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randmer Mar 20. 2022

달러의 역설

골디락스에서 화이트 스완으로



[ 글을 시작하기 전에 ]


적절한 성장과 안정된 물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제가 늘 이런 상태로 유지되길 바란다.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런 호황기를 골디락스 경제라고 부른다. 영국의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의 주인공 소녀가 먹었다는 수프의 맛에서 따온 말이다. 


그러나 세계 경제는 골디락스의 시기를 잊은 지 오래다. 오히려 불안과 위기가 빈번해졌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만 해도 특정 지역이나 국가에 제한적으로 일어나던 위기가 점점 전 지구적 차원의 불안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제 과거의 경험에 의존해 위기를 예측할 수 없는 블랙 스완의 시대를 지나 위기가 일상화된 화이트 스완의 시대에 들어선 것일까?


분명한 것은 세계 경제 환경이 이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오늘날의 불안과 위기는 자본주의 경제의 경기순환주기 탓만은 아니다. 


실물경제를 연결해주는 금융이 문제다. 근원은 국제 금융 체제의 결함에 있다.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 이후의 상황이 그것을 입증해주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 경제권이 천문학적인 돈을 풀었어도 세계 경제의 회복은 지지부진하다.


미국 경제만 조금 나아졌을 뿐이다. 미국은 위기의 진원지다. 세계 최대 적자국이자 채무국이다. 그렇다면 위기로 인해 가장 피해를 봐야 할 곳은 바로 미국이다. 


벌어들인 돈보다 많이 썼으니 응당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작 미국보다는 다른 나라들이 더 많은 피해와 고통을 떠안고 있다. 


이건 상식에 맞지도 않고 순리도 아니다. 역설이다. 그럼에도 세계 경제의 엄연한 현실이다. 


이 책은 2015년에 쓰인 책으로 지금 경제 상황 이전에 내용이다. 하지만 현재의 경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반복되고 있다. 


과거에 있었던 사례를 토대로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경제 상황이 벌어질 것인지 한 번 예측해 보도록 하자. 


 Ⅰ. 대마는 죽지 않는다.


흔히 달러의 시대가 가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이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적자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빚을 지고 있으니 그런 말이 나올 만도 하다. 


그런 상황에서도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를 통해 달러를 지속적으로 풀어왔다. 


이론적으로 한 나라가 화폐를 많이 찍어내면 낼수록, 물가가 오르고 그 돈의 가치는 떨어지는 것이 상식이다.


이른바 통화 증발의 부정적 효과 때문이다. 1970년대 이후 중남미 국가들의 외채위기, 1997년 동아시아 국가들의 외환위기, 최근의 유로존 일부 국가들의 재정위기 등은 모두 경상수지든, 재정수지든 적자와 그로 인한 부채가 위기의 원인이었다. 


그리고 이런 위기는 해당국 통화 가치의 폭락 사태를 가져왔다. 


그렇다면 세계 최대 적자국이자 채무국인 미국도 경제 위기와 함께 달러 가치가 폭락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실제로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는 달러를 중심으로 한 세계 경제 질서의 지속 가능성에 근본적인 회의를 품게 만들었다.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한 이후, 다른 나라의 금융 시장이 흔들려도 미국의 월가만은 안전할 것이라던 믿음이 송두리째 흔들렸기 때문이다. 


그 이면에는 기축통화인 달러화, 보다 더 근본적으로는 미국 경제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미국 달러화는 그런 상식과는 동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달러의 가치는 일시적으로 흔들린 적은 있었지만 추세적으로 보면 여전히 그 위상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런 현상만 놓고 보면, 달러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말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다고 볼 수 없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가장 단순하게 설명하면, 달러화가 세계 제1의 기축통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축통화라고 해서 그 지위가 영원히 보장되리라는 법은 없다. 19세기 중반부터 세계 기축통화 역할을 했던 영국의 파운드화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달러화에 그 자리를 내준 것이 좋은 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러화가 적어도 30년 이내에 세계 제1의 기축통화의 자리를 다른 나라의 화폐에 내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는 미국이 갖고 있는 경제적 위상뿐만 아니라 정치 군사적 힘과도 밀접히 관련돼 있다. 


경제학의 전통적 이론에 의하면 버블 붕괴로 인한 부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통화 긴축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미국의 처방은 전혀 달랐다. 


오히려 양적완화를 통해 돈을 거의 무제한적으로 풀었다. 물론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만연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때 미국이 IMF를 앞세워 한국 등에 강요했던 초긴축정책과는 사뭇 다른 조치이다. 


이는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가지고 있는 특권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은 화폐주조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명목가치로 다른 나라의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이른바 세뇨리지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일반적으로 경상수지나 재정수지 적자가 누적되면, 그 나라의 화폐 가치가 떨어지고 결국 국가 부도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1997년 외환위기 때 한국과 태국, 인도네시아가 그랬다. 


