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소변기에 파리가 그려져 있는 것으로 인해서 남자 화장실이 매우 깨끗해졌다고 한다. 남자 화장실 소변기에 그려진 파리가 결국 수 십 년 동안 동안 전 세계 곳곳에서 펼쳐졌던 다양한 청결문화 캠페인을 모두 제치고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성공적인 화장실 청결 캠페인이 되었다.
< 화장실에 붙여진 파리 스티커 > (출처 : 구글 이미지)
남자 소변기에 그려진 파리가 처음 나타난 곳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키폴 공항에의 화장실이었다고 한다. 남자 소변기 중앙에 파리 그림을 그려 놓음으로써 남자들이 파리를 보고 소변을 볼 때 집중력이 올라가 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의 양이 80% 정도 줄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서 화장실이 예전보다 깨끗해졌고 이제는 전 세계 화장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소변기의 파리가 되었다. 이는 넛지의 대표적인 사례로 직접적이거나 강제적으로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낸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진 동물이고 자유의지가 침해되는 것을 태생적으로 힘들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발적인 동기부여가 생겨서 하는 일이 더 효과적이며 이런 자발적인 동기부여를 불어넣는 것을 넛지라고 말한다.
사회 변화의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받고 있는 넛지 효과와 넛지 마케팅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Ⅰ. 넛지의 의미
넛지라는 단어는 영어로 Nugde이며 팔꿈치로 쿡쿡 찌르는 것을 의미한다. 팔꿈치로 쿡쿡 찌른다는 의미는 강제적이 아닌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서 사람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것을 뜻한다.
개개인의 판단이나 선택에 개입이 필요한 이유는 사회적으로 반드시 지켜질 필요는 없는 것들을 서로가 자발적으로 지켜나감으로써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 넛지 관련 이미지 > (출처 : 구글 이미지)
넛지라는 단어는 책으로 나와서 더 유명해졌는데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시카고 대학교 행동 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와 법률가 캐스 선스타인의 공동 저서이다. 넛지라는 행동이 중요해진 이유는 자유민주주의 시대에 사람들은 정부가 강제적인 정책을 내세우면 반발심이 커져서 오히려 효과가 감소한다.
그렇기 때문에 적절하게 개입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 저자의 논지다. 인간은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매번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이상향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개인의 편의를 위한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사회발전을 위한 참여는 자발적인 동기부여를 통해서 개선해나가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 넛지가 필요한 이유이다.
Ⅱ. 넛지의 예시
글의 도입부에서 넛지의 예시로 화장실의 파리를 언급했는데 넛지는 일반적으로 공공 캠페인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화장실 휴지를 예로 들어보자. 공중 화장실에서는 휴지의 주인이 없다. 모두가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휴지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된다. 이를 테면 한 번 사용할 때에 집에서 사용할 때보다 두 배 혹은 세 배 이상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무분별하게 낭비되는 공중화장실 휴지 박스에 지도를 그려넣음으로써 자연보호를 생각해보자는 취지의 캠페인을 진행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공중 화장실에 휴지 박스에 그려 넣은 지도만으로도 사용량이 50% 이하로 줄면서 환경 보호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와 유사한 것으로는 물통에 지도를 그려 넣은 것도 있다. 물통에 그려진 지도로 인해서 물이 줄어드는 것을 간접적으로 체험함으로써 공공 물통의 사용량을 줄이는 효과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이처럼 주인이 없는 공공 재화의 무분별한 낭비를 막음으로써 환경을 보호하는 것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넛지의 성공사례다.
< 지하철 다리 모으기 운동 캠페인 이미지 > (출처 : 구글 이미지)
한국의 대표적인 넛지 캠페인 사례로는 지하철의 하트 모양 발바닥이 대표적이다. 지하철에서 다리를 오므리지 않고 있음으로써 주변에 피해를 주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는데 이런 행동도 자연스럽게 개선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캠페인을 했던 것이다. 이는 나중에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아 발바닥이 없는 자리에서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다리를 모으고 있게 해주었고 주변에 피해를 덜 주게 되었다.
지하철의 다리 모으기 캠페인도 넛지를 적절하게 활용한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Ⅲ. 넛지가 필요한 이유
인간은 크게 두 가지 사고방식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본능을 따르는 자동 시스템이고 하나는 의식을 따르는 숙고 시스템이다. 자동 시스템은 졸리면 잠을 자고 배고프면 밥을 먹는 것 등 본능에 따르는 것이고 숙고 시스템은 현재 나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 두 가지 시스템 중에서 중요한 결정을 할 때에는 반드시 숙고 시스템을 사용하지만, 가끔씩은 생각해보지도 않고 자동 시스템이 제공하는 답을 따를 때도 있다. 그리고 이때 인간에게 필요한 것이 넛지라는 것이다.
즉, 사람이 숙고해서 판단해야 할 일을 자동적으로 결정할 때에 우리는 사회적으로 비합리적인 결정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넛지를 통한 적절한 개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당근과 채찍 이미지 > (출처 : 트위터)
넛지가 효과적인 이유는 인간의 행동을 유도하는 전통적인 방법인 상벌제도 보다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채찍과 당근을 통해서 행동을 유도하면 즉각적인 동기부여는 될지 몰라도 최종적으로는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게 되기 때문이다. 상벌을 주게 될 경우 우리는 어떤 행동에 대해서 보상을 바라게 되고 보상이 주어지지 않을 경우 반발심으로 인해서 더 상황이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상벌이 아닌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를 용어로 정리한 개념이 넛지이다.
[ 글을 마치며 ]
넛지라는 단어는 우리의 삶과도 밀접하게 연관이 있다고 생각이 든다. 개개인의 자유는 침해받아서는 안 되지만 그 정도가 넘어갈 경우에는 제제를 가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이 든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서 벌어진 사회적인 현상들이 가장 대표적인 예시라고 보인다.
< 올바른 마스크 쓰기 캠페인 > (출처 : 건보공단)
사회적인 거리두기와 마스크를 쓰는 것은 서로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서 시행하고자 했는데 시행 초기에는 여러모로 어려움이 있었다. 그렇지만 한국 사회의 높은 도덕의식으로 인해서 다른 국가에 비해서 모범적으로 지켜졌고 결과적으로 일본이나 미국 같은 선진국보다도 코로나 확산이나 발병이 심각하지 않은 수준에서 끝날 수 있었다.
이처럼 인간은 자유의지로 행하는 것에서 더 강한 동기부여를 가지게 되고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넛지라는 것이 직접적으로 요청되는 명령이 아닌 부드러운 개입이라는 것을 잘 기억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