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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건 Mar 28. 2024

번외편 – 어제 산 책 1

<68혁명의 또 다른 이야기>, <괄호 밖의 여성 철학자들>


<Das andere Achtundsechzig : Gesellschaftsgeschichte einer Revolte>, Christina von Hodenberg, 2018


독일 영화 <바더 마인호프 Der Baader Meinhof Komplex>는 1970년대와 80년대 독일 사회를 흔들었던 극좌파 테러 집단 적군파를 다룬 역사 영화다. 이 영화는 68혁명에 대한 내 첫인상을 결정했다. 1970년부터 테러를 시작한 적군파는 68혁명의 영향 아래 탄생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초반, 68혁명의 현장이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영화의 첫 장면은 실트섬에 있는 나체 해변에서 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60년대 독일에서는 나체문화(FKK, Feikörperkultur)가 크게 유행했다. 아이들마저 발가벗고 뛰노는 자유로운 나체 해변의 모습이 당시 나에게는 매우 생경했다. 그러고는 주인공 울리케 마인호프가 백사장에서 잡지를 읽고 있는 모습이 나타난다. 빠르게 지나간 화면 위로 이란의 왕이 독일을 방문한다는 표제가 눈에 들어온다.1967년 이란 팔레비 2세의 서독 방문은 서독의 학생운동이 격렬해지는데 도화선이 되었다. 이란의 독재 정권에 반대하던 대학생들은 시위를 벌였고, 벤노 오네조르크는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그 후 학생들은 “국가가 우리 모두를 향해 총을 쐈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영화 속에는 시위 장면 외에도 총격 장면, 독일 68혁명의 상징 루디 두치케의 연설 장면, 그가 총에 맞는 장면 등이 등장한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영화의 시작은 68세대의 두 가지 중요한 특징을 보여준다. 성적 급진성과 정치적 급진성. 다시 영화의 첫 장면을 돌이켜보면 68혁명에 영향을 준 대표적 책 중 하나인 빌헬름 라이히의 <성혁명>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영화에 등장하는 젊은 세대의 모습에서 나는 엄숙한 정치적 사명감보다는 자유로움과 급진성을 더 많이 읽어냈다. 그리고 독일 68혁명의 주요 특징 중 하나인 세대 갈등 또한 영화 속에 등장한다.


내가 <68혁명의 또 다른 이야기>를 구매하게 된 이유는 68혁명이 독일의 일상 문화와 의식 구조에 미친 영향력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86세대와 서구의 68세대를 종종 비교하기도 하지만, 86세대의 정치와 68세대의 문화에는 큰 차이가 있다. 지금에 와서 미디어에 비친 68에는 급진적이고 자유로운 문화적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68혁명의 또 다른 이야기>는 젊은 남성 중심의 68혁명 서사를 벗어나, 당시의 여성들 그리고 자녀 세대를 바라보는 부모 세대의 생각을 집중 조명하고 있는 책이다.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책을 통해 68 시대에 사회 전체의 의식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조금 더 다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ausgeklammert]: Die Philosophinnen der Frankfurter Schule – eine unerhörte Geschichte>, Henriette Hufgard/Kristina Steimer, 2023


<[괄호 밖으로 내몰리다]: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여성철학자들 – 들려지지 않은 이야기>도 따지고 보면 68혁명에 관한 책을 찾다가 눈에 들어온 책이다. 애초에는 프랑크푸르트 학파와 68혁명의 연관성을 설명하는 책을 찾으려 했지만, 해당 책의 제목을 보고는 사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내가 프랑크푸르트 대학을 선택한 이유는 한국에서 학부 졸업 논문으로 아도르노에 관한 것을 썼다는 사실과는 별로 관련이 없다. 개인 사정상 선택할 수 있는 지역이 많지 않았다. 프랑크푸르트 대학 시절 프랑크푸르트 대학 철학과 및 사회과학 연구소와 연결되어 있는 학자 군의 폭이 생각보다 넓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들이 다루고 있는 주제도 매우 다양해 나에게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도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더 이상 프랑크푸르트학파라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무의미할 수도 있다. 프랑크푸르트 사회과학 연구소의 소장이 외부적으로 프랑크푸르트학파를 대표하던 시절도 악셀 호네트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어쩌면 이미 오래전부터 프랑크푸르트 사회과학 연구소는 다양한 학자들이 연결되어 있고, 스치듯 지나가는 종합 연구센터의 의미만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이곳을 스쳐 간 학자들은 혹은 학생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각자의 길을 갔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유명 남성 철학자들의 이름으로 대표되는 프랑크푸르트학파를 이곳과 연관 되어 있는 여성 철학자들을 통해 다시 설명하려는 이 책의 시도가 매우 반가웠다. 철학자도 승자 독식을 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그리고 남성 저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학술서로 가득 찬 지식인의 책장에 분노를 표하던 친구의 목소리가 책을 선택하는 데 한몫을 했다.





해당 번외 편은 최근 산 책 중, 구매의 이유가 명확했던 책에 관한 기록이다. 실제로는 어제 산 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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