최근에는 유로존 위기에서 그리스가 파국에 직면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미국은 세계 최대의 경상수지, 재정수지 적자국으로 금융위기를 불러왔으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파국을 면했다. 


게다가 위기 이후에도 엄청난 달러를 찍어냈지만 달러 가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오히려 상승하는 추세를 나타냈다. 


이것이 바로 달러의 역설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세계 경제가 불안할수록,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래도 믿을 수 있는 건 달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Ⅱ. 대충 격의 예고편 '버냉키 쇼크'


경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즉 경제 현상에서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는 뜻이다. 


이른바 버블 경제의 부작용을 예로 들어보자. 돈을 풀어 경기를 부추기면 경기가 좋아질 수는 있다. 


그러나 잠재성장률을 넘어서는 과잉 투자와 소비는 거품을 낳기 마련이다. 그 때문에 언젠가는 돈줄을 조일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거품은 꺼지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거품 붕괴의 고통을 떠안지 않으면 안 된다. 


버냉키 쇼크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이 양적완화 종료에 따라 돈 풀기를 중단하고 금리 인상을 통해 풀린 돈의 회수에 나설 경우 유동성이 줄어들게 된다. 


그렇게 되면 금융시장에서 신용이 경색되고, 저마다 투자된 돈을 먼저 빼내려고 할 것이다. 


그러니 양적완화를 축소할 계획을 밝힌 버냉키의 말 한마디에 주가가 떨어지고 금리와 달러 환율이 올라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충격을 의식한 듯 미국은 이후 양적완화를 아주 완만한 속도로 축소하기 시작했다. 연준은 월 850억 달러 규모로 이뤄지던 채권 매입 규모를 2014년 1월 750억 달러로 줄였다. 


양적완화 규모는 이후 5차례 더 축소돼 2014년 8월에는 월 250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2014년 10월 31일 마침내 양적완화는 막을 내렸다. 


그러나 양적완화가 끝났다고 해서 풀어놓은 돈이 회수된 것은 아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 세계는 유동성 확대의 시기에서 유동성 축소의 시기로 접어들 것이다. 


이제 돈줄을 조일 때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고통을 누가 짊어질 것인가? 양적완화와는 또 다른 의미의 고통 분담을 둘러싼 싸움은 시작됐다. 


 Ⅲ. 양적완화의 명암


경제 현상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한쪽이 이익을 보면, 다른 한쪽은 손해를 보게 마련이다. 물론 여기에도 이론적으로 반박할 여지는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의 이른바 윈윈 게임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돼 있다. 


지역의 차이에 따라서도 결과는 상반되게 나타날 수 있다. 이렇듯 경제 현상은 시간과 공간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서로 간의 이해가 충돌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정책의 선택은 이런 이해의 충돌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행위이다. 더욱이 기축통화국으로서 특권적 지위를 가진 미국의 정책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경제정책을 선택한다. 그럴 경우 미국은 혜택을 누리지만 미국의 주요 교역국들은 그 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입거나 부담을 지게 된다. 


앞서 살펴본 대로 미국이 자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초저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은 미국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주고 있다. 


첫째, 실제 지표상에서 보듯이 경기 부양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물론 미국 내에서도 누구나 똑같이 그 효과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에겐 이익이 되는 반면, 다른 사람에겐 도리어 손해가 될 수도 있다. 


이는 각자 처한 경제적 위치, 계층에 따라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중단기적으로 경기 회복 등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부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으며 간혹 또 다른 위기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둘째, 미국의 부채를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달러가 많이 풀리면 그 가치는 중장기적으로 하락하게 된다. 이를 통해 미국의 정부 부채는 물론 기업과 가계의 부채 부담도 실질적으로 가벼워지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


하지만 최근 달러 가치는 이런 기대와는 달리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일본과 유로존, 영국 등 여타 경제권이 동시에 저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으로 펴다 보니 가장 강력한 기축통화인 달러화가 약세를 나타내기보다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띠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위기가 닥쳤을 때 그래도 믿을 만한 화폐는 미국 달러라는 국제 금융시장의 인식도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통화가 남발되면 그 가치는 장기적으로 떨어지는 게 이치에 맞다. 물론 그 이전에 남발된 통화를 다시 거둬들이면 그 가치가 오르지만, 거기에 한계가 있는 이상 장기적으로 남발된 통화의 가치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그 통화로 표시된 부채는 그만큼 부담이 줄어든다. 이처럼 미국의 양적완화는 세계 최대 적자국이자 채무국인 미국의 부채 부담을 장기적으로 경감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그렇다면 미국 정부와 통화 당국이 기대하는 초저금리와 양적완화의 효과가 과연 일관되고 지속 가능하게 나타날 것인가? 이에 대해 확실히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전문가는 많지 않을 것이다. 


