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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ndmer Sep 17. 2023

공학의 시간

과학의 시간, 기술의 시간 이후 공학의 시간이 온다.



[ 글을 시작하기 전에 ]


유발 하라리는 호모 데우스에서 인류는 기아, 역병, 전쟁으로부터 비롯된 걱정에서 해방된 기쁨을 뛰어넘어 새로운 기쁨을 추구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인류는 불멸과 행복과 신성에서 비롯된 기쁨을 갈구하는 시대로 건너가고 있습니다. 


왜 태어났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구했습니다. 이제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의 시대로 들어가야 합니다. 


지구에 생명의 역사가 도래한 이래 다양한 경험을 차곡차곡 쌓은 인류는 저마다 기뻐하는 이유가 다릅니다. 


어떤 이는 살아있음에 어떤 이는 해발 100킬로미터 상공을 나는 것에 기뻐합니다. 


또 어떤 이는 폭력으로부터의 해방에 어떤 이는 함께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것에 기뻐합니다. 


전자는 기존의 틀에 머물고 후자는 틀을 벗어나 무한한 가능성에 도전합니다. 


이제 우리도 기존의 틀에만 머무를 수는 없습니다. 


생존과 안전은 그저 새로움을 위한 전제 조건이 되어야 합니다. 


공학은 역사에 기록된 수많은 사건에서 생존과 안전이라는 전제 조건에 숨은 의도를 파악하고 비밀을 읽어냅니다. 


그 비밀이란 사태를 일으키는 작동과 작동 간의 상호작용, 나아가 작동의 배치입니다. 


그것을 구조라고 합니다. 그렇게 읽어낸 구조에서 특정한 조건과 관계성을 찾아 재구성하고 기대하는 결과가 발생하도록 실험합니다. 


변화하는 시대 공학은 새로운 가치관을 우리에게 전달하고 우리는 그것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럼 어떤 가치관을 고민해야 하는지 한 번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 


Ⅰ. 데이터 자유주의 vs. 데이터 지역주의


현재 데이터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데이터 자유주의와 중국과 EU를 중심으로 하는 데이터 지역주의가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미국은 일찍이 IT 기술을 선점한 덕택에 플랫폼 시장을 장악함과 동시에 압도할 만한 데이터를 축적했습니다. 

반면 후발주자인 중국은 데이터 골리앗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서 지역성을 담고 있는 데이터를 지켜야 한다는 데이터 지역주의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EU가 주장하는 데이터 지역주의는 중국과는 또 다릅니다. 데이터 지역주의를 주축으로 하되 구체적인 사용에 관해서는 연합함으로써 데이터 자유주의를 추구하는 방식입니다. 


중국과 EU 모두 데이터 저장 장치가 반드시 지역에 존재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중국은 중국인 대상 서비스가 반드시 중국에서만 관리되어야 한다는 원칙이고, EU는 그들이 제정한 데이터법에 따라 데이터의 자주권을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 이동이 가능하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즉 중국은 데이터 국가주의를, EU는 데이터 연대주의를 주장하는 셈입니다. 


EU의 데이터 연대주의도 실현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문제가 첨예한 이유는 데이터와 캡타를 분리하는 문제에 관한 고민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데이터 분리로 자유주의와 지역주의를 해소한다 하더라도 데이터 독점이라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것 역시 다양성의 보존이나 배양이라는 관점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특정 세력이 독점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로 AI를 독점한다면 전 세계에 미칠 악영향이 너무 클 것입니다. 


Ⅱ. 세상을 만드는 자와 만들어진 세상을 사는 자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가 만들어진다는 관점에서 가장 중요하게 지향해야 할 세 가지 문제를 짚어보았습니다. 


이 세 가지를 한 마디로 압축하면 우리가 만드는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과 같습니다. 


희망하는 세상을 건설할 수 있다는 전제가 허황되지 않으려면 최소한의 에너지로 긍정적 가치들을 생산할 수 있는 전문적인 설계도를 준비해야 합니다. 


이러한 설계가 거대한 장벽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인간의 진화에서 축적된 멋진 방법론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하면, 불안한 마음은 완전한 희망으로 바뀔 것입니다. 


이러한 확신은 세상의 모든 것이 단지 걸어온 여정의 차이일 뿐이라는,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의 말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들뢰즈는 누군가 국가를 만든 것이지,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뿐 아니라 도시가 있고 시골이 존재하지, 시골이 있어 도시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도 합니다.

 

들뢰즈의 관점에서 사람은 세상을 만드는 자와 만들어진 세상을 사는 자의 두 분류로 나뉩니다. 


Ⅲ. 딥러닝의 본질, 자율화 기술


소통에 소통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때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사이라는 시간과 이곳과 저곳의 사이라는 공간과, 사람과 사람 사이라는 인간의 장벽이 존재합니다. 


