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귀신이 된 기분이었다.
주말 아침이었다.
남편의 얼굴이 잔뜩 부어 있었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했다.
그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넓었던 어깨는 좁아진 것 같았고,
굽은 등과 축 늘어진 어깨, 귀와 꼬리가 달린
큰 곰 한 마리가 앉아 있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이 낯설어서,
나는 잠깐 웃음이 나올 뻔했다.
그런데 그는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밀크가 죽었데"
엄마가 키우던 강아지가 죽었다고 했다.
그는 아이처럼 말했다.
나는 그게 잘 이해되지 않았다.
자기가 키우던 강아지도 아니고,
일 년에 몇 번 보지 못한 강아지인데
저렇게까지 무너질 수 있는 일인지.
힘없이 앉아 있는 그를 보며
나는 오히려 더 냉정해졌다.
내가 울던 밤에는 그는 아무렇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조금 떨어져서 그를 바라보다가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죽으면,
그가 저렇게 있을까.
그에게 차가운 마음이던 나는 갑자기
귀신이 된 기분이 들었다.
만질 수도 없고,
안아줄 수도 없고,
그저 남겨진 사람의 얼굴만 바라보는.
며칠전 병원에서 좋지 않은 검사 결과를 들었다.
치료법이 없는 의사는 검사 결과를 보고 내게 말을 아꼈다.
올라야 할 수치들은 뚝뚝 떨어지는 그래프와 함께 내 시선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는 남편보다 먼저 사라질 것이다.
그 사실보다 더 두려운 건,
남겨질 사람의 얼굴을
미리 봐버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의 옷자락을 붙잡고 말했다.
“이혼해주라. 나 놓아줘.”
이상하게 그 말을 꺼내자 숨이 쉬어지는 기분이었다.
“농담하지 마.”
그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말했다.
“농담아니야. 너 행복한 삶 찾아.”
“밥이나 먹고 생각해.”
그는 늘 그랬다.
피하고 싶을 때는
무언가를 먹자고 했다.
나는 병원에 다녀온 뒤
통 입맛이 없었지만,
그는 잘 먹었다.
퉁퉁 부은 눈, 흐트러진 머리, 멍한 눈빛, 그동안의 허기짐을 달래는,
꼭 겨울잠에서 깬 곰 한 마리 같아서.
또 웃음이 났다.
이상하게도.
그는 역시 참 잘 먹었다.
나는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러다 다시 기분이 묘했다.
내가 사라진 뒤에도
그는 그렇게 밥 먹고
살아갈 것 같았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나는 늘 떠나는 쪽에 서 있었지만,
한번도 가벼웠던 적은 없었다.
떠난다는 건,
더 많이 남아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 자리에서,
떠나지 못하는 귀신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