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하는 데이터는 자본주의를 어떻게 재발명하는가
[ 글을 시작하기 전에 ]
빅데이터라는 말을 듣기 시작한 지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것 같다. 사회를 관통할 것 같은 빅데이터라는 단어는 이제 더 이상 특별한 단어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우리 주변에서 익숙하게 사용되고 있는 단어이다.
빅데이터가 몰고 올 다양한 변화들에 대해서 상상에만 그쳤었는데 지금은 몇 가지 기술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보인다.
대표적인 예가 자율주행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말을 타고 이동하던 것에서 마차의 발명, 자전거 자동차의 발명까지 이루어졌지만 이제는 조종이라는 정신적인 노동마저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이고 있다.
이미 항공기와 배의 조작은 대부분의 시스템이 자동화된 항법장치가 있어서 인간의 개입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동화되어 있었다.
하지만 고가의 장비를 개별적인 차에 장착하는 어려움과 도로에 수많은 자동차를 자율주행으로 통제하는 것은 더 먼 미래에 발생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자율주행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다.
그런 자율주행 기술이 발달할 수 있었던 것은 자동차를 통제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학습이 빠른 속도로 진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발전이 빨리 진화될 수 있었던 것은 또 어떤 이유 때문이었을까? 바로 데이터가 충분하게 모였기 때문이다.
유튜브와 구글에서 모이는 데이터와 중국의 바이두가 하루에 몇 억의 사용자로부터 얻는 데이터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으로 축적되고 있다.
이런 양적인 데이터의 집적효과로 인해서 데이터를 활용한 질적인 학습 능력의 향상까지도 이루어지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데이터의 집적과 이를 활용한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은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하게 해 주고 기술의 발전을 급속도로 단축시키고 있다.
결국 기술의 발전과 미래의 삶의 질 향상의 핵심은 데이터에 달려있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런 데이터의 중요도와 더불에 새로운 경제 이념까지도 생성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데이터 자본주의이다.
돈 같은 화폐로 이루어진 자본주의가 아닌 데이터라는 정보를 단위로 만들어진 새로운 자본주의 개념이 생겨날 것이라는 예견인 것이다.
그런 데이터 자본주의는 무엇 때문에 발현되는 것인지 어떤 미래를 우리에게 선사할 것인지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Ⅰ. 자본주의의 재발명
데이터가 풍부한 미래
기존의 시장과 데이터가 풍부한 시장의 핵심적인 차이는 시장에서 유통되는 정보의 역할과 데이터가 의사결정으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데이터가 풍부한 시장에서는 더 이상 선호도 정보를 가격으로 압축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의사소통과 인지력의 한계 때문에 필요했던 지나친 단순화를 하지 않아도 된다. 이로 인해 분산화된 의사결정이라는 특징에, 견고하고 복원력 있는 특성과 훨씬 개선된 거래 효율이라는 특징이 함께 짝을 이룰 수 있게 된다.
데이터가 풍부해지기 위해서는 시장 사용자들이 생성하는 데이터의 흐름과 처리 방식을 재구성해야 한다.
누군가는 데이터가 풍부한 시장의 출현이 주로 데이터 처리 능력과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에 따른 것이라고 가정한다. 어쨌든 기존 시장보다 훨씬 많은 정보가 데이터가 풍부한 시장에 들어오고, 인터넷 대역폭은 어디가 끝인지도 모른 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네트워크 기술 선두 기업 시스코는 인터넷 사용량이 적어도 2021년까지는 매년 20퍼센트 이상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속도대로 10년만 지나도 총 9,300퍼센트 상승하는 엄청난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처리 능력 또한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제 컴퓨터는 초당 수천억 대의 연산을 할 수 있으며, 이전처럼 연산 능력이 2년마다 두 배로 증가하진 않겠지만 여전히 더 발전할 여지가 있다.
이들은 데이터가 풍부한 시장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일을 빠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하는 것이다.
데이터가 풍부해지는 미래에는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는 방법보다 얼마나 제대로 심층적으로 처리하는지가 중요해질 것이다.
전통적인 시장에서 가격에 대한 정보 유통 주기를 밀리세컨드 단위로 떨어뜨리긴 했지만, 여전히 데이터가 너무 부족하다. 그 대신 최근의 획기적인 발전을 서로 다른 세 분야에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싶다.
