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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ndmer Sep 29. 2023

기술전쟁

국익 최우선 시대, 한국의 운명을 바꿀 6개의 전장



[ 글을 시작하기 전에 ]


2020년 CNN은 기술전쟁이 시작되었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기술 전쟁이 이때 처음 일어난 것은 아니다. 1960년대와 1990년대에 이미 치열하게 벌어진 바 있었으니 2020년엔 제3차 기술 전쟁이 일어난 셈이다. 


이렇게 거의 30년에 한 번씩 치열하게 벌어지는 기술전쟁은 회를 거듭할수록 대립 구도가 확대되고 있다. 


처음에는 기업 대 기업의 대립으로 시작되어 그다음엔 국가 대 국가의 대립으로 그리고 현재는 세계 주요 국가를 결집한 진영 대 진영으로 넓어지고 있다. 


그 이유는 기존에는 기술이 소수의 국가들에게만 존재했고 나머지의 국가들은 기술을 접해보지도 못한 상태여서 참전 자체가 무의미했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의 세계화로 인해서 신흥 국가들은 기본적인 제조 능력을 갖출 수 있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기술의 축적이 발생되었다. 


그리고 기술의 축적으로 말미암아 기존 기술에 버금가는 기술력을 갖게 되었고 이제는 소수의 한 국가가 모든 기술을 독점할 수 없는 체제로 변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럼 앞으로의 기술 전쟁에서는 무엇을 주목해야 하고 그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Ⅰ. 반도체에서 시작하는 디커플링


반도체는 백지장과 같다. 맞들면 낫다. 미국이 아무리 최고 기술을 가졌다 해도 혼자 힘으로는 반도체 공급망 구축이 어렵다. 


이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안보동맹을 맺은 국가는 60개가 넘고, 무역 상대국으로 중국을 1위에 두는 국가는 그 2배가 넘는 120개국 이상이다. 


한국은 안보 관점에서 미국을 우선한다. 동시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서 메모리 공장을 운영 중이다. 


인텔의 중국공장을 SK하이닉스가 인수하면서 현재 미국은 중국에 둔 반도체 공장이 없다. 


자국 기업이 중국에 없으니 미국 입장에선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에게 어떤 요구든 쉽게 할 수 있다. 


기술 전쟁에서 직접 싸우는 전사는 기업이다. 2020년 미국은 중국 통신 기업 화웨이에 반도체 부품 및 제조 장비 수출을 금지하며 중국으로 향하는 기술을 규제했고, 중국 최대 파운드리 SMIC도 규제 대상에 추가했다. 


반도체 공급망은 미국과 중국으로 분단되는 디커플링의 위기에 처했다. 


반도체부터 시작해서 기술, 경제, 정치, 문화 등의 모든 분야는 미국과 중국 진영으로 나뉠 수 있다. 


디커플링이 진행되면 공급망은 새롭게 구축된다. 인재 교류도 어렵고 기술 조달도 어렵다. 


현재 한국은 반도체 산업에서 강한 존재감을 갖지만 미래에도 그럴진 알 수 없다. 


미국과 중국 모두 반도체 자급자족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곡을 규제하는 배경에는 패권경쟁이 있다. 중국은 2013년 시진핑이 국가주석이 되면서 중국몽을 내걸었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뜻하는 중국몽은 중국 공산당의 궁극적 목표다. 


이에 따르면 중국은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건설하려 한다. 


그때까진 경제에서든 군사에서든 미국을 초월하는 초강대국이 되겠다고 벼르는 것이다. 


중국몽의 실현을 위해 중국은 중국 제조 2025를 2015년부터 추진 중이다. 


2025년까지 제조강국 대열에 진입하는 것이 1단계 계획이다.

 

2단계는 2035년까지 전체 제조업이 다른 제조 강국과 같은 수준에 이르는 것, 3단계는 2049년까지 제조 최강국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한 10대 중점 분야로 중국은 차세대 정보통신, 로봇, 항공 우주 장비 등을 선정했다. 


