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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경 Sep 19. 2019

잉여 생활에서 오는 우울함

시골살이의 단편


마음이 불안했다.

아침에 일어나 라디오를 듣는데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졌다. 운전할 일도 없는데 갑자기 예전 일이 떠오르며 그때 조금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하면서 내 머릿속을 휘저었다.

그렇다고 운전으로 사고를 낸 적도 없었는데,, 왜 운전을 한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불안해지는 건지....

운전을 하다 말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2년 남짓 운전을 했고 혼자서 운전을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엄마와 시장을 보러 가거나 볼일 보러 가는 일이었다.

문제는 엄마와 함께 하는 운전은 늘 불안했다. 엄마는 면허증은 없는데 참견은 심했다. 급하게 차선 변경을 해야 한다거나 갑자기 저쪽에서 세워달라며 말하는 경우가 많았고 돌아가야 할 경우, 다른 사람들은 잘만 하는데 하며 불평을 하곤 했다. 거기다 엄마와 주로 가는 곳은 항상 북적거리는 시장이 주였고 이리저리 따라다니다 운전하다 보면 진이 빠졌다.


그 후유증이 지금 오는 것일까?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에 이렇게 불쑥불쑥 불안감이 넘실거리는 것을 보면?



혹은 우울증인 것만 같았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우울증의 이유가 생각나지 않는다. 결혼해서 스위스에서 살고 있는 지금은 가정의 문제라던지 친구 문제라던지 혹은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 라던지 그런 곳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없는데 왜 이렇게 마음이 불안해지고 우울한 이유를 모르겠다.

너무 스트레스가 없어서 그런가? 아니면 혼자 집에서 오래 생활해서 그런가? 속히 말해 잉여 생활을 너무 오래 지속해서 그런가?


혼자인 시간이 많고 할 수 있는 것들은 많지만 딱히 애쓰며 무엇을 하지는 않았다. 독일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빨리 이야기를 해야지라던가 그림에 몰두에서 그림을 잘 그려야지 하는 목표의식도 들지 않았다. 오랜만의 느끼는 편안함이 익숙해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한국에서의 삶은 늘 항상 바빴다.

일은 힘들었고, 일만 하는 것을 내 인생의 전부로 사용하고 싶지는 않아서 아침엔 수영 가고 일 끝나고 집에 가면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직장 동료들과 그 날의 스트레스를 술로 풀곤 했다. 힘들고 피곤했던 적이 많았지만 해냈다는 성취감은 컸고 내심 뿌듯했다. 주말엔 친구들 만나러 이리저리 나가느라 집에 있는 시간은 적었다. 그래도 좋았다.

누군가 만날 사람이 있고 날 좋은 날 소풍 갈 친구도 있었다. 같이 욕할 상사도 있었고 상사를 안주거리로 술을 마실 동료들도 있었다.


그랬던 내가 스위스로 와 너무 집에만 있었던 것일까?

항상 다른 사람들이 집에만 있어 어떡하냐고 물었을 때 아무렇지 않다고 대답했었는데 속으로는 그게 아니었을까?


아님 성취감이 없는 삶이 문제인 걸까?

일을 하지 않는 내 삶이 감사한 줄 알았는데 사실 나에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일까? 아님 내가 지금 너무 배가 불러 똥 싸는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생리 전 증후군이 와서 감정 기복이 이렇게 심해진 것 일 수 도 있다.

그래도 이렇게 방치할 수는 없으니 뭔가를 해야 할 거 같다. 휴대폰을 오래 붙잡고 있는 것이 제일 문제 인니 휴대폰 사용시간을 줄여야 한다. 티브이를 봐도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 주로 휴대폰으로 영상을 보는데 보다 보면 한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른다. 한 시간만 보면 다행인데 이것보고 저것보다 보니 하루의 절반을 휴대폰을 잡고 잇는 거 같다. 그렇게 보내고 나면 끝엔 왜 시간을 이렇게 헛되게 보냈나 하는 후회감만 남는다.


딱히 해야 할 일 없이 집에서 빈둥거려서 아무도 뭐라 할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

아님 너무 바쁘게 살다 그냥 흘려보낸 것들이 여유로워지니 하나씩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일까? 이제 와서 왜 할 필요도 없는 후회를 굳이 하고 있는 건지.


다시 하면 잘할 생각 있어?라고 나에게 다시 묻고 있는 중이지만 다시 해도 똑같을 거 같다.

그럼 후회나 하지 말던가...



어떻게 이 시간을 활용할 수 있을지도 알고 있다.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피아노를 치고 공부를 하고.


집에서만 생활하는 데서 오는 무력감이라면 밖으로 나가야 한다. 도서관을 가고 카페를 가고 집에서만 있는다면 똑같을 것이다. 소셜 네트워크 사용 시간을 줄여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가 짧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려면



없던 의지라도 다시 끓어 모아야 할 것 같다.

나의 잉여 생활은 길어질 텐데 벌써부터 지치면 큰일이잖아?


알고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 규칙들을 지키는 것이 메인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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