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지 못한 문장

구석에 남겨진 것

by 그래미

그가 집으로 돌아올 때면

집 안의 냄새가 달라졌다.

처음 맡는 향이었다.

하지만 그 향은 금세 사라졌다.


그의 도는 차가웠고, 말은

“응.” 아니면 “아니.” 만 반복했다.

그 사이에 남는 건 늘 침묵이었다.

짧은 말들은 차갑게 식어갔다.


그를 볼 때마다 등 뒤에서 따뜻한 불빛이 비쳤다.

하지만 지금은 그 빛이 보이지 않는다.


예전의 그는 늘 물었다.

“내 휴대폰 어딨지?”


하지만 지금은 잠옷 주머니에서 조차 꺼내놓지 않았다.

얇은 주머니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왔다.

빛은 내게 어떤 신호를 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것일까.

하지만 나는 모른 척했다.


창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걸었다.

나는 그 사이에 서 있었다.

한 걸음도 떼지 못한 채.

내가 따라가던 발자국은,

점점 하얀 눈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햇살이 들어오는 주말 아침이었지만

씻을 이유를 찾지 못했다.

텅 빈 방안을 둘러보다

창문 틈으로 스며든 바람을 느꼈다.


구석에 놓인 책장이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다.

조금 읽다 만 페이지가 그대로 펼쳐진 채로.


그의 모습을 보며 나는 를 떠올렸다.


바쁘다며 엄마에게 등을 돌리던 순간들.

배추 된장국을 끓이던 엄마에게

“먹기 싫어”라고 말하고 돌아섰던 날.

따뜻한 김이 펴오르던 된장국은 빠르게 향을 잃고 식어갔다.


어떤 날은

엄마 입에서 술 냄새가 났다.


나는 알면서도 묻지 않았다.

새를 맡고도 고개를 돌렸다.

“입맛이 없네.”

그 말을 남기고 밖으로 나갔다.


엄마 손에서 움직이던 접시들이

그 자리에서 멈췄다.

미세하게 떨리던 목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전화벨이 울렸다. 엄마였다.

나는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벨이 울렸다.

그는 받지 않았다. 방 안은 조용했다.

나는 다시 조용한 방안을 둘러보았다.


구석에서 책장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오늘 그 페이지를 조심스럽게 넘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