우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6년 동안 실물경기 회복은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정상화 속도가 빠르다고 평가받고 있지만, 낮은 금리 수준과 풀린 돈의 양을 고려하면 성장률이 높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을 비롯한 자산 가격은 크게 올랐다. 초저금리와 양적완화가 위기의 원인이었던 또 다른 버블을 만들어 내고 있는 셈이다. 


이런 현상은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Ⅳ. 부채 화폐화의 함정


양적완화로 자산시장의 추가적인 거품 붕괴를 막아 대공황과 같은 파국을 막을 수도 있다. 


문제는 그 이후다. 양적완화로 풀린 돈이 실물보다는 오히려 자산시장, 즉 주식과 채권, 부동산에 몰리면서 다시 거품을 일으키고 있다. 


결국 실물경제가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거품 붕괴를 늦출 뿐 금융위기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 


이는 또 다른 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거품은 언젠가 터지기 마련이고, 그렇게 되면 경제는 또다시 금융 부실과 함께 위기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른바 G5 국가 가운데 독일은 유일하게 양적완화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는 독일의 경제 사정과 관련돼 있다. 독일은 상대적으로 다른 선진 경제권에 비해 성장이나 고용 면에서 여유가 있다. 


하지만 자세히 그 안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독일 역시 주요 교역 상대국인 유로존의 다른 나라나 미국, 일본 등의 경제가 제대로 살아나지 않으면서 경기가 점차 나빠지고 있다. 


그런데도 독일은 왜 양적완화에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는가? 그것은 독일의 역사적 경험과 무관치 않다. 


독일은 1920년대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 1차 대전 패전의 책임을 지고 전쟁 배상금을 물어야 했다. 


이 때문에 채무가 쌓이고 급기야 국가 부도 사태에 직면할 우려가 커졌다. 그러자 돈을 찍어내는 방식으로 위기를 벗어나려다가 하이퍼인플레이션에 빠지게 된다. 


1992년 5월, 1마르크였던 신문 한 부의 가격은 1년 5개월 후 무려 100만 마르크까지 치솟았다. 


당시 환율도 1달러에 4조 마르크로 폭등했으니 통화 남발이 어떤 파국을 초래했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미국이라고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러니 양적완화를 서서히 줄이면서 조만간 금리를 올릴 것임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금리 인상의 시기는 미국의 경기 회복 속도에 달려 있다. 


그러나 그 시기야 언제가 됐든 미래에 닥칠지 모르는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서는 양적완화로 풀린 돈을 거둬들여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쪽에서는 자산시장의 거품을 우려하는 데 반해, 다른 한쪽에서는 실물 경기의 더딘 회복을 걱정하는 이율배반의 현실이 양적완화를 둘러싼 딜레마의 일단을 잘 보여준다. 


 Ⅴ. 이웃 나라 가난하게 만들기


통화 전쟁이라는 관점에서 양적완화는 자국 통화의 약세를 통해 환율을 의도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 목적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수출을 촉진시켜 경기를 부양하려는 목적이다. 다른 하나는 부채 부담을 다른 나라에 전가시키려는 것이다. 


그 목적이 어디에 있든지 간에 양적완화로 인한 통화 가치 평가절하는 다른 나라를 고통스럽게 만든다. 


우선 환율 상승으로 한 나라의 수출품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 경쟁국의 수출품 가격 경쟁력을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된다. 


또 한 나라의 통화 가치가 떨어지면, 그 나라의 통화로 표시된 채권 등 자산을 보유한 국가는 그 자산 가치가 그만큼 하락하는 환차손을 감수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양적완화는 이웃 나라를 가난하게 만드는 근린궁핍화 정책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선진국들의 근린궁핍화 정책은 1930년대 대공황기에도 있었다. 당시에도 주요 선진국들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 본위제를 폐지하고 경쟁적으로 평가절하를 통해 자국 통화의 가치를 떨어뜨렸다. 


미국은 1933년 달러화의 가치를 56% 떨어뜨렸고, 영국도 1931년부터 1937년까지 파운드화를 30% 이상 평가절하했다. 


일본은 1932년에만 엔화를 70%가량 평가절하했고, 프랑스는 1936년 프랑화의 가치를 30% 떨어뜨렸다. 


이와 같은 경쟁적 평가절하는 보호무역주의와 맞물리면서 세계 교역량을 급감시킴으로써 글로벌 경기 불황을 장기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들의 양적완화 정책은 자국 통화의 약세를 통해 경기 부양을 도모한다는 점에서는 대공황기의 평가절하와 유사하다. 