이 세 분야는 상품과 선호도에 관한 풍부한 데이터를 표준화하여 낮은 비용으로 공유하는 것, 다차원에서 원하는 대상을 찾아내는 향상된 능력, 종합적으로 우리의 선호도를 파악하는 정교하지만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재설계될 시장
데이터 중심 시장은 화폐를 기반으로 하는 전통적인 시장과 비교하여 거부할 수 없는 이점을 제공한다. 하지만 자체적인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데이터와 머신 러닝에 대한 의존성과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다양성 부재다. 이러한 이유로 집중화 문제와 시스템 오류에 특히 취약하다.
이런 구조적인 약점 때문에 데이터가 풍부한 시장은 경제를 파괴하고 민주주의의 토대를 허무는 무자비한 기업과 급진적인 정부에 매력적인 대상이 될 수 있다.
금융 자본주의에서 데이터 자본주의로의 이행은 여러 가지 오랜 믿음에 대한 의문을 불러올 것이다. 이를테면 임무와 혜택을 한데 묶어 일이라는 표준화된 꾸러미로 만든 이유 등이다.
이 꾸러미를 해체하는 것은 적절한 인재를 찾고 있는 기업과 대량 실업을 우려하는 사회가 직원의 의미와 목적뿐 아니라 일자리까지 되찾게 해 줄, 도전적이지만 필요한 전략이다.
우리가 노동시장에서 목격하게 될 변화의 중심에 있는 것은 데이터다. 종합적이고 풍부한 데이터의 흐름은 시장의 부활과 기업과 화폐의 쇠퇴를 몰고 와 결과적으로 노동시장에 대규모 변동을 촉진할 것이다.
같은 이유로 풍부한 데이터 덕분에 노동시장이 개선되어 훨씬 개별화되고 만족스러운 일자리를 이전보다 훨씬 간편하게 자주 제공할 것이다.
풍부한 데이터와 최근의 기술 발전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이제 화폐 기반 시장을 넘어 데이터가 풍부한 시장으로 이동하여, 그동안 우리를 괴롭혔던 주요 정보와 의사결정의 제약을 일부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래에는 데이터가 풍부한 시장 덕분에 개인은 그동안 불가피했던 인지적 제약 없이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Ⅱ. 의사소통을 이용한 협업
협업의 탑 쌓기
인간이 처음으로 불을 다루고, 바퀴를 발명하고, 증기기관을 개발했던 순간이 중요하긴 하지만, 이러한 발견과 발명은 인간의 협업 능력에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협업이 없었다면 불씨 하나는 고작 한 사람만 따뜻하게 해 주었을 것이고, 바퀴는 한 사람만 수송했을 것이며, 증기기관이 움직일 철로와 작동할 공장은 없었을 것이다.
우리의 목표가 인간 탑을 쌓는 것이든 나라를 세우는 것이든 인간의 역사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결정적인 주제가 있다면 협업의 중요성이다.
긴밀한 협업은 인간의 진화에서 변화의 역할을 담당했다.
협업을 만드는 두 메커니즘
우리의 노력이 얼마나 협조적이고 협력적인지 측정하는 가장 명확한 방법은 유효성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다. 전투에서 승리했는가? 최고의 업적을 남겼는가? 천문학에 관한 모든 지식을 정리했는가? 바다를 갈랐나? 달에 사람을 보냈는가?
유효성은 목적에 관한 것이지 수단에 관한 것이 아니다. 비용에 상관 없이 결과 달성에 관한 것이다.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는 피라미드를 짓는 비용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진시황제가 군대를 이끌고 위나라와 흉노족을 정복하여 영토를 확장하고 그 영토를 방어하기 위해 최초의 장성을 지었을 때도 비용을 걱정하지 않았다.
이들 지도자와 이들을 따르는 사람들은 비전을 달성하는 데만 큰 관심을 두었고, 그렇게 하는 데 돈이 얼마나 드는지 관심이 없었다. 마찬가지로 어느 공동체는 아무리 많은 양의 물을 낭비한다 하더라도 작은 땅에서 곡물을 수확하기로 결정할 수 있다.
대형 강입자 충돌기를 건설하는 데 100억 달러가 들어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과학자들이 대형 강입자 충돌기 건설을 제안한 이유는 이를 통해 얻는 지식에 값을 매질 수 없고, 이는 무수히 많은 다른 발견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자원이 무한정 존재하지 않아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는 것에 있다. 대부분의 환경에서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단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기회는 별로 없었다.
