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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경 Sep 02. 2019

우울한 오늘, 2nd September.

반강제 애견인에서 일반인으로, 



일기예보에 이번 주 내내 비가 온다고 되어있었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아침에 일어나 밖을 보니 날씨는 혼통 흐렸고 몸은 찌뿌둥했다 그 덕에 기분도 꿀꿀해졌다.  아마 어제저녁의 연장선이었겠지. 


내가 미라 때문에 울고 있다니...

정말 짜증 나는 현실이다. 


미라는 나의 개가 아니다. 정확히는 에디의 강아지. 

멍멍이를 좋아하지 않는 나는 개를 키울 생각이 1도 없었다. 하지만 스위스에 와서 나트의 가족과 함께 

살다 보니 어쩌다 반 애견인이 된 상태. 


거기다 직장이 없는 나는 주로 집에 있었기 때문에 미라와 함께 하는 시간도 길어졌다. 

에디는 말도 없이 개를 집에다 놔두고 가기 일수였고, 말했다고 해도 할 일 없는 나는 뭐, 미라랑 같이 있었어야 했었다. 


그러다 보니 나의 생활은 나 + 미라가 주였다. 미라가 없었다면 하루 종일 집에 있었겠지만 미라와 함께여서 산책을 목적으로 3시간에 한 번씩 나가서 동네도 걷고, 그렇게 큰 개똥도 줍고, 평온하던 일상에 말안 듣는 개린이 때문에 소리도 지르고 신경전도 벌이고 그렇게 7개월을 보냈다.  


미라는 1살 하고도 3개월, 아직 어린 데다 레트리버라 덩치도 크고 에너지도 넘쳤다. 

가리키고 배우고 있긴 하지만 내가 감당하기엔 조금 벅찰 때도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물을 때는 항상 "나는 애견인이 아니다. 나는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말하고 다녔지만 결국에 미라를 제일 많이 쓰다듬어 주는 것도 내가 되었다. 


그리고 이런 일상에 변화가 생긴 건 미라의 주인인 에디 때문이다. 카샤(시엄마)와 에디는 레스토랑과 호텔을 운영하는데 둘 다 워커홀릭이다. 한번 레스토랑에 가면 집에 올 생각을 안 한다. 처음 미라를 데리고 왔을 때도 이런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강아지가 있으면 집에 더 빨리 와서 보겠지, 일을 줄여야지 하고 


하지만 그사이에 내가 오고 또 다른 강아지를 볼 사람들이 생기자 맘 편히 일하고 집에 늦게 오고,,,

나는 나대로 작지도 않는 개랑 산책 다니고 똥 치운다고 스트레스받고 그러다 며칠 전 미라와 2시간 정도 산책을 다녀왔는데.. 그날은 정말 미라가 내 말은 진짜 1분도 안 듣고 행동하는데 집에 와서 뻗어버렸다. 



그러자 카샤가 이제는 정말 안 되겠는지 미라를 입양해 갈 수 있는 친구들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내일 그 집에 들르기로 했다. 



흠...




그 집은 농장 근처라 맘껏 뛰어놀아도 위험하지 않을 거 같았고, 집에서 일하시는 분이라 산책도 언제든지 가능할 거 같았고, 미라가 그 집에 간다면 더 이상 레스토랑 사무실에 있지 않아도 돼서 여로므로 좋을 거 같았다. 

근데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은 왜 또 그게 아닌지, 어제저녁엔 내가 방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고 도로로 내려온 미라를 보고 눈물이 터져버렸다. 감당할 수 없을 꺼란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스위스 생활 7개월 동안 제일 친한 친구였다고 해야 하나... 


막상 간다고 하니 너무 슬픈 감정이 먼저라...


2개월 전엔 한국에서 기르던 고양이도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나이가 들어 신장 쪽에 문제가 생겼고 동생이 병원을 가고 수액을 맞추고 입원도 시켰지만 결국엔 무지개다리를 건너버렸다.  



다시는 키우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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