 처지고 큰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한 채 불쌍하게 깜박이고 있었다. 크고 슬퍼 보이는 두 눈으로 주변의 눈치를 보는 그 모습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아들, 그래 얼굴 표정 좀 봐.”
“엄마, 너무 불쌍하다. 그래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아들과 나의 눈치를 살피던 점원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사실 제가 이 강아지 팔 때, 고객님께서 좋은 분들 같아 보여서 다른 집보다 먼저 강아지를 보여 드렸거든요. 강아지는 한번 주인 만나면 절대 못 잊어요. 저희가 실수한 부분도 있으니 무상으로 깨끗이 치료해 드릴게요. 절대 파양 하지 마세요.”
결국, 나는 점원에게 그래를 잘 치료해달라 부탁하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점원의 품에 안겨 계속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보던 그래가 생각났다. 집에 돌아오니 그간 늘어난 그래의 살림살이가 새삼스럽게 많게 느껴졌다. 그리고, 부쩍 조용한 집…… 일주일 동안 그래는 우리에게 어떤 존재였던 건가? 그 조그마한 녀석이 없으니 갑자기 집이 너무 조용하고 적막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