그러나 통화 가치의 절하가 간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또한 글로벌 경제가 동시에 디플레이션에 빠졌던 대공황기와는 달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선진국들만 디플레이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신흥국들은 오히려 선진국들의 팽창적 통화정책으로 유입된 유동성이 자산시장의 거품을 일으킴으로써 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Ⅵ. 디플레이션 경고음


초저금리에 양적완화라는 최후 수단을 동원했음에도 세계 경제는 기대했던 대로 살아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경제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이 동시에 낮아지고 있다. 


통화 긴축에 들어간 것도 아닌데,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는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추세로 가다가는 물가가 하락하고 경기가 침체되는 디플레이션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제대로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위기 전후의 성장률 격차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저성장의 지속은 세계 경제가 장기적으로 정체에 빠졌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에서 재무장관과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을 지낸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2013년 11월 IMF 콘퍼런스에서 세계 경제가 장기 정체에 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경제의 부진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만성적 수요 부족과 투자 감소, 고용 축소 등에 따른 것이라며 세계 경제가 설사 회복이 된다 하더라도 이전의 성장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돈을 풀어도 성장률이 높아지지 않고 오히려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나는 것은 경제가 활기를 찾기는커녕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현상의 돈의 흐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국의 화폐 유통 속도는 2008년 위기 전의 4분의 3 수준 이하로 떨어졌다. 


일본은 더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화폐 유통 속도가 사상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 


금리를 낮추는 것도 모자라 양적완화로 돈을 풀고 있지만 상당 규모의 돈이 실물경제를 살리는 데 쓰이기보다는 금융권에 잠겨 있는 셈이다. 


하나는 과잉 생산설비나 생산성 향상 등에 의해 총공급이 늘어날 경우 발생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자산 가격 거품 붕괴와 소득 감소로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가 위축돼 총수요가 줄어들 경우 일어날 수 있다.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은 총수요 감소형 디플레이션이 총공급 증가형 디플레이션보다 심각하다. 


물론 두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어나는 디플레이션도 있다. 


 [ 글을 마치며 ]


흔히 돈을 빌려준 채권자는 그것을 빌려 쓴 채무자를 상대로 우월한 지위를 갖게 마련이다. 나라 간의 관계에서도 그래야 상식에 맞는다. 


그러나 부채의 규모가 커지면 문제가 달라진다. 채무자가 도리어 채권자를 향해 큰 소리를 치게 된다. 


채무자가 망하기라도 해서 빚을 갚을 능력을 상실하면 채권자도 함께 큰 손해를 보거나 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찍이 경제학자 케인즈는 만약 당신이 은행에 100파운드를 빚졌다면 그것은 당신의 문제다. 


하지만 100만 파운드를 빚졌다면, 그것은 은행의 문제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서 늘어난 양적 완화는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은 통화량의 증가를 불러왔다. 


이 때문에 국가적인 채무의 규모가 늘어나는 것은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경제의 흐름이 되었고 어느 정도의 채무는 모두가 동의하는 수준이 되었다. 


하지만 기존에 보지 못했던 수준의 양적완화 정책은 기존에 보지 못했던 거품도 만들어낸 것이 사실이다.

 

현재 경제 상황은 양적완화로 인해서 늘어난 자산시장의 거품과 일시적으로 회복된 것 같은 경제지표들 뿐이다. 


하지만 실물 경제의 회복인 것인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그보다 빠른 속도로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고 있고 이는 양적완화의 종료와 금리인상의 필요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를 토대로 고려해보면 앞으로는 금리 인상을 통해서 미국은 달러를 회수하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될 것이고 달러가 귀해지는 상태가 되면서 외화가 부족한 국가들, 신흥국들에서 먼저 문제가 발생될 것이다. 


달러가 귀해지면서 환율이 상승하고 수입되는 물건의 가격이 오르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도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마당에 환율이라는 이중고가 겹치면서 인플레이션은 더 가파르게 상승하게 될 것이다. 


신흥국의 경우는 이런 현상 속에서 대외 경제환경이 악화되고 물가 상승이라는 압력으로 인해서 더 빠른 금리 인상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결과는 경기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인다. 


선진국의 경우도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서 금리가 인상되지만 물가 상승은 단기간으로는 지속되고 돈을 부족해지면서 실물경제 성장률은 더디게 될 가능성이 높다. 


선진국이나 신흥국이나 모두 양적완화로 인해서 생산성 향상이 없는 상태에서 화폐의 증가에만 의지해서 부풀린 경제에 대한 위기가 찾아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2008년에는 금융 위기였고 2020년에는 코로나 위기였는데 양적완화로 인한 경제 현상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유사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때문에 과거에 있었던 경제 현상을 복기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참고 도서 : 달러의 역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