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랑크뤼 Nov 30. 2019

미국 서부 여행 - 솔트레이크 시티, LA 게티센터

미국 서부 여행 - 솔트레이크(Salt Lake) 시티, LA 게티(Getty) 센터


옐로스톤에서 3박 4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솔트 레이크 시티(Salt Lake City)로 향한다. 솔트 레이크 시티는 유타(Utah) 주의 주도로, 바닷물보다 더 짠 소금물 호수(이스라엘의 사해보다 더 짜다고 함)가 있고 모르몬교의 총본산이 있는 곳이다. 우리에게는 2002년 동계 올림픽으로 친숙해진 곳이기도 하다. 아침을 먹고 서둘러 출발했는데도 솔트 레이크 시티에 도착하니 벌써 오후 5시다. 모르몬교의 상징인 템플 스퀘어(Temple Square)를 서둘러 찾아간다.



템플 스퀘어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무료 투어 가이드가 있어 교회 내부를 둘러볼 수 있었다. 건물에 들어가자 모르몬교 창시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조형물들이 있었고 모르몬교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전시장을 지나 그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파이프 오르간이 있는 예배당으로 이동했다. (지금은 경쟁적으로 더 큰 파이프 오르간을 만들어서 세계 14위로 밀렸다고 한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예배당에 들어가니 저 아래쪽 벽에 금색으로 빛나는 무언가가 있다. 바로 우리가 보고 싶어 하던 파이프 오르간이다.



파이프의 개수가 자그마치 11,624개란다. 계단을 따라 아래로 계속 내려가자, 그 커다란 악기가 완전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 크기가 어마어마하게 커서 얼마나 웅장하고 깊은 소리를 낼 것인지 가히 짐작하기 힘들다. 그저 아이들의 기념사진을 찍어준다.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듣지 못해 아쉬웠지만, 그래도 세계에서 가장 큰 파이프 오르간을 볼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하고 건물을 나왔다. 차를 몰고 숙소를 가려는데 벌써 저녁 시간이다. 뭘 먹을까 고민이 되었다. 서부 여행 동안 줄곧 먹었던 스테이크와 햄버거는 이제 물릴 대로 물려 한식이 간절했는데, 마침 저 앞에 한국식당 간판이 보인다. 미국까지 와서 한식을 먹을 생각이 없었던 터라 잠시 망설였지만, 필자도 모르게 차는 한식집 앞으로 향한다.


식당 이름은 ‘Korea House Restaurant’ 굳이 번역하자면 ‘한국 집 식당’이다. 이름이 좀 어색하기도 하고 건물도 허름하여 별 기대 없이 들어갔다. 뭐 먹고 싶냐고 아이들에게 물어봤는데 큰아이는 순두부, 둘째는 육개장을 시켰다. 각자 취향대로 시킨 메뉴. 기대는 크게 없었는데 웬걸? 하나하나가 다 맛있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미국 와서 먹어본 음식 중 제일 맛있었단다. 엘 케피탄 스테이크가 맛집 1등 자리를 내주는 순간이었다. ㅎ

허기를 채우고 나서 식당 이름을 다시 확인해보니 ‘고려장’이라는 한국말 이름이 있었다. 주인장에게 정말 맛있게 먹었다고 인사를 드리고 기분 좋게 숙소로 돌아왔다.



LA공항 > 그랜드캐니언 > 모뉴먼트 밸리 > 아치스 > 브라이스캐니언 > 자이언 캐니언 > 라스베이거스 > 데스밸리 > 세쿼이아 국립공원 > 요세미티 > 샌프란시스코 > 솔트레이크시티 (비행기로 이동) > 옐로스톤 국립공원으로 숨 가쁘게 이어졌던 일정은 이렇게 마무리되고, 이제 다시 비행기를 타고 LA로 돌아간다. 3일 밤을 친척 집에 묵으며 LA 근교를 돌아보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려 한다.




