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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ndmer Nov 16. 2023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마음의 위기를 다스리는 철학 수업



[ 글을 시작하기 전에 ]


상대적인 삶이 아니라 절대적인 삶을 위하여


인생을 사계절로 나눈다면 40대는 늦여름이 끝나고 초가을쯤 열매를 맺어야 할 때라고 본다. 


지식과 경험을 쌓은 20대, 일과 인간관계에 집중해 치열하게 산 30대를 거쳐, 40대는 인생의 수많은 시험을 치르고 자리 잡기 시작하는 시기다. 


원하는 바를 성취하고 뿌듯함을 느끼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40대는 성공의 기쁨만큼 개인에서, 사회에서, 인생에서 실패의 아픔도 많이 겪는 시기다. 


여전히 직장 일과 집안일, 자녀의 육아와 교육 등 바쁜 생활에 치이느라 자신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으며, 인간관계에 회의감을 느끼고, 죽음에 따른 상실감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된다. 


마흔의 마음은 복잡하다. 인생이 아직 한참 남았는데 앞으로 펼쳐질 시간이 기대되기보다 늘 그렇듯 같은 일이 반복도리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벌써부터 웬만한 일은 익숙해져서 재미가 없고 시시하다. 


마흔이 되면 성숙한 어른이 될 것이라 상상했는데 알고 보니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럴 때에 어떻게 하면 마음 관리를 잘하고 평점심을 유지할 수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Ⅰ. 모든 인생은 고통이다. 


40년을 넘게 살아온 사람이라면, 쇼펜하우어의 깨달음에 공감할 것이다. 


삶의 욕망 자체가 고통이라는 가르침을 불교에서는 일체개고로 표현한다. 


모든 인간은 언젠가 죽기 마련인 존재다. 그러므로 욕망, 집착, 소유욕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 알 필요가 있다. 

명성, 권력, 지식 등은 내가 죽으면 다 부질없는 것이 되고 만다. 


이 사실을 알고 우리가 욕망의 파도를 잘 다스리는 것이 마음의 행복을 얻을 출발점이다. 


어두운 고통의 바다에서 눈을 뜨고 검은 파도를 들여다보라. 행복이라는 화려한 이름 뒤에 가려진 삶의 어두운 면을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인생의 심연을 직시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쇼펜하우어는 인생사가 고통의 연속인 이유를 살아남고자 하는 인간 본성의 욕망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인간의 본성을 삶에 대한 맹목적인 의지로 보고, 영원히 살려는 맹목적인 욕망이 충족되지 않아서 인간이 고통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밝혔다. 


인간 본성의 욕망이 고통만 주는 것은 아니다. 고통과 함께 그 힘든 시간을 견디게 하는 힘 또한 삶에 대한 애착과 맹목적인 열망에서 나온다. 


그래서 이런 욕망을 잘 다스릴 때 주체적으로 행복한 삶이 가능하다고 봤다. 


욕망이라는 갈증을 해소하는 방법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인간의 욕망이 끝이 없는 이유는 매슬로우 욕구 5단계 설로 설명할 수 있다. 

1단계 욕구는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욕구로 의식주, 수면 욕구 등이다. 


2단계 욕구는 안전에 대한 욕구로 위험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다. 


3단계는 소속감과 애정에 대한 욕구로 연애하고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다. 


4단계는 존경의 욕구로 명예, 권력, 성취에 대한 욕구다. 


마지막 5단계는 자아실현의 욕구로 자신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욕구다. 


Ⅱ.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고통을 견딘다는 것이다. 


하나의 고통은 열의 쾌락에 맞먹는 힘을 가졌다. 


고통의 힘이 쾌락의 힘보다 더 강하다.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모든 쾌락과 행복은 소극적인 성질을 띠는 반면 고통은 적극적인 성질을 띠기 때문이다. 


인간은 행복은 잘 모르지만 불행은 잘 인지한다. 그래서 부와 명예를 가졌을 때는 그 가치를 모르다가 그것이 사라지면 비로소 소중함을 깨닫는다. 


건강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건강은 잘 느끼지 못하지만 고통은 잘 알아차린다. 


몸에 작은 상처만 나도 그 통증이 신경 쓰여 불쾌해지기 마련이다. 가령 건강한 위의 상태는 느끼지 못하지만 위에 염증이 생겼을 때는 분명하게 고통을 느낀다. 


