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을 시작하기 전에 ]
소득 수준이 변화됨에 따라서 소비 수준도 함께 올라간다는 말이 있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작은 집에서 살던 사람이 열심히 노력해서 큰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큰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더라도 예전처럼 절약하면서 살면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단칸방에서 살 적에는 가구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했고 좁은 공간으로 인해서 작은 책상 하나에 옷이라던지 개인의 짐을 이렇게 저렇게 걸어두고 살아야만 했다. 하지만 새로운 집은 방이 세 개에 화장실도 두 개나 되어서 예전과는 달리 여러 가지 물건을 구입해도 공간이 충분했다.
처음에는 꼭 필요한 물건만 구입하기로 한다. 예를 들어 단칸방에서는 공간의 협소함으로 인해서 이불을 깔고 잠을 잤는데 이제는 매트리스에서 잠을 자기로 한다. 매트리스만 하나 구입을 하기로 했는데 매트리스와 함께 침대틀도 구입하기로 했다. 침대틀을 구입한 이후에는 화장대도 하나 있으면 편할 것 같아서 화장대도 구입을 했다.
화장대를 구입했더니 최신식의 헤어드라이어가 필요해 보여서 헤어드라이어도 세트로 하나 구입을 했다. 여기까지는 조금 연계가 있는 듯한데 공간이 남으니 그전부터 사고 싶었던 공기청정기도 하나 구입을 한다. 여름철이 다가오니 에어컨도 스탠드형과 벽걸이형을 사기로 했다. 거실에는 TV도 그럴듯하게 대형으로 하나 구입을 했더니 매달 납부해야 하는 카드 할부 값이 만만치가 않게 되었다.
처음에는 큰 집에 와도 예전처럼 알뜰하게 살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소비를 점차 확대해 나가고 말았다. 이런 현상을 마케팅에서는 디드로 효과라고 하는데 현대 사회의 소비 생활을 관통하는 효과로 보인다.
그런 디드로 효과가 무엇인지 어떻게 우리 삶에 접목되고 있는지 주는 교훈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Ⅰ. 디드로 효과란
먼저 디드로 효과의 정의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 보도록 하자. 디드로 효과는 하나의 물건을 사고 나서 그 물건에 어울릴 만한 물건을 계속 구매하여 또 다른 소비로 이어지는 현상을 일컫는 용어다.
디드로 효과는 18C 프랑스의 철학자 드니 디드로(Denis Diderot, 1713~1784)가 에세이 『나의 오래된 가운을 버림으로 인한 후회(Regrets on Parting with My Old Dressing Gown)』에 수록한 일화에서 유래되었다.
작품 속에서 디드로는 친구가 준 세련된 빨간 가운과 자신의 낡은 물건들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는 가운과 어울리도록 의자, 책상 등을 빨강 계열의 새 것으로 바꾸다가 마침내 모든 가구를 바꿨다. 결국 돈을 낭비한 그는 자신이 빨간 가운의 노예가 되었다며 우울해했다.
디드로 효과는 소비 심리학적 관점에서 제품과 연관된 소비자의 정체성, 사회적 지위·역할과 같은 자기표현의 수단으로써의 제품, 구매의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 즉 특정 제품으로 자신을 나타내고 동일시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욕구는 제품의 성능이나 필요 여부와 관계없이 특정 제품에 대한 선호, 그와 어울리는 추가적인 제품의 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Ⅱ. 디드로 효과의 예시
디드로 효과의 연쇄 구매라는 점을 마케팅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하나의 제품을 사용해보고 삶의 편의성이 확대되고 만족감이 높아지면 같은 브랜드의 제품을 연속해서 구매하게 만드는 것이다.
디드로 마케팅의 예시로는 애플을 들 수 있다. 애플은 전체 제품의 일관된 이미지와 디자인으로 아이폰 하나를 구입하면 연관된 다른 제품들이 자연스럽게 연이어 구매될 수 있도록 제품의 통일성을 유지했다. 예를 들어 아이폰을 산 소비자는 아이폰을 사용하면서 불편함을 느끼게 될 경우 조금 더 큰 화면에서 즐기고 싶어 진다. 이때에 아이패드를 구입해서 기존 기기와 연동해서 즐길 수 있다. 이렇게 애플 기기에 적응이 되고 난 뒤에는 전문가적인 IT기기의 활용을 위해서 맥북도 구매하게 된다.
이뿐 만이 아니다. 몇 년 전부터 출시된 애플의 무선 이어폰인 이어 팟은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 초기 출시 때에는 디자인에 대해서 왈가왈부 말이 많았지만 결국 시대를 앞서가는 디자인이었다는 것이 판명되었고 지금은 누구나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이어폰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디드로 효과는 한 개의 브랜드의 연쇄적인 판매를 이끌어 낸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된다.
