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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경 Nov 20. 2019

유럽의 인종차별

유럽 살이 4년 차가 느끼는 유럽의 인종차별



한날은 친구와 통화를 하다 친구가 갑자기 말했다.


“유럽은 인종차별 전다며? 한 번도 가본 적은 없는데 그런 이야기 들으니깐 더 가기 싫더라!”


“응?”


질문도 아닌 확신의 찬 이야기에 조금 뻥찌긴 했지만 그리 생소한 주제도 아니었다.

유튜브를 봐도 블로그를 봐도 유럽의 인종차별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나오는 주제이어서 나도 이리저리 유튜브를 보다 유럽의 인종차별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들었다.

아름다운 유럽의 풍경을 뒤로하고 나오는 그리 유쾌하지 않은 주제.


인종차별.


그럼 나의 경험은 어떠할까? 나름 유럽에서 4년째 살아가고 있는데 나는 그런 경험이 없을까?


아니라고 하기엔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지만 뚜렷하다고 하기엔 애매모호한 점이 있다. 그래도 굳이 대답하자면 난 아니라고 대답하고 싶다.

물론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고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기에 정확하게 흑, 백으로 대답할 수는 없지만 내가 느끼는 유럽의 인종차별은 10퍼센트 정도?


 

예를 들자면, 예전 아일랜드 커피숍에서 알바를 할 때 내가 주문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리쉬 할머니는 내가 아닌 내 뒤에 아이리쉬에게 본인 주문을

말한 거?  홈스테이 하는데 우리 홈맘에게 옆집 아줌마가 내가 새로 온 베이비시터냐고 물어봤던 거?


이 정도가 내가 생각하는 인종차별을 겪어본 일.


아, 최근엔 버스 정류장에 서있는 버스를 타려고 문 여는 버튼을 눌렀는데 버스가 그냥 가더라.

쭈뼛쭈뼛.  내가 아시아인이라서 그냥 가나?라고 혼자 생각하고 며칠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러다 곧 생각이 바뀌는 계기가 있었는데 며칠 후 똑같은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본 풍경 때문이다. 버스 한 대가 서 있었고 어떤 스위스인이 버스 문을 열기 위해 버튼을 눌렀는데 버스 문은 열리지 않고 버스가 그대로 갔다. 그 후로도 몇 번의 반복되는 풍경을 보고 깨달았다.


아, 버스가 닫히고 나면 다시 열리지 않는 거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별거 아닌 일이었다. 조금 늦은 간발의 차로 버스를 놓친 작은 해프닝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이런 작은 해프닝에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하는 나의 생각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내가 아시아인이라서 잘못한 일은 하나도 없고 어디에서도 꿀릴 것 없는 나인데 가끔 이런 작은 해프닝을 겪을 때마다 나오는 이 인종차별이라는 생각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또한 나는 살면서 느끼는 점이라 그 잘못된 경험이나 생각을 바로 잡을 기회가 있는데 여행을 와 잠깐 유럽을 즐기고 가는 사람들에겐 나만큼의 시간이 없는데 그들은 어디서 그런 것들을 바로잡아야 할까?


음식 계산을 하려고 웨이터를 계속 기다렸는데 30분이 넘어서야 오더라.라는 이야기부터 아시아인들은 1층에 받기 싫어서 굳이 지하로 내려보내더라.

등등 아주 많은 인종차별의 사례를 들었고 분명 그들은 기분이 좋지 않았을 것이다. 내 돈을 써가며 기분 나빠야 할 이유는 아무 데도 없고 또 우리 한국문화는 뭐든지 빨리빨리 착착착, 진행되는 것이 정석인데, 기다리다 보면 지치기도 할 것이고,


근데, 이런 일들은 우리 가족에게도 몇 번 일어났던 일이다. 가족단위로 외식을 하면 4명의 스위스인과 1명의 한국인으로 구성된 우리 가족들도 계산을 하기 위해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해서 짜증 났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나만 있었다면 분명 이건 인종차별이야라고 생각했을 일들이 다수였지만 우리 가족 구성원은 다수가 유럽인이어서 우리 테이블에서 계산이 늦는다며 인종차별을 겪었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니면 모국어를 최고로 생각하고 같은 유럽인들 사이에서도 콧대 높기 유명한 프랑스인들에게 영어를 쓰지 않는다고 인종차별이라고 말하면

프랑스인들은 전 인류를 대상으로 인종차별을 하고 있는 것일까?


먹는 것도 다르고 쓰는 것도 다르고 생각하는 것도 다른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은 우리와는 너무나도 다른데 이런 것들은 조금 생각하지 않은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나 역시도 인종차별이라는 단어에 그리 자유롭지 못한다고 느낀다.

우리나라보다 가난한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태어났다고 우리가 더 났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같이 공부하는 같은 처지의 태국인 여자에게 나는 너와 다른 상황이야 라고 혼자 생각하기도 했다. 그저 다른 곳에서 태어났을 뿐인데.


그러다, 아 아직 덜 배웠구나 생각하며 애써 생각을 지워버리기도 했다.


혹은 신랑이 말하는 한국 사람들의 역 인종차별을 생각하면. 어르신들은 마냥 신기해서 하는 이야기지만 외국인들을 향해 코쟁이 노란 머리 등등 이야기하는 것도 그렇고

당연하게 손을 잡고 터치를 하고, 그들 입장에선 이러한 행동들도 똑같은 인종차별이 아닌가?


손님이 최고이고 왕인 청결 제일주의 한국인이 유럽으로 여행을 오면 불편한 일들이 많아진다. 본인이 쓴 돈에 비해 서비스도, 청결도 전부 별로이니깐.

유럽의 위생관념은 진짜 너무 달라 나도 아직 적응 안 되는 중이긴 하다.


근데 그럴 때마다 기분을 망치는 것보다 나는 간단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아, 저 사람은 아직 못 배워서 저렇게 생각하는구나. 예의 없는 다시는 보지 않을 사람 때문에 괜히 내 기분 망치지 말자. 아니면 아, 이건 우리랑 달라서 그런 거구나

라고 간단하게 생각하고 잊어버리려고 한다.



간단하게 생각하고 넘겨 내 여행을 조금 더 즐기기 위해서.

혹은 똥 멍청이 못 배운 사람들 때문에 내 여행을 망치지 않으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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