장벽은 지속적인 소통과 성장, 새로운 에너지의 생성을 방해하는 요인이므로 극복의 대상입니다. 


인류의 시간을 극복하는 열쇠는 기억입니다. 그리고 이를 활용하는 방식에 따라 효율성과 효과성의 차이가 생겨납니다. 


디지털 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기억의 차원을 넘어 2차, 3차 관찰 과정을 거치며 그 속에 숨은 맥락을 짚어냅니다. 


그 맥락은 비가역적인 시간을 극복하는 좋은 토대입니다. 


딥러닝 기반의 AI기술은 자동화를 넘어선 자율화의 단계입니다. 


기술의 발전 단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어진 조건에서 에너지를 최소화하게 해주는 도구화, 주어진 조건에서 정해진 동작을 수행하는 기계화, 범위가 있는 임의의 조건에서 정해진 적응 동작을 수행하는 자동화, 개방적인 환경에서 조건을 분별해 동작을 찾아서 수행하는 자율화입니다. 


이를 살펴보면, 자율 기술이 시간의 극복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칠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Ⅳ. 유한시간 특이점, 디지털 엔진


세계 인구 증가율과 경제 성장률이 동시에 꺾이고 있고, 기후 문제, 에너지 문제, 식량 문제, 환경 문제, 물 문제, 자원 문제, 생태계 문제, 전염병 문제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대두되며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유한시간 특이점 관점에서 보면, 구조적 혁신이 일어나야 하는 시점에 가까워졌다는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인류는 디지털 엔진을 획득함으로써 직면하는 위기를 구조적 혁신으로 넘어설 기회를 확보했습니다. 


디지털 엔진의 획득 이전에 있었던 또 하나의 중요한 발견은 바로 양자역학입니다. 


이 덕분에 양자세계라는 초미시세계로도 확장이 가능해졌습니다. 


바깥으로의 확장뿐 아니라 안으로의 확장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시각의 전환입니다. 


디지털 엔진은 이 두 가지 방향의 발견이 낳은 멋진 선물입니다. 


기계들이 스스로 주어진 일을 더욱 정교하고 정확하게 처리하도록 하는 최고의 엔진이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엔진이 만들어내는 구조적 혁신입니다. 이제 인류에게는 그러한 구조적 혁신을 잘 이용할 새로운 원칙을 세우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 원칙은 인류가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며, 꿈꾸고 희망하는 것들을 실현 가능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새로운 원칙은 새로운 생태계를 위한 구조의 마련과 같은 의미입니다. 


Ⅴ. 슈퍼 자율 물류 네트워크


물류 네트워크가 스스로 규칙을 다듬어 가며 작동하는 것이기에 자율이라는 단어가 붙습니다. 


그러한 네트워크는 대상에 따라 다양하지만, 그것을 통일된 방식으로 통합한다는 의미에서 슈퍼라는 단어가 붙습니다. 


이것은 정보를 패킷화해 송신지부터 수신지까지 전달하는 통신 네트워크의 개념을 확장한 것입니다. 


정보를 싸는 꾸러미를 패킷이라고 하는데, 사물들을 실어 나르는 자율주행차나 자율운항드론을 패킷으로 생각하고, 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자율 물류 네트워크를 통합하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 수 있습니다. 


사물의 개념에도 디지털 굿즈도 포함되며, 배터리, 물, 음식 등 규격화된 화물과 사람도 포함됩니다. 


사물의 종류에 따라 별도의 물리적인 전달 네트워크를 가질 수 있으나 사물의 전달에 필요한 이동 교환, 리패키징 등을 자동으로 제어하기 위한 통합 제어 네트워크는 반드시 전제되어야 합니다. 


[ 글을 마치며 ]


인류의 발전은 생산성의 향상과 맞물려 있고 생산성의 향상은 각 단계별로 발전되어 왔다. 


최초의 생산성의 향상은 더 많은 토지를 구하는 것과 더 많은 인적 자원을 기반으로 발전을 해왔다. 


이후에는 물리적인 힘을 더욱 쉽게 사용하는 것으로 발전해 왔는데 바로 도구의 발명이다. 


그다음으로는 증기기관의 발명, 전기의 발명, 자동화 생산 공정의 축적 등이 단계적인 발전이 되어 인류의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정보통신 공학의 발전과 인터넷의 발달 나아가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모든 정보 지식이 한 군데에 모이게 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발전을 기대하게 되고 있는데 바로 스스로 일하는 기계의 출현을 기대해도 될 수 있는 시대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자동차는 자율주행을 접목해 스스로 이동하는 형태로 발전되게 될 것이다. 


공장에서는 이미 상당한 수준의 자동화가 시작되었는데 작업자가 없이도 모든 기계가 작업을 알아서 진행하고 수행하는 단계로 발전되어 왔다. 


