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진드기 사건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위해 며칠간 생이별을 하게 된 그래...... 펫 샵에서는 일주일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다. 회사일로 한참 정신이 없을 때 남편에게 메시지가 왔다.
‘CCTV 들어가서 확인해봤어?’
‘무슨 CCTV? 아, 개 호텔에 달렸다는?’
‘한 번 들어가서 봐. 나 지금 많이 바빠서……’
펫 샵에 환불을 해달라는 둥, 화가 나서 펄펄 뛰던 남편은 관심 없는 척하면서도 그래가 걱정되는지 나에게 확인해보라며 먼저 연락이 왔다.
‘알겠음.’
짧은 답변을 하고는 펫 샵에서 안내해 준 CCTV 화면을 인터넷으로 접속해보았다. 뭐가 시커멓게 있기는 한데, 웅크리고 자는지, 화질이 안 좋은 탓인지 잘 안 보인다. 그래가 까맣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잘 안 보여! 나중에 움직이면 연락 줄게.’
바쁜 와중에 틈날 때마다 관찰했는데 그때마다 자는 건지 낮에는 빈 공간만 보이고 저녁에는 불을 끄는지 시커매서 도통 움직이는 모습을 관찰하기 힘들었다.
‘보고 싶네. 그동안 많이 컸을 텐데……’
안 되겠다 싶어 궁금한 마음에 펫 샵에 전화를 걸었다. 그래를 판매한 분께서 전화를 받으며 잘 있으니 걱정 말라고 이야기해주셨다. 먼저 카카오톡 연락처를 알려주시며 걱정하지 말고 궁금한 건 언제든 물어보라고 배려까지 해주셨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더 지나서 그래가 완전히 다 치료되었다는 전화를 받았다. 귀진드기 치료는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귀를 소독하고 약을 투여한 후에 진드기 알이 완전히 박멸되는지는 삼일이 지나야 알 수 있기 때문에 병원에서 주기적으로 상황을 지켜본 것이다.
나와 남편은 반가운 마음에 퇴근하자마자 바로 그래를 데리러 갔다.
펫 샵에 도착한 남편과 나를 점원은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아주 건강해졌어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그래 데려올게요.”
우리를 대기시켜 놓은 점원은 그래를 데리러 갔다. 나는 유리 칸막이 저 너머로 보이는 개 호텔에서 그래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우리 그래 어디 있지? 그래가 안 보여!” 남편에게 이야기했다.
“흠……혹시, 저기 저 까만 강아지 아냐?”
“아니야, 너무 크잖아. 그래는 아직 아기 강아지 인데.”
잠시 후에 점원이 안고 나온 강아지는 아까 남편이 가리켰던 그 큰 강아지였다.
'맙소사! 어떻게 된 거야?'
“2주 동안 저렇게 큰 거예요? 말도 안 돼!"
그렇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그건 마치 백일 된 아기가 갑자기 세 살쯤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 이게 뭐람?’
아이가 자랄 때 바쁘다 보면 한참 귀여운 때 모습을 잘 못 보고 그 시기가 안타깝게 지난 것을 느끼고 섭섭할 때가 있다. 부쩍 커 버린 그래의 한참 귀여운 아기 때 모습을 더 많이 보지 못했다는 것이 순간 슬펐다. 하지만, 건강해져서 다시 만나니, 그간 에너지 소모처럼 느껴졌던 속상했던 마음들은 까맣게 잊히고 정말 반가웠다.
그래가 집에 돌아오니 이제는 정말 내 식구가 된 것 같았다. 처음 그래를 집에 데려왔을 때보다 더 좋았다.
역시, 가족은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함께 경험하며 단단한결속력이 생긴다. 그렇게 그래는 조금씩 우리 집 식구가 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