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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경 Jun 25. 2019

결혼식

스위스에서의 첫 번째 결혼식.

내 인생에서 나에게 가장 중요한 날이라고 하면 당연 생일이다.

일 년 중 딱 하루 있는 나의 날이기 때문에 누가 뭐래도 나는 내 생일에는 내가 제일 행복해야 하고 특별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내 생일 만큼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것을 먹고, 술도 마시고 내가 아는 방법으로 나의 날을 즐겼다.  나는 나의 생일을 벌써 31번째 겪어 왔기 때문에 어떻게 지내야 할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결혼은 달랐다.

난생 처음하는 일이고 우리 커플은 다른 커플과는 조금 달랐기 때문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게 좋았다. 별다른 기대 없이, 많은 준비없이, 그냥 우리가 함께 한다는 사실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아직 신랑이 학생이고, 나도 독일어 하나 못하는 쌩초보라 우리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한국결혼식은 내가 준비하고 ,스위스 결혼식은 신랑이 준비하기로, 그리고 우린 아무것도 가진게 없으니 그냥 시청에 가서 사인하고 끝이나는 그런 작은 결혼식이면 된다고 이야기 했었다.


하지만 처음의 계획과는 달리 많은 것들이 준비 되어 있었다.  

거의 모든 준비는 시엄마(카샤)가 했고, 우린 그냥 보고만 있었다라고 하면 정확한 표현일꺼 같다.


드레스는 한국과 스위스에서 2번 입을 생각으로 한국에서 사서 갔고, 반지는 스위스에서 함께 맞추기로 했다.

그외에 것들은 그냥 진짜 시청에만 가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한국에서 나의 가족들이 오고, 유럽에서 나트의 친구들이 하나, 둘씩 모이고, 게스트의 이름을 일일이 적어 어느 테이블에 누가 앉을지 지정하고 메인 음식은 어떤식으로 할 것이며, 디저트, 케익을 주문하고 들으면 들을수록 아, 작은 결혼식은 아니구나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다가온 나의 결혼식은 너무 아름다웠다.  


스위스에서의 결혼식은 오후 4시에 시청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시청에 가기 전 시간이 아주 많아, 지인들과 가족들과 점심 먹고 이야기하고 화장하고, 또 동생이 머리도 만져줬다. 전문인이 아닌 지인이 화장을 해 줬기 때문에 결과물은 처참 했지만 수정을 하고, 드레스를 입고 시간이 되도록 기다렸다.


스위스 전통은 신부의 웨딩드레스를 보면 안된다고 해서  신랑이 먼저 시청에 도착해서 나를 기다렸고, 나는 그 후에 차를 타고 시청으로 갔다.  시청앞에는 이미 친구들과 가족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를 축하해 주기 위해 사람들이 왔기 때문에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묻다보니 어느새 시청안에 앉아 았었다.


시청안에서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시청 관계자분(?)이 읽어주시는 결혼에 대한 이야기에 눈물 흘리고 웃기도 했으며 많은 사진을 찍으며 서약서에 대답을 하고 우리의 혼인관계를 정식으로 인정했다.  베스트맨이 울고 내동생이 울고, 시엄마가 울고 여러사람들이 웃고 울다 보니 모든 절차는 끝나 있었다.





그리고 나서 시청밖으로 나왔는데 사람들이 꽃을 들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스위스에서는 전통적으로 한다고 하는데 나는 전혀 몰랐기 때문에 더 감동받았다. 뭔가, 아 내가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을 했구나, 라는 그런 실감이 나는 순간이었다고 해야 할까?




우리를 축복하기 위해 모인 많은 사람들과 사진도 찍고 인사도 나누며 우리는 첫번째 결혼절차를 마쳤다.  

스위스는 결혼을 할 때 2가지 방법으로 사람들을 초대하는데, 첫 번째는 아패로 에만 초대된 사람들

두 번째는 본격 파티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아패로 에 초대된 사람들은 같이 음료를 마시며 축하하며 사진을 찍고 나면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여긴 파티가 아주 길게 오래 지속되고, 레스토랑에서의 밥과 술이 비싸서 아마 중요한 사람들만

초대하는 거 같았다.



테이블 마다 작은 간식과 음료, 술이 있어서 사람들과 이야기 하고 사진도 찍고 술도 마시며 사람들의 축하도 받았다.  많은 사람들과 인사하고 이야기 하고 웃느라 너무 정신이 없었다고 해야하나, 정말 시간이 빨리 갔다.   


어느정도 인사를 하고 난 다음엔 다른 사람들이 음료를 즐기는 동안 우리는 한쪽에서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어주신 분도 아주 전문가분은 아닌 지인이었기 때문에, 이렇게도 찍고 저렇게도 찍고 아주 정신없이 찍었던것 같다. 전문가분에게 부탁했다면 다른 결과물을 받았을까 ?


이렇게 사진을 다 찍고 나면, 아패로에 초대된 손님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본격적으로 파티를 시작한다.



카샤가 꾸민 우리의 파티 장소는 테이블마다 내가 좋아하는 튤립이 있었고,


손님들이 앉을자리를 지정하기 위해 만든 이름 표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건 우리가 다 수작업으로 만든 거 :)  다시 보니 뿌듯하다.


레스토랑안의 전체적인 모습.




그리고 우리 테이블.

내 옆으로는 우리 가족들이 앉았고, nath 옆으로는 nath 가족들이 앉았다.  사람들이 서로 알고 있고 어색해 하지 않도록 며칠간 고민하며 자리를 지정 해야 했다.


피아노 반주에 맞춰 우리가 나올 때 사람들이 박수쳐 주며 기뻐해 주었고, 신랑친구가 준비한 축사를 들으며 우리는 함께 웃었다. 에피타이저를 먹고 난 후엔 우리커플에 대한 퀴즈를 풀며 제일 많이 맞춘 사람에게는 우리가 저녁초대를 하기로 했다. :)




그리고 나서는 메인 디쉬를 먹고 또 이야기를 하며 쉬다가  1시간 뒤에서야 케익을 자르러 이동을 했다.

저녁을 많이 먹어 드레스가 너무 불편해서 옷을 갈아 입고 싶었는데 카샤가 꼭 케익을 자르고 나서 갈아 입어야 한다고해서 이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던지,  이 때가 저녁 10시쯤 된거 같았다.  

 


아,

중요한 절차가 또 남아있었다.

신랑 신부의 댄스타임. 하하 .. 집에서 왈츠를 연습하긴 했었는데, 원,투,쓰리 원,투,쓰리 박자를 불러가면서

까지 춤을 어떻게든 출려고 했는데 ...

모두들 우리의 춤을 보며 웃었다 ^^ . 나도 웃음이 나더라  하하 ^^ 왈츠 연습해야지..


어색한 우리를 도와준 카샤와 에디.  두분 아니였음 나 울었을뻔.



이 댄스 타임이 시작하고 나서야 사람들이 점차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우린 4시가 되어서야 집에 갈 수 있었다. home sweet home 이 최고로 적절한 말인거 같았다.  



이건 뒤듲게 만든 결혼식 동영상. 이렇게 다시보니  새롭기도 ㅎㅎ

https://youtu.be/v2bjEyA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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