일반인의 삶도 발전되어 왔는데 세탁기와 건조기, 스타일러와 같은 일반 가전제품에서부터 로봇청소기의 출현으로 인해서 집안 청소까지도 정기적으로 해주는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기계가 알아서 일을 해준다는 것은 매우 환영받을 만한 일이다. 


인간의 개입이 없기 때문에 24시간 동안 꾸준한 성과를 낼 수 있고 감정도 없으며 이슈도 없다. 


물론 현재의 발전이 완벽하게 인간을 대체하고 있지는 않지만 점점 더 많은 분야에서 발생되고 있고 앞으로는 더 복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발전되게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주목하고 있는 기술은 인공지능을 출현으로 발생하게 될 자동화의 단계가 언제 어떻게 발생한 것인가 하는 것이다. 


5단계로 나누어서 생각해 보도록 하자. 


1단계는 모든 기기를 인터넷에 연결하는 사물 인터넷의 단계이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모든 활동을 인터넷과 연결해서 데이터로 구축하는 하는 것이 새로운 시대적인 변화의 첫걸음이 된다. 


이 변화의 첫걸음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우리의 행동을 모두 기록할 수 있도록 사용하는 사물이 인터넷과 연결이 될 필요성이 있다. 


이미 모두가 이를 잘 이해하고 있고 더 많은 기기에 인터넷을 연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단계는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하는 단게이다. 


데이터는 클라우드라는 가상공간에 축적이 되게 되고 인공지능이 학습할 수 있는 기본적인 자양분이 된다. 


인공지능은 딥러닝과 머신러닝이라는 두 가지 단계를 통해서 학습하게 되는데 인간의 학습보다도 이미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는데 Chat GPT를 통해서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해결책이 무엇인지 이미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3단계는 인공지능이 다시 사물인터넷과 연결이 되는 단계이다. 


인공지능이 점차 숙련이 되고 인간을 능가하는 능력을 갖게 됨으로써 다시 모든 사물과 연결이 되어 사물을 통제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광산에서 일하는 기계가 무인으로 동작하게 된다던지, 농업에서 사용되는 트랙터가 스스로 밭을 일구는 형태로 발전하게 된다. 


이는 예전보다 더 높은 생산성을 보여주게 되고 더 수월한 작업으로서의 변화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4단계는 모든 것이 통합 관리되는 시스템으로 변화되게 된다는 것이다. 


인간이 소비하는 음식이나 물건 모두 원재료의 준비, 제조, 유통, 마케팅, 소비라는 각각의 단계를 거치면서 다양한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이 과정을 매우 긴 시간 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현대에는 중간 과정을 모두 없애고 직접 유통이 가능하고 소비가 가능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로 인해서 소비자는 예전보다 적은 돈을 활용해서 물건을 소비할 수 있게 된다. 


국가 차원에서도 자원의 효율적인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생산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발전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이 때문에 개개인도 기업도 국가도 모두 새로운 통합 관리 시스템을 환영하고 있는 형태이다. 


이런 현상으로 인해서 기술의 발전이 예전에는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이동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지금은 거의 동시 다발적으로 전파가 되고 있다. 


말하자면 한 나라는 2차 산업혁명 이후에 바로 4차 산업혁명으로 전환이 되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선진국에 비해서 적은 경제 규모임에도 디지털 전환이 더 빠른 경우도 있다. 


이런 시대적인 통합 관리 시스템이 변화의 4단계이다. 


마지막 5단계는 국경의 의미가 퇴색되고 경제 블록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것이다. 


지구촌이라는 말과 함께 시작된 세계화는 우리나라가 경제 강국으로 발전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분업화를 통해서 세계는 저렴한 노동력과 저렴한 자본력을 결부시켜 예전보다 양질의 물건을 더 저렴하게 소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었다. 


하지만 이제는 무형의 기술이 정보 기술이라는 의미 때문에 국가 간 기술 쟁탈전이 급속도로 전개되고 있다. 


우호국과 비우호국을 나누고 각각의 블록을 기반으로 기술 장벽을 세우고 데이터의 교류를 제한하고 있다. 


이는 결국 향후 만들어지게 될 인공지능의 경쟁력이나 첨단 기술의 경쟁력을 독점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그럼 이런 현대적인 변화의 시대에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직접적으로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해서 코딩을 하고 데이터를 축적하고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가기에는 이미 너무 큰 거대기업들이 존재한다. 


이런 기업들의 주인이 되기는 어렵지만 기술적인 변화를 읽고 기업들의 성과를 나누어 가질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한다. 


아직 4차 산업혁명의 완성도를 논하기에는 이른 수준이지만 분명 조만간에 승리한 기업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다행스럽다고 생각이 드는 것은 우리가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초입에 있다는 것으로 준비한다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좀 더 많이 공부하고 고민해 스스로 미래를 판단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하겠다. 


참고 도서 : 공학의 시간 (이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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