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화이트

by 그래미

처음 가보는 동네를 걸었다.

같은 형태로 하얀 집들과 빨간 벽돌 집들이 굽은 길을 따라 줄지어 있었다.

모두 같은 모양의 집들이 지루할 법도 한데,

그 집들은 굽어가는 길들을 따라 제각기 춤을 추는 것 같아, 눈을 떼지 못했다.


카페에 들어가 바깥 풍경을 잠시 바라보았다.

새로운 분위기에 취했을까,

낯선 언어들 사이에 앉아 있으니,

어딘가 익숙한 것에 기대고 싶어졌다.

"플랫화이트 플리즈,"


이 말을 하고 나도 모르게 손으로 입을 틀어막아버렸다.

끊은 커피를 주문하고 말았다.



탄탄하고 촘촘한 우유거품이 입속 가득 들어왔다.

손과 심장이 떨릴 걸 알면서도 내려놓지 못했다.


커피가 반쯤 남자, 나는 커피잔을 멀리 떨어뜨려놓았다.


오지마.

저리가.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서두르듯 홀짝 마셔버렸다.

빈 잔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푹자고 일어난 하루.

따뜻한 물에 샤워하던 순간들.

침대에 엎드려 책을 한장씩 넘기던 하루.

달콤한 꿀차의 목넘김을 느끼던 순간들.

작은 벌이 내 차위에 앉아 숨을 몰아쉬던 날.

꿀을 주니 긴 대롱이가 나왔다.

정신없이 먹더니 힘차게 통통한 엉덩이를 흔들며 날아갔다.


비어버린 커피잔을 바라보았다.


카페를 나왔다.

길 건너편에 다른 카페가 있었다.

길을 걸었다.

또 카페를 마주했다.

더 좋아보였다.

더 따뜻한 커피가 있을것만 같았다.

고개를 돌렸다.

그 옆에도 카페가 보였다.


하지만 나는 계속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