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생각하던 사람이 전혀 아니었음을 마침내 인정하면 검은 수렁에 빠져들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내 상처와 흉터를 마주하면서 도리어 내가 더욱 강해진다는 걸 문득 깨달았습니다.
- 파울로 코엘료, 스파이
도무지 내 것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치부를 누군가 알게 된다면 그 자리에서 머리카락 한 올 남기지 않고 사라지고 싶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나의 지인이 대화 중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길 들려줬는데 그 이야기 속에 내가 치부라고 생각했던 것, 하지만 그 사람에게는 별로 대수롭지 않은 것도 있었다.
놀라운 건 들었을 때 '이 사람이 이 얘길 어떻게 하지'보다 나조차도 그냥 그 사실을 자연스럽고 대수롭지 않게 들었다는 거다. 그날 나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내가 지금까지 곧 죽어도 들키고 싶지 않던 치부가 사실은 내가 어떻게 여기냐는 걸로 결정된다는 게, 막상 그 사실을 인정하고 나면 오히려 약점이 하나 줄은 사람이 된다는 게 놀라웠다.
그 뒤로 난 나의 약점을 약점이라 여기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완벽한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약점을 인정하게 됐다. 인정하니 아이러니하게도 극복이 더 쉬워졌고 점점 약점에 강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