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는 당신이 바로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이 바로 의지박약인 저에게 힘을 주고 계신 분입니다.
재미 삼아 받으러 간 심리상담에서 너무 완벽함을 추구하다 보니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저에게 심리상담사분께서 주신 처방전이 바로 ‘일단 해.’였습니다. 마침 그분이 브런치에 글을 쓰고 계셨고 글 쓰는 일을 하고 싶다는 저에게 브런치 시작을 권유해 주셨습니다.
하루아침에 글을 쓸 용기가 날리 없었던 저는 그 얘기를 듣고도 바로 글을 쓰지 못했고 그래도 글을 쓸 운명이었는지 우연히 일을 통해 만나게 된 분께서 9년간 다이어리를 쓴 저의 꾸준함 & 글이 너무 아깝다며 sns나 웹사이트에 글을 아카이빙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시작하게 된 게 인스타그램과 브런치입니다.
처음엔 새로운 채널에 글을 쓴다는 자체가 재미있었고 그다음엔 아주 작지만 글에 대한 반응이 오는게 신기했습니다. 은근히 내 글을 보고 큰 영감을 받은 사람에게서 연락이 오는 건 아닌지, 내 글을 묶어서 책으로 내고 싶다는 사람이 생기는 건 아닌지, 그렇게 된다면 책 제목은 뭘로 할지, 아직 생기지도 않은 일에 대한 상상을 하다가 혼자 힘이 빠졌다가를 반복했습니다.(대단한 글 쓰는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고작 글 21편이 다인데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다 했습니다.) 현실에 비해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또 예전처럼 금세 흥미를 잃었습니다.(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그런데 ‘자연스럽게 그만둬야지’라는 생각으로 들어온 브런치에 제 글에 대한 댓글이 하나 있었고 그간 있는 줄도 몰랐던 라이키도 최대 15개 정도 있었습니다. 정말 기뻤습니다. 그리고 감동이었습니다. 누군가 내 글에 ‘좋다’는 평을 했다는 것과 내 글을 꾸준히 받아보고 싶어 구독을 했다는 것.(무려 여섯 분이나!) 게다가 인스타그램엔 제 글을 저장하신 분도 꽤 계셨습니다. 제 글이 누군가 간직하고 싶은 글이라니 벅찼습니다.
그래서 설레발 가득했던 야망을 접고 제 글을 대단치 않게, 가볍고 소소하게 즐겨주시는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로,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이제 여러분이 제가 꾸준히 글을 써야 할 의무가 된 겁니다. 본의 아니게 부담스러운 역할을 맡으셨을 수도 있지만 그냥 제 스스로 의미를 부여해 힘을 얻는 것이니 감사의 인사에 기분만 좋으시길 바랍니다! 브런치엔 글에 진심인 분들이 계시다는 걸 알기에 특별히 더 애틋하고 마음이 갑니다. 이곳에서 꾸준히 좋은 글을 써보겠습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