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숯이 다이아몬드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압력과 시간처럼
일에서 나는 속도를 우선시한다. 대부분의 경우 완벽함보다는 신속함을 택하는 편이다. 80%의 완성도로도 충분히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나머지 20%를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과연 효율적일까?
하지만 예외가 있다. 절대로 품질을 양보해서는 안 되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 쓰기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언어라는 그릇에 담아 타인에게 전달하는 행위다. 특히 책이라는 매체는 한 번 세상에 나오면 되돌리기 어려운 영속성을 갖는다. 독자는 그 글을 통해 저자의 사고와 만나게 되고, 때로는 삶의 방향까지 영향을 받기도 한다. 이런 무게감 앞에서 '적당히'이라는 단어는 설자리가 없다.
'피로 쓰라'는 옛말이 새삼 와닿는다. 글 한 줄, 한 단어에 자신의 진심을 담아내라는 뜻이리라. 키보드 너머로 전해지는 것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글쓴이의 치열한 고민과 성찰의 결과물이어야 한다는 것을.
퇴고는 그래서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처음 써 내려간 문장들을 다시 읽고, 또 읽고, 더 나은 표현을 찾아 바꿔가는 과정. 이 반복 속에서 글은 조금씩 자신만의 빛을 발하게 된다. 마치 숯이 다이아몬드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압력과 시간처럼.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는 확신에서 오는 마음의 평온함. 그 평온함을 얻기 위해서는 때로 속도를 늦추고 품질에 집중해야 한다. 오늘도 한 문장을 쓰고 지우고, 또 쓰고 지우며 그 평온한 순간을 기다린다.
사진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