반도체는 2025년까지 자급률 70%를 목표로 한다. 


자급률은 중국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인데 외국 기업이 제조한 반도체도 여기에 포함된다. 


현실적으로 2025년 자급률은 20% 수준을 전망하는데 (현재 17% 수준) 원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기술전쟁으로 인해 혁신의 겨울이 온다는 걱정은 중국에서 먼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무기는 소재 기술


전 세계 리튬 생산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80% 이상이다. 중국이 외국 기업에 투자한 사례까지 포함한 수치다. 


대표적 중국 기업인 간펑리튬은 리튬을 채굴 및 가공하며 전기차용 배터리를 제조한다. 


이 기업은 중국 외에도 아르헨티나, 칠레, 멕시코, 호주에 리튬 광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기차 기업과 배터리 기업에 소재를 공급한다. 


중국을 제외하고 현재 세계 유력의 배터리 기업은 한국과 일본에 있는데 이 두 나라 기업에 제조하는 배터리의 양극재는 중국 기업 또는 중국 합작법인이 만든다. 


중국을 대신할 광물 공급망을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려우며 포스코는 아르헨티나에 투자해 리튬을 생산할 계획이지만 수요를 충족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일본 역시 소재를 무기로 사용한다. 


2019년 일본은 안전보장을 위해서라는 이유를 대며 한국에 불화수소 등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수출을 규제했다. 


소재는 매우 효과적인 공격수단임을 증명한 셈이다. 일본의 소재들 중 세계 시장 점유율이 높은 것들로는 포토레지스트, 포토마스크, 실리콘 웨이퍼를 들 수 있다. 


2023년 일본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해제하고 화이트리스트에 다시 포함시켰다. 


화이트 리스트 대상국은 수출심사우대국의 대우를 받는다. 


이로써 2019년에 시작된 일본의 대한국 수출 규제는 정상화되었다. 


한국은 소재가 빈약하다. 한국이 반도체 소재를 수입하는 국가는 일본과 중국인데 두 나라의 비중을 합하면 60%다. 


중국과 일본이 한국으로 수출하는 핵심소재를 엄격하게 규제하면 한국 반도체 산업은 붕괴될 수 있다. 


Ⅱ. 점점 강해지는 징벌적 손해배상


중국에서는 특허를 훔치지 마십시오. 


중국은 특허를 미국보다 강력하게 보호한다.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그렇다. 


중국은 2021년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특허법을 미국보다 높은 수준으로 개정했다. 


개정된 특허법은 특허 보호 강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평가받는다. 


이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때문이다. 중국에서 특허를 고의로 침해하면 침해 금액의 최대 5배까지 보상해야 하고 배상액에는 소송 비용과 변호사 선임비도 포함된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발달한 미국에서는 3배 보상이고 한국에서는 2019년부터 3배 보상이 되었으며 일본에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없다. 


특허를 포함한 지식재산을 중국이 이토록 강력하게 보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크게는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특허와 상표 등 외국 지식재산의 모방 침해로 악명 높은 중국에게 맹렬히 항의하며 강도 높은 조사를 벌여왔다. 


중국 기업에 대해 미국이 기술 이전 및 부품 수출을 규제하는 것도 이런 이유가 크다. 


미국이 지식재산을 중시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식재산은 무역전쟁에서 미국이 사용하는 강력한 무기다. 


또한 1980년대 무역 적자와 재정적자에 시달리던 미국을 재건시킨 원동력이기도 하다. 


1929년 세계 대공황이 오자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특허에 기초하는 독점과 카르텔이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고 생각해 강력한 독점 금지 정책을 펼쳤다. 


그는 특허풀과 같은 국제 카르텔을 규제했고, 이 정책은 50년간 유지되었다. 


그랬던 미국의 정책은 1980년대에 일본이 급속히 경제성장을 하며 바뀌었다. 