LA 공항에 도착해 다시 렌트를 했다. 짐도 많이 줄었고, 비교적 짧은 여행이라 경비를 아끼기 위해 준중형급 승용차를 예약했다. 이제는 미국에서 렌트를 하는 데에도 제법 익숙해져서 렌터카 직원에게서 건네받은 키를 들고 차가 있다는 주차 구역을 찾아갔다. 그런데 중소형차는 없고 7인승 밴이 떡 하니 있는 것이었다. 계약했던 등급의 차가 없어 직원에게 물어보니 기종이 무료로 업그레이드되었단다. 이런 행운이.. 같은 조건과 가격으로 7인승 밴을 빌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신나 하는 아이들을 태우고 친척 집에 도착해 오랜만에 휴식을 좀 취하면서 LA 일정을 짜 본다. 둘러볼 곳은 정말 많았지만 이틀간의 일정 동안 아이들의 나이를 고려해 첫째 날은 게티 센터, 둘째 날은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LA 천문대를 방문하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여유롭게 게티(Getty) 센터로 향했다. 미국의 석유 재벌 J. 폴 게티의 개인 소장품과 기금을 바탕으로 조성된 미술관인데, 무려 1조 원이 넘는 공사비를 투입해 10여 년에 걸쳐 공사한 끝에 1997년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건물도 멋지고 주변의 경관도 훌륭하여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받는 곳이다. 형님네 아이들과 우리 가족이 함께 찾은 게티 센더. 트램을 타고 올라간다.



트램을 타고 언덕을 올라가면 멋진 베이지색 건축물들로 구성된 게티 미술관이 나오는데 동서남북 4개의 건물과 1개의 특별전시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대 그리스 로마 미술 작품부터 시간의 흐름에 맞춰 각종 미술품을 전시해 놓았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공원이 조성되어 관람에 지친 사람들에게 멋진 휴식 장소를 제공한다.



미술관으로 들어가면 섬세한 조각 작품들이 지천으로 널려있다. 작품의 표정도 너무 생생해서 그 시절 땀 흘리며 조각품을 다듬던 작가의 숨결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그림책에서나 보던 유명한 작품들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이 멋진 작품을 보는 데 드는 비용이 무료라는 것이다.



특히, 고흐가 그린 작품 <아이리스>는 시가 600억 원이 넘어 그 주변에는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항상 사람들로 북적인다.



필자의 시선을 계속 붙잡던 작품이 하나 있었다. 개인 소장품이라고 하였는데 작가가 누군지 모른다고 한다. 앳되어 보이는 소녀의 표정을 담은 작품으로 무심한 듯 보이지만  무언가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이 그녀를 감싸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걷다가 다리가 아플 때쯤 밖으로 나와보면 언덕 아래에 펼쳐진 LA의 풍경을 볼 수 있고,



나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미술관을 돌아다니다 보면 아이들과 함께 사진도 찍고 체험학습을 할 수 있는 공간이 군데 군데 마련되있다.



그중에 특히 누구나 스케치 체험을 할 수 있는 갤러리가 있는데 그 이름은 ‘더 스케칭 갤러리’.



조각상들이 여러 개 있고, 각자 마음에 드는 조각상 앞에 앉아 스케치를 할 수 있게 해 놓았다. 장난치던 아이들이 자기만의 작품을 그리기 위해서 열심이다.



둘째가 선택한 조각상은 좀 난해한? 동작을 취하고 있는 작품인데 과연 어떻게 그려낼지... ㅎ



완성된 작품은... 중요 부위를 손수 모자이크해 주시고, 그리기 어려운 얼굴도 패스. 진우다운 작품이다. 아이들이 그림을 완성하여 관리인에게 가져가면, 그림을 확인하고 스탬프를 찍어준다.



이렇게 이렇게 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보면 아이보리색 건물과 푸른 하늘이 또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되어 우리를 반긴다.



이 엄청난 작품들을 기증하고, 또 그 유산으로 지금까지 무료 개방의 원칙을 지키며 미술관을 잘 가꿔온 그들을 보고 대한민국 재벌들과는 뭔가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을 다시금 곱씹어 보게 된다. 내일은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LA 천문대로 간다.




Charles Samuel Keene (10 August 1823 – 4 January 1891) 


매거진의 이전글 미국 여행 - 옐로스톤 국립공원 (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