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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남긴 선물들

기꺼이 받겠다

by 이열

요즘 들어 눈이 침침한 날이 잦다. 거울을 보면 흰머리 존이 확연히 눈에 띈다. 여름 더위에 기력이 떨어지는 일도 경험한다. 이런 변화들을 마주할 때마다 문득 깨닫는다. 아, 나도 나이를 많이 먹…


처음에는 착잡했다. 멀어져 가는 젊음을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는 기분. 시간이 지나면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저항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 그것을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냥 체념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낡아가는 몸을 더 오래, 더 건강하게 데리고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에 집중하려고 한다. 잘 먹고, 잘 자고, 꾸준히 운동하기.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런 기본적인 것들이 사실 가장 중요하다는 걸 나이가 들면서 깨달았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지금 이 순간을 더 소중히 여길 수 있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해서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나이 듦을 대하는 내 방식이다.


몸은 조금씩 변해가지만, 그 안에 담긴 경험과 깨달음은 더욱 깊어진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나이 듦도 나쁘지 않다. 시간이 남긴 선물들, 기꺼이 받겠다.




사진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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