경제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 일본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경고였다. 


일본을 보면서 미국은 자국 경쟁력의 후퇴 원인을 독점금지법에서 찾았다. 


지식재산을 독점금지법으로 너무 과도하게 규제 했다는 반성이었다. 


그리고 레이건 대통령이 정책을 완전히 바꾸면서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원천은 유형자산에서 무형자산으로 바뀌었다. 


지금 미국의 무형자산이 만드는 가치가 기업의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80년 17%에서 2020년 84%로 늘어났다. 


그리고 무형자산의 경우 1년에 4% 감소하지만 유형자산의 가치는 1년에 20% 감소하게 된다. 


Ⅲ. 표준은 진영 대 진영의 싸움


표준은 많은 사람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관계자들이 모여 작성한 문서다. 


여기에서의 관계자는 반드시 기술자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표준은 문서로 작성되므로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다. 


고객은 비용을 지불하고 표준문서를 구입한다. 표준은 많은 사람이 사용하기에 경쟁을 촉진시키고 결과적으로 시장도 키운다. 


PC나 자동차 산업을 보면 표준의 효과가 명확하다. 


PC는 모듈을 구입해서 조립하고 완성되고 자동차는 단위 시스템을 모듈로 하여 만들어지는데 이때 PC나 자동차의 인터페이스가 표준으로 정해진다. 


PC, 자동차, 공작기계, 반도체, 스마트폰과 같은 시장이 확장된 것도 표준 덕분이다. 


표준을 사용하는 기간은 정해져 있지 않고 개정판이 나올 때까지 기존 것이 사용된다. 


표준의 효과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는 QR코드다. 일본 기업인 덴소가 발명해 특허로 등록한 QR코드 기술은 2015년에 국제표준이 되었다. 


구체적으로는 QR코드의 기호 특성, 데이터 문자 인코딩 방법, 기호 형식, 치수 특성, 오류 수정 규칙, 참조 디코딩 알고리즘, 생산 품질 요구 사항,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매개변수가 포함된다. 


덴소는 누구나 표준특허를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대신 QR코드를 해독하는 카드리더를 상품으로 개발했다. QR코드는 일본 산업 규격이나 IOS 규격을 준수하는 한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특허를 표준으로 제정하면 해당 특허를 보유한 기업은 시장에서 유리한 입장에 선다. 


다른 기업에 라이선스를 제공하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덕분이다. 


표준경쟁에선 승리한 기업이 모두 다 가진다. 


1970년대부터 판매된 비디오카세트 레코더는 마쓰시타의 VHS 방식과 소니의 베타 방식이 있었다. 


두 기술은 기술과 시장에서 경쟁했고 베타 방식보다 기능이 부족한 VHS가 표준이 되었다. 


2002년 소니는 공식적으로 배타 방식 기술을 포기했다. 패배한 기술을 사용해도 되지만 시장이 없으면 사용하는 의미도 없기 때문이었다. 


Ⅳ. 중국이 MS에게서 얻은 교훈


원천 봉쇄 전략. 중국은 MS로부터 얻은 교훈을 살려 이 전략을 펴고 있다. 


구글, 메타, 트위터, 아마존 등의 미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 아예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전략인데 한국의 카카오톡도 그 대상에 포함된다. 


미국은 인터넷을 자유의 공간이라 여기지만 중국은 검열의 대상으로 간주한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미국 기업은 중국 정부가 제시한 검열 정책을 수용해야 한다. 


중국은 인터넷을 지배하는 미국 표준을 거부했고 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와 같은 기업을 통해 중국 표준을 만들었다. 


PC에서 좌절했던 중국 표준은 인터넷에서 부활했다. 


PC산업을 지배한 주인공은 윈텔, 즉 MS와 인텔이다. PC를 구매하는 고객은 별다른 대안이 없었기에 두 기업의 제품을 계속 사용해야만 했다. 


