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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경 Jul 26. 2019

고부갈등

가족들이랑 같이 여행하면 안 된다고 했어요. 

카샤(시엄마)는 천사이다. 

스위스 생활 5개월 시집살이를 하면서 느낀 감정이었다. 


레스토랑과 호텔을 운영하면서 항상 바쁘게 살아가지만 한 번도 스트레스받는 것을 보지 못했다. 

몸이 힘들면 더 짜증 나고 더 힘들 텐데 카샤는 항상 모든 일을 열심히 하는 워커홀릭에 집에 와서 집안일까지 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여리면서도 강한 그런 전형적인 소녀 같은 여자. 


한편으로는 짠하면서도 어떻게 저렇게 부지런할 수 있나 존경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다 우리 카샤는


그리고 떠났다 한국으로 


이번 여행의 목적은 우리의 결혼식

스위스에서 이미 결혼식을 올렸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하지 않아 여름휴가에 맞춰 한국으로 가는 일정이었다. 


멤버는 나, 나트 , 카샤, 에디, 토비, 시릴 6명

시릴은 나트의 베스트 맨으로 약 5일 정도 한국에 머무르다 스위스로 돌아가기로 했고

나머지 우리 5명은 한국 여행을 할 계획이었다. 



한국에서의 우리의 일정은 



3일 - 인천공항, 서울 스카이 

4일 - 경주로 내려가 가족들과 저녁식사

5일 - 결혼식 준비 (한복, 웨딩드레스 맞추기), 가족 전체 점심식사

         일부는 경주 관광, 

         나는 동생과 코스트코 나들이


6일 - 결혼식 후 스냅사진 촬영 후 카페에서 파티

7일 - 가족들과 경주, 포항 투어 (회 시장)

8일 - 경주 투어, 자유시간  

9일  - 부산

10일 - 통영

11일 - 통영

12일 - 서울 

13일 - 서울

14일 - 인천공항



다른 일정들은 여행이라 여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지만 결혼식 전날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해서 전날인 금요일과 당일인 토요일은 시간이 촉박했다. 한복을 맞추고 드레스를 골라야 하고 가족들과 식사도 해야 하며 당장 다음날 있을 파티에 맞추워 음식도 사 와야 했다. 


그러다 보니 서두르게 되었고, 나는 나대로, 말이 통하지 않는 카샤와 나트는 그들대로 모두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해야 하나?


별것도 아닌, 결혼식 전에 모든 옷을 다려 입어야 한다는 철칙의 카샤와 와이셔츠를 빼먹고 온 나트가 거슬리기 시작했고, 인원수가 11명이어서 차 두대로는 모두 움직일 수 없어 이리저리 맞추는 과정도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나는 스위스에서 문화와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 의견에 맞추어 따라가는 스타일이었다면 

사업가 기질의 카샤는 이리저리 의견을 내는 타입이었고,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들이 쌓여 갔다. 


" 그냥 따라와 주면 좋을 텐데, 여기는 내가 살 던 곳이고 내가 제일 잘 알아. 

근데도 왜 이렇게 의견들이 많은 거야?"



이런 생각들이 주를 이뤘다.  


스트레스의 클라이맥스는 결혼식 당일 아침이었다. 

웨딩 샵에서 빌려주는 와이셔츠가 아닌 나트의 와이셔츠를 사야 한다고 주장하는 카샤의 주장대로 

아침 10시 우리는 경주 시내로 나섰다. 

10시에 시내로 나가 와이셔츠를 사고 택시를 타고 집 앞으로 와 카샤를 픽업해 다시 시내라고 

동생이 예약 해 놓은 메이크업 샵으로 가 카샤를 데려다준 뒤 웨딩 홀로 가는 일정이었다. 

우리가 시내에서 집 앞으로 올 때 카샤가 가방과 정장을 가지고 나오기로 했었는데, 제일 중요한 

정장을 집에다 두고 왔고 이미 시간이 지체되어 일단 가자는 나와 안된다고 패닉 중인 카샤에게

나는 그만 터져 버리고 말았다. ㅠㅠ


" Don't shout at me!  my sister can bring his suit or we will have another option later"


별로 길지도 않은 문장 정색까지 하면서 이야기해 버렸고, 이 일은 아직까지도 길이길이 후회 중이다.


나중에 동생이 전화 와서 카샤 메이크업받으면서 울었다고 까지 해서 ㅠㅠ 더욱 미안해졌다.


나란 년 미친년 ㅠㅠ 


거기에  "아 스트레스받아"를 말하고 다니는 나의 지랄 같은 성격이 더해져 알게 모르게 카샤를 더 스트레스받게 했던 것 같다. 



다시 하면 정말 잘할 수 있을 텐데. 


그 생각뿐. 



내가 생각한 카샤의 컬처쇼크는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와 물고기들이 살아 움직이는 수산시장, 너무 많이 먹는 사람들 (특히 나와 내 동생 그리고 제부) , 한국인들의 플라스틱 사용량, 너무 많은 사람들


좋은 점은 

질서를 잘 지키는 사람들,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문화, 깨끗한 화장실



그래도 다행인 건 결혼식 이후에는 평정심을 찾았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느릿느릿하게 본인 해야 할 일을 다 하는 스타일에 조금 스트레스를 받기는 했지만 

그래도 별다른 문제없이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말도 안 통하고 문화도 다르고 어느 하나 같은 곳이 없다고 생각한 나는 당연히 내가 리드하는 데로 따라올 줄 알았지만, 그렇게 예상하고 있다 예상 밖의 상황들로 조금 당황하기도 했지만 우리는 여행을 잘 마무리했다. 


뒤늦게는 " 나 스위스 돌아가면 정말 까이는 거 아냐?"라고 까지 생각했었지만

스위스로 돌아온 지 2주가 다 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아무것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본인이 컨트롤할 수 있는 생활권에 돌아온 카샤도 원래대로 돌아갔고, 아무것도 모르는 깽깽이로 돌아온 나도 잘 따라가면서 살 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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