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

by 그래미

걸음을 멈추었다.

창문에 비친 햇살이 가게 안에 걸려 있는 웨딩드레스를 내게 입혀주었다.

창문을 손으로 어루만졌다.

드레스를 처음 본 사람처럼.

잠깐, 미소가 번졌다.


집으로 돌아와 방안을 둘러보았다.

사진한장 조차 없다.

누가 사는 집인지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집마다 하나쯤은 있던 가족 사진.

서로 같은 곳을 보고 맞닿은 얼굴들.


결혼식은 하지 못했다.

괜찮다고 했지만

반지조차 없는건 서운했다.


서랍을 조심히 열었다.

작년에 혼자 산 가느다란 반지를 조심히 꺼내 한참을 손 위에 올려 보았다.

다른것에는 없는 해맑은 깨끗한 반짝임.


손가락에 끼웠다.

차갑고 단단했다.


'이게 뭐라고.'


하지만,


손으로 입을 가리고

수줍게 웃는 내 미소를 함께 느끼는 이 작은 동그라미.

내 눈물을 같이 훔치며 함께 해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