경제학의 어원은 그리스어 oikonomia 즉 가사관리라는 말로 자급자족과 검소한 생활을 하며 자산을 관리하는 고대의 관행을 일컬었다.
21세기에는 75억 인구와 식량과 의복, 주택, 교육, 일자리 문제 때문에 중요한 자원에 대한 여러 제약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는 개선된 의사소통 방법을 이용하여 효율적으로 협업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애쓰고 있다.
Ⅲ. 시장과 화폐
정보기술과 만난 시장
어획기의 이른 아침, 인도 말라바르 해안 케랄라주의 도시와 마을에서 수백 척의 배가 쏟아져 나온다. 잡은 물고기는 가급적 서둘러 팔거나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해안을 따라 곳곳에 시장이 열린다.
수백 년 동안 케랄라의 어부는 생선을 판매할 때 기본적으로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한 어부가 그날따라 유달리 운이 좋아한 번에 많은 물고기를 잡았다고 상상해보자. 어부는 다른 배도 자신처럼 운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부는 모험을 하기로 한다. 그는 연료가 가장 적게 드는 가장 가까운 시장으로 배를 돌린다. 하지만 어부가 시장에 도착했을 때 수많은 어부가 이미 도착해 있다면 일당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심지어 어부가 육지에 배를 댔을 때 이미 장이 파했을 수도 있다.
이번에는 다른 모험을 해보기로 했다고 가정하자. 어부는 멀리 떨어진 해안의 시장으로 가는 바람에 시간과 연료를 많이 소비했다. 그런데 다른 어부도 같은 생각을 하다면 먼 시장이 가까운 시장보다 좋다는 보장이 없다.
그리고 시장을 한번 선택하면 다른 시장으로 갈 수도 없다. 다른 구매자를 찾으려고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는 동안 생선이 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부가 잡은 생선을 선택한 시장에서 팔지 못하면 보통 바다에 던져 버려야 한다.
그러나 대개 가까운 곳에 웃돈을 주더라도 생선을 사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부들이 그 사실을 알지 못했을 뿐이었다. 육지에 있던 구매자 역시 생선이 얼마나 잡혔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부르는 가격을 믿는 것뿐이었다. 결과적으로 생선 가격은 지역 시장마다 심하게 요동쳤다. 이는 시장이 전반적으로 대단히 비효율적이라는 의미였다.
정보 흐름과 시장의 의사결정
시장의 근본적인 원칙은 의사결정과 정보 흐름의 분산이다. 사람들은 활용 가능한 정보를 평가하고 그러한 정보를 이용하여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결정을 내린다. 정보는 모든 사람에게서 모든 사람에게로 흘러간다.
물론 시장에 있는 누구도 모든 것을 알 수 없다. 하지만 모든 것을 알 필요도 없다. 시장 참여자가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면 그 참여자의 우선순위와 선호도에 영향을 미친다. 우선순위와 선호도는 결국 그들의 참여하는 거래의 선택에 반영된다.
풍부한 정보의 도움을 받아 분산화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는 또 다른 큰 장점이 있다. 잘못된 결정의 영향을 줄인다는 것이다.
중앙의 의사결정권자가 모든 사람을 대신해 선택하는 경우 그 결정이 제대로 된 것인지 여부는 전적으로 그에게 달려 있다. 반대로 시장에서는 잘못된 결정의 여파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한 개인이 잘못된 선택을 한다 해도 시장 전체가 붕괴되지 않는다. 장애 하나가 전체적인 장애로 나타나지 않기에, 그에 따라 시장은 회복력이 강해진다. 또한 시장이 커지고 참여자가 다양해질수록 회복력은 더 강해진다.
Ⅳ. 데이터가 풍부한 시장
사랑의 슈퍼마켓
수천 년 동안 사랑을 찾는 사람들은 중개인에게 도움을 부탁했다. 중매는 아주 오래된 직업이고 모든 문화에는 짝을 찾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고자 만든 여러 사교 행사가 있다. 하지만 그런 기회는 오랫동안 지리적 장벽과 정보 부족으로 제약을 받아왔다.
우리의 완벽한 짝이 건넛마을에 살 수도 있지만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면 영원히 만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데이팅 웹사이트가 인터넷 초창기에 즉각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 가운데 가장 인기가 많았던 웹사이트는 애정에 대한 두터운 시장, 즉 다수의 다양한 시장 참여자로 인해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시장을 형성한 것처럼 보였다.
