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randmer Apr 21. 2022

상식 밖의 경제학

가격에 숨어 있는 경제학의 비밀을 알아보자.


[ 글을 시작하기 전에 ]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가격은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이 가격은 왜 이 가격으로 책정이 된 것일까에서부터 이 가격에 대한 나의 기대감은 무엇일까까지 가격은 수요와 공급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 가격을 책정하는 요소에는 어떤 방법이 있고 그 안에서 발생되는 심리학적인 요소는 무엇이 있는지 한 번 들여다보자. 




  Ⅰ. 사람들은 비교를 좋아해


우리는 매일 낚이며 산다. 


뉴욕타임스에는 그렉 랩이라는 레스토랑 컨설턴트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그가 돈 받고 하는 일은 메뉴판에 넣을 요리의 가격을 매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는 양고기 요리를 작년보다 더 많이 파는 법을 알고 있다. 양고기 요리에 호박이나 리조토와 함께 메뉴에 올렸을 때 더 잘 팔리는지, 메인 코스의 가격을 39달러에서 41달러로 올렸을 때 주문이 더 늘어나는지를 그는 꿰고 있다. 


랩은 식전 요리를 아무도 주문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것의 가격을 높게 매길 때 레스토랑의 매출이 크게 오른다는 것을 알았다. 왜 그런가?


사람들은 가장 비싼 요리를 주문하지는 않을지언정 그다음 가격대의 요리는 주문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레스토랑 주인은 가장 비싼 가격대의 요리를 메뉴판에 올림으로써 손님들로 하여금 그다음으로 비싼 가격대의 요리를 선택하도록 유도한다. 


물론 두 번째로 비싼 가격대의 요리는 충분한 이윤이 남도록 교묘하게 배치한 메뉴다. 


미끼 하나의 놀라운 효과


이제 이코노미스트 영업사원들의 속임수를 살펴보자. 


1. 온라인판 정기구독 (59달러)


2. 온프라인판 정기구독 (125달러)


3. 온라인 및 오프라인판 정기구독 (125달러)


위의 가격표를 기준으로 설문조사를 했을 때 1번을 16명, 2번은 0명, 3번은 84명이 골랐다. 


그런데 이제 위 가격에서 2번을 빼고 다시 설문조사를 해보자. 


1번과 3번만이 존재할 경우 1번은 68명으로 늘어났고 3번은 32명으로 줄었다. 


이 현상을 이성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예측 가능한 부분이다. 


비교도 골라서 한다고?


미끼 효과가 드러나는 또 다른 예를 보자.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떠난다고 하자. 로마와 파리를 놓고 휴가 패키지를 선택해보자. 로마에서의 일주일과 파리에서의 일주일 모두 유혹적이다. 


이 선택지에 한 가지를 더 넣어보자. 로마 패키지에 아침식사가 제공되지 않는 상품을 넣어 가격을 낮추고 로마와 파리 모두 아침 식사가 제공되는 패키지를 넣어 세 가지를 만들어보자. 


1. 로마 패키지 + 아침식사 포함, 2. 로마 패키지 + 아침식사 불포함, 3, 파리 패키지 + 아침식사 포함


이 경우 1번과 3번이 동일 가격이라고 할 경우 사람들은 1번을 포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끼 덕분에 그 가치가 돋보이게 된 것이다. 


비교의 순환고리를 끊어라. 


이런 가격의 비교 유혹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비교의 순환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비교는 상대성의 문제다. 돈이 많은 사람이 포르셰를 탈 경우 그 사람은 더 비싼 차를 보고 자신의 차에 실망한다. 


그렇지만 도요타 프리우스를 선택할 경우 자신의 선택권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성능의 차를 선택했기에 더 다양한 선택지를 가질 수 있게 된다. 


  Ⅱ. 모든 것은 첫인상에 결정된다.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이탈리아의 다이아몬드 상인 제임스 아사엘은 유럽에서 쿠바로 피신했다. 거기서 그는 새로운 생계 방편을 찾았다. 


미군에게 방수시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는 곧 스위스에 있는 지인을 통해 미군의 수요를 채워주었다. 


전쟁이 끝나자 그가 미 정부와 맺었던 계약도 끝이 났다. 그에게는 수천 개의 스위스 시계가 재고로 남았다. 일본도 시계를 필요로 했지만 그들에게는 돈이 없었다. 


대신 아주 많은 진주가 있었다. 얼마 뒤 아사엘은 자신의 아들에게 스위스 시계와 일본 진주를 교환 방식으로 거래하는 법을 가르쳤다. 사업은 번창했고 곧이어 그의 아들 살바도르 이사엘은 이른바 펄 킹이라는 별명으로 널리 알려졌다. 


1973년 어느 날 펄 킹의 요트가 생트로페에 정박하고 있을 때 프랑스 청년 장 클로드 브루이에가 그의 요트에 올랐다. 


