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선경 Aug 08. 2019

베지테리언? 김밥?  7th August.

다시는 한국요리 안하고 싶다 ㅋㅋㅋㅋㅋ

내가 유럽에서 제일 손쉽게 할 수 있는 음식이 2,3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불고기, 두 번째는 김밥, 세 번째가 김치전이다. 김밥 같은 경우는 손이 많이 가긴 하지만 그래도 해놓고 나면 평타 치는 반응에 한국 요리할 기회가 있으면 줄 곧 요리를 해 왔는데 오늘 첫 번째 대 실패를 했다. ㅠ.ㅠ 


정말 속상함. 



이번 월요일엔 오랜만에 나트의 동생(레빈)과 동생의 여자 친구(레나)가 독일에서 집으로 놀러 왔다. 

학교를 독일에서 다니고 있어 자주 오지 못하지만 여름 방학이 길어 이번에 놀러 왔다. 


오랜만에 왔으니 카샤는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어 했고 한국음식도 한번 해 보는 게 어떻냐고 물어보길래 

오키도키. 

요리하기에 앞서 레빈은 원래 베지테리언이 아니었지만 여자 친구를 사귀고 나서부터 베지테리언이 된 케이스이고 이 커플은 고기를 아예 먹지 않기 때문에 요리할 때 신경을 써야 했다. 

나는 고기를 너무 좋아해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유럽 내에서는 환경문제와 관련하며 베지테리언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참할 수 없는 건 내가 고기를 너무 좋아하는 탓이겠지.. 


일단 메뉴를 정했을 때 내가 잘하는 불고기는 고기이어서 안되고, 김치전은 너무 맵고 자극적이어서 또 안될 거 같고 나머지 하나 남은 김밥은 손이 많이 가긴 하지만 야채만 넣어서 말아도 충분히 가능할 거 같아 선택했다.


김밥 안에 들어가는 재료는 간단하게 김, 밥, 계란지단, 단무지, 당근. 우리가 먹을 김밥은 소시지만 추가했다. 

이렇게만 넣어서 경주의 교리 김밥처럼 먹으면 괜찮을 거 같았다.  전부다 내 생각이었지만. 

요리할 때도 소시지가 섞이지 않게 계란지단부터 만들고 당근 볶고 맨 마지막에 소시지 굽기. 

난 요리할 때 소금을 너무 안 넣는 편이라 이번엔 신경 써서 팍팍. 


왠지 잘 만들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해지기도 했다. 

타이밍도 딱 맞게 거의 다 만들었을 때 그들이 쇼핑을 하고 집에 도착해서 바로 세팅하고 먹었다. 


일단 처음 유럽 사람들이 김밥을 접했을 때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상당히 고민을 한다. 한입에 먹기엔 너무 크게 느껴지나 보다 그래서 내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두 번에 걸쳐 베어 먹었고, 레나도 그렇게 먹었다.

근데 왜 하필 꼬다리를 제일 처음으로 먹게 되었는지.....

꼬다리에 있는 단무지만 쏙 빠져나와서 먼저 씹었는데,,, 표정이 너무 좋지 않았고 앞에서 보고 있는 나는

안절부절. 레나는 단무지에 치이고 나서는 어떻게 김밥을 먹어야 할지 상당히 고민을 하였는데

조금 베어 먹었다가 김이 질겼는지 금방 포기하고 포크로 안에 있는 계란 지단과 당근만 발라서 먹었다.


2번째 김밥부터는 김에서 생선 냄새가 난다며 김과 김에 붙어 있는 밥은 빼놓고 당근과 계란만 먹고 남은 김과 밥 부분은 레빈이 처리하는 방법으로 한 3개 먹고 결국 다른 음식 먹었다. 


먹는 내내 해주고 미안하기도 먹는 나도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앞으로는 함부로 한국음식 요리하는 것도 자제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와우. 오늘 하루 어떻게 지나간 거야? ㅋㅋㅋ



비도 오는데 남은 김밥에 라면이나 끓여먹고 싶다 ^^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한 음식을 먹고 비슷한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이 옆에 있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한국에 있을 때는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인데, 여기에 와서 다시 한번 느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아일랜드에 있었을 때는 그래도 같은 유학생들끼리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아서 조금 덜 와 닿았나 보다. 


내년에 한국에 가면 진짜 많이 먹어야지...

요리는 안 할 거야. 

다 배달시킬 거야.... 





작가의 이전글 사진일기 5th August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