온라인 데이팅 전문가이자 노스 웨스턴 대학 심리학 및 경영학 교수인 일라이 핑컬은 데이팅 플랫폼의 첫 번째 세대를 사랑의 슈퍼마켓이라고 부른다.
그들은 시장이 잠재적 파트너로 가득하다고 장담했다. 사용자들은 그런 점이 마음에 들었지만 군중 속에서 자기 짝을 찾는 게 너무 힘들어 곧 질려버리고 말았다.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나 마찬가지였다.
이후 데이팅 사이트는 이에 대응하여 선호도를 파악한 뒤 고객이 최선의 짝을 빠르게 간편하게 찾아낼 수 있는 상세한 설문조사를 개발했다. 데이팅 사이트들은 본질적으로 다차원적인 정보 스트림을 바뀌었고, 선호도 매칭 알고리듬을 구현했다.
이후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는 정보의 적절한 안배와 선호도를 기준으로 매칭 시스템을 발전시켜나갔다.
온라인 데이팅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은 다른 시장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어떤 시장에서는 이미 일어났고, 어떤 시장에서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계속 업계에 남고 싶은 시장이라면 거부할 수 없는 변화다. 몇 년 안에 우리에겐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시장 거래에 의미 있는 도움을 주기에 충분히 우리를 잘 아는 강력한 리치 데이터 시스템이 생길 것이다.
이를 통해 적은 자원과 시간으로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며 손쉽게 효율성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인간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우리는 어떤 결정, 즉 인간의 협업에 필수적이지만 만족스러운 삶의 비결이라고까지 할 수 없는 결정에 관여할 것인지, 관여한다면 어느 정도까지 관여해야 하는지 선택하게 될 것이다.
그런 지루한 일은 머신 러닝 시스템이 하고 즐겁고 재미있는 결정은 우리 몫으로 남겨둘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선택의 즐거움과 결정할 의무를 분리할 수 있을 것이다.
Ⅴ. 자본의 감소
퍼펙트 스톰
퍼펙트 스톰은 강하지 않은 태풍이 다른 자연재해와 동시에 발생해 엄청난 파괴력을 가지는 경우를 말한다.
요즘 퍼펙트 스톰이 많은 은행을 휩쓸고 지나가고 있다. 세 가지 다른 현상이 함께 나타나 1991년 기상이변을 일으켰던 것처럼, 세 가지 서로 다른 위협이 합쳐져 한층 강력해지자 은행들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각각의 위협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기에 한데 더해지면 업계의 상당 부분이 사라질 수도 있다.
첫 번째 위협은 은행업계의 구조적 약점으로 이 문제는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시작되면서 드러났다. 이 금융위기의 원인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불충분하거나 잘못 해석된 정보 때문이었다.
누군가의 예측이 따르면 8조 달러가 넘는 손실이 발생했고 다수의 선진국에서 구제 금융이 확대됐다. 미국에서는 2008년 긴급 경제안정화 법안을 제정하여 연방정부가 7천억 달러 이상의 부실한 은행을 위해 지원했다.
자본의 투입은 위기의 절정에서 미국의 금융 시스템을 빠르게 안정시켰다. 영국, 독일, 이탈리아 정부는 수천 억 달러의 자금을 들여 은행의 자본 구성을 재편하는 한편, 은행이 보유한 부실 증권 대신 은행의 지분을 매입하여 은행을 사실상 국유화했다.
은행은 다른 어떤 경제 기관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시달렸고, 이에 따른 안정성에 대한 신뢰감 상실로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두 번째 위협은 2008년에 시작한 세계 금융 위기에서 발생했다. 수많은 나라의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하해 경제문제에 대처했다. 금리를 더 내리지 못하는 일부 국가의 은행은 은행 예금에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했다. 예금한 사람만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예금금리는 0퍼센트 이하로 내려갈 수 없다. 이러한 낮은 금리는 금리 스프레드(은행이 채권자에게 지불하는 금리와 고객에게 부과하는 금리의 차이)를 낮추게 되어 은행의 이익률이 감소한다.
지불 서비스 측면의 변화도 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온라인 은행은 전통적인 은행보다 고객당 직원 수가 자릿수가 차이 날 정도로 적어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결과적으로 온라인 은행은 아주 적은 수수료를 받으며 고객에게 지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아울러 이전에는 수익성이 좋았던 해외 송금 서비스의 경우, 트랜스퍼 와이즈 같은 스타트업 때문에 경쟁 위협 상태에 있다.