브루이에는 항공화물사업을 청산하고 그 대금으로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푸른 산호초 지대에 있는 산호섬을 매입했다. 그는 자신과 자신의 타이티 출신 아내가 그곳에서 지낼 요량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섬 주변의 바다에 흑엽조개가 얼마나 많은지 이야기했다. 흑엽조개에서 흑진주가 나온다는 이야기도 했다. 


당시에는 흑진주 거래 시장이 없었고 수요도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브루이에는 같이 사업을 하자고 아사엘을 설득했고, 결국 그들은 함께 흑진주를 수확하여 세계에 내다 팔기로 했다. 


처음에는 영업이 먹히지 않았다. 흑진주는 단 1개도 팔리지 않았다. 폴리네시아로 돌아온 아사엘은 흑진주를 모두 버릴까, 떨이로 할인점에 대다 팔까, 흰색 진주에 끼워넣기를 할까 고민했다. 


하지만 아사엘은 더 나은 품종을 찾았고 오랜 친구인 해리 윈스턴에게 상품을 보냈다. 


그리고 터무니없는 높은 가격표를 달아놓고 흑진주를 진열했다. 한편 고급 잡지에 전면광고를 의뢰했고 다이아몬드, 루비 에메랄드가 이리저리 흩뿌려진 가운데 타히티 흑진주 목걸이가 광채를 내는 광고를 냈다. 


이후 흑진주는 뉴욕에서 가장 잘 나가는 연예계 스타들의 목에 걸린 채 맨해튼을 활보하게 되었다. 


가치를 떨어뜨리는 꺼림칙한 요소를 제거하고 그것을 최상의 상품으로 만들었기에 가능한 성공이었다. 


그는 마크 트웨인이 톰 소여에 대해 말했던 것과 같은 일을 수행한 셈이다. 


톰은 인간 행위의 가장 위대한 법칙 가운데 하나를 알아냈다. 인간으로 하여금 뭔가를 갖고 싶도록 만들려면 그것을 손에 넣기 어렵게 만들면 된다. 


우리가 비싼 스타벅스에 열광하는 이유


스타벅스의 커피 가격은 충격적이었다. 던킨도너츠에서 더없이 만족스러운 가격에 커피를 마셔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들어온 이상 도대체 맛이 어떻기에 저 가격인지 궁금해진다. 작은 컵을 주문하여 음미한 뒤 기운을 차린 듯하자 다시 일을 보러 나간다. 


다음 주 스타벅스 근처를 지나게 되었다. 들어가게 될까? 나무랄 데 없는 의사결정 과정에 의거하여 스타벅스 커피와 던킨도너츠 커피의 맛을 따진다. 


가격도 고려한다. 물론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위치한 던킨도너츠까지 가는 발품도 따져본다. 셈이 복잡하다. 셈은 그냥 접고 가까운 곳에 가기로 한다. 


지난번에 스타벅스 가봤는데 분위기도 좋고 커피도 좋았어


결국 스타벅스로 들어가 작은 컵으로 한 잔 주문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스타벅스에 대한 취향이 생기고 확신을 갖게 된다. 습관으로 발전하게 된다. 


여기에서 발전해 새로운 소비 곡선을 갖게 되면서 다른 변화가 더 일어난다 중간 컵에서 대용량으로 카페 아메리카노에서 카페 미스토, 마키아토, 프라푸치노 같은 메뉴로 수평이동을 하게 된다. 


이런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스타벅스를 세운 하워드 슐츠는 살바도르 아사엘처럼 직관력이 뛰어난 사업가였다. 그는 스타벅스를 다른 커피숍과 차별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가 선택한 차별화 부분은 가격이 아닌 분위기였다. 그 일환으로 그는 처음부터 스타벅스를 유럽풍 카페로 만들고자 했다. 


스타벅스는 색다른 커피숍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고객이 던킨의 커피 가격을 앵커로 삼지 않고 스타벅스가 마련한 새로운 가격을 앵커로 받아들인 것은 이러한 차별성 때문이다. 


 Ⅲ. 공짜가 제일 비싸다. 


이성을 마비시키는 공짜의 매력


MIT 종합관 건물에 판매대를 펼친 뒤 허쉬 키세스와 린트 트러플 두 종류의 초콜릿을 준비하고 고객 1명당 초콜릿 1개를 판매한다고 써붙였다. 


가격은 린트 트러플이 15센트, 허쉬는 1센트였다. 학생들은 73퍼센트는 트레플을 골랐고 27퍼센트는 허쉬를 골랐다. 


이후에 1센트씩 가격을 더 깎아 트러플은 14센트, 허쉬는 공짜로 변경했다. 69퍼센트의 고객이 키세스를 골랐다. 


딱히 필요 없는 물건을 고른 이유는?


왜 우리는 정말 원하는 제품도 아닌데 공짜라면 분별없이 달려드는 것일까?