MS는 윈도 기반을 두는 SW와만 호환성을 갖게 했고 윈도를 채택한 IBM 호환 기종이 사실상 표준이 되었다. 

표준 경쟁에서 승리한 윈텔은 1980년대 미국의 경쟁력을 살렸다. 


1990년대가 끝날 무련 일본의 PC 산업은 미국 기업들이 지배했다. 


윈도의 문서 편집 소프트웨어인 MS 워드에 대항한 이치타로가 일본 정부의 지원으로 겨우 살아남았을 정도다. 


이치타로는 관공서에서만 사용되며 기업이나 개인은 대부분 워드를 사용한다. 


한국에서 아래아한글이 MS에 팔려간다며 큰 소동이 일었던 사례와 비슷하다. 


MS는 중국 시장도 지배했지만 그 과정은 일본에서와 달랐다. MS의 독점에 반발한 중국은 리눅스에 기반한 중국 표준을 모색했다. 


중국은 1990년대 말부터 리눅스 기술과 사업을 지원했다. 이를 본 MS는 중국에서 사업 전략을 변경했다. 


윈도 소스코드를 개방하고 가격을 크게 내린 것이다. 선진국에서 수백 달러에 파는 제품이 중국에서는 10달러에 팔렸고, 그에 따라 불법 복제가 크게 줄었다. 


정품 가격이 너무 낮아 불법으로 복제할 동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전까지 중국에서는 MS 불법 복제해서 배포하는 사람을 영웅으로 취급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윈도 정품을 사용하는 중국인이 늘어났다. 


그리고 중국은 중국 표준을 포기했다. 


[ 글을 마치며 ]


이 책은 기술전쟁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여섯 곳의 전장, 즉 배틀필드로 구분해서 살펴보고 있다. 


6곳은 피지컬 배틀필드, 사이버 배틀필드, 스페이스 배틀필드, 글로벌 특허 배틀필드, 스탠더드 배틀필드, 인재 배틀필드이다. 


이 중에서 피지컬, 사이버, 스페이스는 반드시 승리를 거둬야 하는 곳으로 정의하고 있고 나머지 3곳은 승자독식이 어렵기 때문에 지지 않는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에 어떤 배틀필드에 우선을 두어야 하냐고 말한다면 피지컬 배틀필드가 첫 번째이고 글로벌 특허, 스탠더드 배플필드의 순서라고 말하고 싶다. 


그 이유는 피지컬 배틀필드 반도체, 소재, 부품 같은 산업에서의 우위를 점해야 현재의 경제 발전을 이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우위를 갖지 못하면 미래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당장의 전쟁 준비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승리해야 하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분야라고 보인다. 


그리고 피지컬 배틀필들의 기반으로 특허를 만들어 내서 무형 자산의 보유를 늘려야 한다. 


무형 자산의 보유가 없게 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피지컬 배틀필드에서의 우위나 경쟁력도 저하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특허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스탠더드 경쟁에도 참여를 해야 한다고 본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현재 구글, 메타, 인텔, MS의 글로벌 경제 우위는 특허와 국제 표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 번 글로벌 표준이 되게 되면 모든 산업의 발달이 그곳에서 벌어지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플랫폼과 네트워크의 힘이다. 


예를 들어 구글의 크롬, 유튜브, 메타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MS의 윈도, 인텔의 CPU 등이다. 


이 중에서 우리나라는 다행히도 네이버와 카카오가 있지만 그 외에 분야에서는 점차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당장의 기술 전쟁이 끝난 것도 아니고 진행되고 있는 것이기에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는 어렵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비중이 증가하고 승자가 정해질 것이다. 


그전에 어떤 형태로 변화되고 있는지 어떤 방향이 부각되고 있는지 뉴스나 신문을 통해서 지속 업데이트를 하고 공부해야겠다. 


 참고 도서 : 기술전쟁 (윤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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