좀 더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20세기에 생긴 정보 하부구조는 비용이 많이 들어서 은행이 페이팔, 애플 페이 같은 매우 낮은 비용으로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경쟁업체와 효율적으로 경쟁할 수 없다.
디지털 경쟁업체는 간접비용이 적게 든다. 페이팔은 비용이 많은 드는 지점망이 없고 애플 페이는 10억대가 넘는 아이폰에 들어가 있는 특허받은 보안 기술에 대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은행은 총체적인 비용절감과 지속적인 자동화, 물리적인 공간의 축소 등으로 대처해왔다. 1990년 시중 은행은 미국에서 150만 명에 가까운 사람을 고용했지만, 2007년 금융위기에서 회복하지 못해 1990년대 초만큼 많은 사람을 채용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의 상황은 더 나쁘다. 은행 지점은 2만 7천 곳이 줄었고 직원은 21만 명이 감소했다.
세 번째 요소는 화폐를 벗어나 새로운 하부구조에 의한 영향이다. 데이터가 풍부한 시장에서 참여자들은 가격을 주요한 정보 전달자로 사용하지 않는다.
화폐가 더 이상 효율적인 정보 전달자로서 제 역할을 못한다면 경제에서 화폐가 수행했던 핵심적인 기능 가운데 하나가 사라질 것이다.
데이터가 풍부한 시장으로의 변화가 지속되면서 화폐의 역할을 더욱 감소할 것이다.
더 이상 화폐가 시장의 윤활유 역할을 할 만큼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은 진화할 것이다. 시장과 화폐를 그리고 경제와 금융자본주의를 동일하게 보는 대신, 풍부한 데이터의 흐름 때문에 시장이 큰 호황을 누린 것으로 볼 것이다.
풍부한 정보는 새로운 전달 방식과 통신 방식을 필요로 한다. 간단하게 상점의 진열장을 생각해보자. 과거 진열장 안에는 주로 판매 중인 상품과 가격표가 들어있었다. 미래에는 각각의 상품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길 기대할 것이다.
이러한 정보는 종이 한 장에 단순한 숫자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방법으로 전달해야 한다. 디지털 방식일 것이고, 무선 기술을 사용할 가능성도 크다
그리고 우리의 취향에 따라 가장 좋은 결과를 찾아주는 앱을 이용해 분석할 것이다.
Ⅵ. 일의 해체
샌프란시스코 소재 스타트업 오토가 구축한 3만 달러 짜리 시스템 라이다가 차량을 통제하고 자율주행이 가능해졌다. 오토는 2016년 여름에 우버에서 6억 8천만 달러를 주고 인수했는데, 고속도로에서 이른바 레벨 4의 자율주행을 할 수 있었다.
레벨 4의 경우 적어도 기술적인 이유로 인간 운전기사가 대기하지 않아도 된다. 오토는 일반적인 트럭을 소프트웨어 철로를 달리는 가상의 기차로 바꾸는 것이 그들의 비전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시스템은 다음 버전의 소프트웨어가 해결해야 할 예상치 못한 사건을 제외하면 아주 잘 작동했다.
테스트 주행 결과는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 기술은 이제 출시할 준비를 거의 마쳤다는 것을 성공적으로 보여준다.
고속도로는 미국 전체 화물의 70퍼센트를 배달하는 트럭 운전사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 때문에 자율주행 기술을 이용해 도로의 안정성을 개선한다면 미국에서 트럭 때문에 사망하는 4천 명 가운에 일부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 트럭 운전은 대학 학위가 필요 없는 몇 안 되는 직업 중 하나로,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연소득 4만 달러 이상의 비교적 준수한 중간소득을 받을 수 있다.
대부분의 일자리보다 고용 보장이 잘 되어 있다고 할 수 있는 이유는, 미네소타의 트럭 운전사 대신 중국 선전 시의 공장 노동자를 채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트럭 운전이 상당히 복잡해졌다. 요즘에는 트럭에 파워 스티어링과 제동장치, 자동변속기, 위성 내비게이션, 현대적인 차량 관제 시스템 등이 장착되어 나온다.
오늘날 트럭 운전사는 육체노동자라기보다는 복잡한 디지털 장비를 통제하는 사람이다. 비록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일 외에는 의사결정을 내릴 일이 없지만, 꽤 많은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이 때문에 트럭 운전사는 지금과는 다른 형태의 능력이 필요해지게 될 것이다.