디드로 효과는 같은 브랜드 내에서의 판매에 영향을 주는 것 외에도 제품 간의 조화를 추구하는 크로스 브랜딩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특히 패션 분야에서 디드로 효과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이 활발하다. 이를 테면 온라인 쇼핑몰에서 모델이 옷을 입고 착용샷을 찍을 때 자사의 제품으로 코디를 한 뒤에 해당 제품에 어울리고 매칭 하기 좋은 패션 아이템을 자연스럽게 보여주어 디드로 효과를 통한 충동구매를 유도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여성 정장 브랜드에 잘 어울릴 만한 가방을 매칭 한다던지 남자 바지와 매칭이 잘 되는 벨트를 추천한다던지 하는 식의 전달방법이 디드로 효과의 예시라고 볼 수 있겠다.
또는 토털 패션으로도 발전되어서 커플이 함께 옷을 맞춰 입는다던지 혹은 비슷한 액세서리를 구입해서 차고 다니는 경우나 가족 전체가 비슷한 옷을 입고 사진을 찍는 것도 디드로 마케팅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겠다.
Ⅲ. 디드로 효과의 장점과 단점
지금까지 알아본 디드로 효과는 연쇄 구매를 일으킨다는 마케팅적인 접근방식으로 해석이 된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디드로 효과는 제품의 연속 구매를 불러와서 고객의 충성도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고객의 충성도는 소비자 구매층을 좀 더 적절하게 타겟팅 할 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소비자 구매층을 적절하게 타겟팅함으로 인해서 미래의 판매 확대에도 영향을 줄 수 있게 된다.
한 번 구매를 한 소비자의 정보를 토대로 다른 제품에 대한 소개를 할 수도 있고 한 가지 제품군을 구매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동일하거나 연관된 새로운 제품에 대한 출시를 고려해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디드로 효과를 이용한 다양한 마케팅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현대 사회에서 디드로 효과는 소비의 촉진과 새로운 트렌드 형성이라는 점에서는 큰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디드로 효과의 결과로 소비자 연쇄 구매를 통한 브랜드의 신뢰도 상승과 한번 구매한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으면 지속해서 동일 브랜드를 구매하게 되는 연쇄 소비의 강점 덕분에 디드로 효과를 활용한 마케팅은 현시대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디드로 효과는 불필요한 구매를 야기시키기도 해서 일각에서는 과소비를 촉진한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디드로 효과라는 단어가 발생된 것 자체가 빨간 가운 하나를 얻었을 뿐인데 그 가운에 어울리는 더 많은 물건을 소비하면서 발생되는 과소비로 인해서 행복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 나온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소비를 하는 것은 개개인의 선택이고 적정 소비는 사회를 선순환시키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는 한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너무 많은 소비를 부추기고 있기는 하다. 처음에는 작은 물건 하나로 행복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이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더 많은 물건을 소유하고 싶게 된다.
결국 디드로 효과의 근본적인 의미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 글을 마치며 ]
몇 년 전부터 캠핑은 자연과 하나 되어서 시간을 보낸다는 점에서 현대인들에게 각광받는 취미 생활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 캠핑의 세계에 들어간 캠핑 초보들은 처음에는 작은 물건 하나로 시작한다. 작은 텐트 하나로 시작해서 캠핑을 다녀왔는데 텐트 말고도 바람막이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바람막이를 샀더니 요리를 하기 위한 장비 세트가 눈에 들어왔다.
요리 장비 세트를 샀더니 아이스박스도 하나 추가로 구입하면 좋을 것 같아서 샀다. 아이스박스에 맥주를 담아서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밤새도록 이야기를 하자면 분위기를 낼만한 램프도 하나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램프도 하나 샀다.
그러고 보니 마땅히 앉아서 쉴만한 의자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의자도 하나 구입을 한다. 이렇게 하나둘씩 사다 보니 기존의 차량으로는 도저히 이 짐을 모두 싣고 갈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신형 SUV 차량 중에서 적재공간이 기존에 비해서 더 넓은 차량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 식의 소비 활성화는 한편으로는 경제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고 돈이 시장에서 유통되게 함으로써 선순환을 만들어 내면서 경기를 끌어올리게 한다. 하지만 자신의 소득에 비해서 과한 소비가 이루어진다면 혹은 충동구매로 인해 소비한 것에 대한 후회를 하게 된다면 이런 소비는 좋은 습관은 아니게 된다.
넘쳐나는 광고와 소비의 유혹을 이겨내고 현명한 소비를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요즘 너무 좋은 물건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