대부분의 거래에는 상한선과 하한선이 있다. 그런데 어떤 물건이 공짜라면 하한선을 망각하게 된다. 공짜라는 말이 심리적으로 끼치는 영향을 지대하여 우리는 공짜 물건에 실제 가치보다 훨씬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 


왜 그럴까? 인간이란 본능적으로 손해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공짜의 실제 매력은 이런 두려움과 깊은 관련이 있다. 공짜 제품을 손에 넣는 순간 손해의 가시적인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진다. 


공짜가 아닌 제품을 선택할 때는 잘못된 결정일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즉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이런 이유로 가격의 세계에서 공짜는 그저 가격의 한 형태가 아니다. 공짜 제품을 향해 격해지는 감정을 넘어설 수 있는 가격은 없다. 


공짜 효과라고 하는 것은 독자적인 영역을 갖고 있다. 


 [ 글을 마치며 ]


제품을 판매하는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이다. 가격이라는 것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다는 접점이기 때문이다. 


가격이 너무 높으면 소비자는 가치에 대한 반감이 형성될 수 있고 가격이 너무 낮으면 그 가격에 익숙해진 소비자는 동일 브랜드의 제품에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싶어 하지 않게 된다. 


이 때문에 우리는 가격을 정할 때에 심사숙고해서 어떤 식으로 책정할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그런데 이 가격이 어떻게 책정이 되었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들에 대한 힌트가 숨어 있는 것 같아 그 부분을 두 가지로 다시 정리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미끼 효과라는 것이다. 


하나의 가격만을 제안해서 선택지를 주는 것보다 다양한 선택지를 제안하는 것이 우리에게 더욱 효과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때에 우리가 실제로 필요하지 않은 서비스를 제공받으면서 추가 지불을 하는 경우에 우리는 만족감이 반감될 수 있다. 


하지만 추가로 제공되는 서비스가 실제로 이익이 되지만 어느 정도의 이익인지에 대해서 잘 모를 경우 다른 대안을 통해서 그 가격에 대한 상대적인 비교를 해볼 수 있다. 


이럴 때에 사용하는 것이 미끼 전략으로 중간 단계의 가격을 끼워 넣는 것이다. 


이 가격은 기본이 되는 서비스에 대한 가격 측정의 도구가 되어주고 최고로 비싼 서비스의 가격에 대한 거부감을 낮춰줄 수 있는 도구가 된다는 것이다. 


현재 마케팅에서 사용되는 가격에는 이런 숨은 의도가 보이지 않게 존재한다. 


예를 들어 과자를 한 봉지만 먹고 싶은데 하나의 가격은 1500원인데 세 봉지의 가격이 2천 원일 경우 우리는 고민할 것 없이 세 봉지를 2천 원에 지불하는 것을 선택한다. 


한 봉지를 사면 1500 원지만 세 봉지는 2천 원이니 조금 더 지불하고 더 많은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그렇지만 그것이 꼭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첫인상의 중요성이라는 것이다. 


최초에 표기된 가격이 너무 낮을 경우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는 대상에 대해서 의심을 품게 된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생각에 오히려 품질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선뜻 손이 가지 않게 된다. 


막상 사용해보고 저가이면서도 품질이 좋아 만족감을 가질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제품이나 서비스가 무형으로서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흑진주의 가치는 실제적으로는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흑진주가 없다고 해도 우리의 삶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나아가 흑진주가 백진주보다 더 가치가 있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결국 개인의 취향일 뿐인데 이 진주의 가치를 매기는 것은 결국 보석상이 되는 것이고 구입하는 사람들은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다. 


여기에서는 가격을 높게 책정했고 마케팅 효과를 통해서 사람들이 가지고 싶어 하는 욕망을 불어넣었다. 


결과적으로는 성공적일 수 있었지만 실제로 이 과정이 모두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보석으로서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닌 것은 단연코 다이아몬드이다. 그런데 다이아몬드가 실제로 다른 모든 보석보다 가치가 높을 수 있을까? 


그것은 마케팅의 효과라고 생각이 든다. 변하지 않는 약속이라는 의미로 가장 단단한 귀금속으로 포지셔닝했고 결혼 혹은 약혼의 예물로써 자리매김했기에 사람들이 가치를 인정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다이아몬드가 현재의 고가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유통량이 조절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이아몬드가 얼마나 세상에 나와있는지는 드비어스만 알 것이다. 


그들은 다이아몬드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게끔 적절하게 유통량을 통제하고 가격을 운영한다. 


이런 점을 고려해볼 때에 보석이 영원히 변하지 않을 수는 있을지 몰라고 가치가 영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위의 두 가지를 고려해보면 어떤 가격 책정 방식이 올바른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가격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악수를 하는 접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 가격이 만나는 지점이 가격이 되고 그 가격이 양쪽 모두에게 충분히 보상이 된다면 매우 좋은 가격 책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고려해서 가격을 좀 더 올리더라도 소비자들이 만족할만한 서비스나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이고 반대로 너무 가격적으로만 시장에 접근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고 도서 : 상식 밖의 경제학

작가의 이전글 인에비터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