데이터가 풍부한 시장과 전반적인 데이터 중심 머신 러닝 시스템은 인간 노동력에 거대한 변화를 불러오고 있으며, 이미 진행 중인 노동시장 재편을 심화하고 있다.
우리는 아직도 데이터 시대 초기에 있다. 데이터 중심의 자동화로 노동자가 대체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기 시작하고 있다.
이것이 실제로 노동분배율과 관련이 있다면 소득 중에서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부분은 더욱 감소하는 반면, 투자자와 은행의 부는 늘어날 것이다.
Ⅹ. 인간의 선택
지식과 통찰의 미래
지구는 평평하다는 가설은 수세기 동안 일종의 단순화 역할을 했다. 우리가 더 발전해야 할 때까지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평평하다는 가정 대신 더 복잡한 것으로 대체했지만, 그 복잡함은 우리가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됐다. 우리는 화폐 기반의 시장에서 데이터가 풍부한 시장으로 변환하면서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이런 이동은 수백 년 전에 시작된 더 크고 넓은 운동의 일부이다. 인간은 지식의 글을 따라 앞으로 나아갔고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을 얻었다.
세상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정보가 풍부하고 화려하고 다양하고 미묘하게 다르고 흥미로웠다. 이 여행은 끝나지 않았으며 계속될 것이다.
[ 글을 마치며 ]
데이터 자본주의와 관련된 내용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내용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데이터의 축적은 우리가 고대로부터 해오던 일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협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협업을 유의미한 결과물로 바꾸기 위해서 노력을 정보로 만들어낼 수 있었고 정보를 저장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았기 때문이다.
글자를 발명하지 않았더라면 불을 피우더라도 한 사람의 몸을 데우는 것에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글의 발명과 불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기록했고 공유했고 협업했기 때문에 철을 만들어내고 비행기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저장의 중요함을 알았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으로의 저장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고 이를 학습해서 더 많은 정보를 저장하기 위한 반도체를 만들었고 컴퓨터를 활용해 데이터를 더 많이 저장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축적된 기술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예전에는 공상 과학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일들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의 발전은 결국 한 순간에 일어난 것이 아니다. 수천 년간의 지속적인 데이터의 저장과 활용 덕분에 가능해진 것이다. 앞으로의 미래에도 이와 유사한 형태로 발전을 거듭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미래 기술의 주인은 얼마나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하고 활용하고 사용하는 가에 따라서 결과물의 차이가 발생될 것이다.
이 점을 고려해본다면 앞으로 데이터의 중요도는 더 강화되면 강화되지 적게 될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데이터를 저장하고 축적하는 기술인 클라우드, 그리고 데이터를 활용한 학습 능력의 결정체인 인공지능을 선점하고자 하는 노력을 빅 테크 기업들이 왜 하는지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 이해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두 번째는 데이터의 축적으로 인해 발전된 기술을 활용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데이터를 활용해서 기술을 만드는 일이나 기업을 가지는 것은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결국 데이터를 소비하는 쪽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이미 이런 현상에 대해서 우려하고 미래의 직업에 대해서 연구하고 출간한 책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평범한 데이터 소비자의 길을 가지 않고 우리가 미래 기술의 주역으로 주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고 생각된다.
그 방법은 미래를 선도하게 될 기업들을 골라내고 발굴해서 투자를 하는 것이다. 일종의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서 기업의 수익을 함께 누리는 사람이 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는 어찌 보면 반드시 해야 하는 일로서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데이터 관련 업체들의 기술 경쟁력이나 기업의 가치 측면을 판단하고 투자하는 것을 반드시 해서 10년 후에 발생될 미래의 부를 함께 누리는 고민을 해야 한다.
그와 동시에 미약하나마 데이터를 생산하는 사람으로서의 연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유튜버나 블로그 같은 활동을 말할 수 있다.
일상을 데이터로 변환해서 저장하고 공유함으로써 나만의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매일의 조그마한 기록은 별다른 의미가 없을 수 있지만 수년간의 노력이 담긴 데이터는 분명 개인의 지식 함양과 동시에 나만의 경쟁력으로 다시 재탄생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리해놓고 보니 데이터 자본주의도 결국 미래의 산업 혁명처럼 숨이 찰 정도로 우리 삶을 빠르게 변화시킬 것 같은 한 부분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변화되는 기술의 발전과 그런 혜택을 볼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났다는 것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긴다면 분명 우리는 미래의 기술을 활용하는 사람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참고 도서 : 데이터 자본주의 (빅토어 마이어 쇤베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