충치의 고통은 느껴도 나머지 건강한 치아는 느끼지 못한다. 


우리나라에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라는 속담이 있다. 들어온 사람은 티가 안 나지만 나간 사람의 빈자리는 크다는 뜻이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갖고 있을 때는 모르다가 막상 잃게 되면 알게 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다. 


그래서인지 인간은 행복감에 취하기보다 불행감에 더 휘둘리는 일이 많다. 


Ⅲ. 마음의 안정이 없는 행복은 있을 수 없다. 


생각의 서랍 중에서 한 개를 열 때는 다른 모든 것을 닫아 두어야 한다. 


그래야 무겁게 짓누르는 하나의 걱정거리 때문에 현재의 사소한 즐거움을 위축시켜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고, 하나의 생각이 다른 생각을 밀어내지도 않으며, 하나의 중요한 일을 걱정하느라 사소한 일들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건강 다음으로 우리 행복에 중요한 요소는 마음의 평정이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마음의 상태를 익시온이 돌아가는 바퀴에 묶여 있는 것에 비유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익시온은 그리스 테살리아 지방에 살았던 라피타이족의 왕으로 그에게 관례적인 결혼 선물을 요구한 장인 데이오네우스를 불구덩이에 밀어 죽인 살이자다. 


그리고 최고의 신 제우스는 그가 살인죄를 사면하고 그를 신이 살고 있는 올림포스 산으로 그를 초대했는데, 익시온은 제우스의 아내 헤라 여신에게 반해서 계속 따라다녔다. 


아내에게 이 말을 전해 듣고도 도저히 믿지 못한 제우스는 구름으로 헤라와 똑같은 여신을 만들어 놓았는데 익시온이 그녀를 겁탈하고 자신이 헤라를 가졌다고 떠벌리고 다녔다. 


이에 분노한 제우스는 익시온을 불타는 수레바퀴에 매달아 영원히 돌아가게 만들었다. 


인간은 마치 돌아가는 바퀴에 묶여 있는 익시온처럼 삶의 의지의 지배를 받아 끊임없이 움직인다. 


불타는 수레바퀴에 매달려 돌아가고 있으니 얼마나 마음이 불안하겠는가. 마음의 안정 없이는 결코 진정한 행복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익시온의 바퀴가 멈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쇼펜하우어가 추구하는 행복은 소극적인 입장에서 마음의 평온이다. 이것은 스토아학파가 주장한 아파테이아와 같다. 


아파테이아는 욕구가 없는 금욕의 경지를 말한다. 정념에서 해방됨으로써 평온에 도달하는 것처럼 쇼펜하우어도 마음이 평온을 통해 행복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중요한 것은 정념을 없애고 조용함을 얻기 위해 마음의 동요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Ⅳ. 마음의 평정을 찾는 네 가지 방법


40대는 사회 활동이 가장 활발한 시기로 많은 사람과 접촉한다.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여러 가지 예상치 못한 일로 상처를 받는 일이 생긴다. 


시기심, 질투도 겪는다. 자신도 직업과 관련된 공적인 만남뿐만 아니라 동호회나 동창회 등 사적인 모임에서 타인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실언이 많이 오고 간다. 


예를 들어 돈 자랑, 자식 자랑, 집 자랑이다. 행복을 위해서는 이런 흔들림 속에서 마음의 평점을 찾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음식을 절제하면 몸이 건강해지듯이 외적인 자극의 비중을 줄여야 마음의 평정을 얻을 수 있다. 


첫째,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정리하라. 


무엇보다 확실한 방법은 사람과의 불필요한 교제를 줄이는 것이다. 대화할 가치가 없는 사람을 만나면 마음이 상하는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타인과 비교하지 말고 질투심을 갖지 말아야 하며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는 일이다. 


모든 인간관계를 끊으면 오히려 따분하고 심심한 기분에 시달릴 수 있다. 그런 극단적인 상황을 피해 만나는 사람들의 범위를 좁혀서 자신의 생활방식을 단순하게 유지한다면 마음의 동요를 줄일 수 있다. 


둘째, 질투를 경계하라. 


우리는 자신의 것을 남의 것과 비교하지 말고 즐기자. 다른 사람이 행복하다고 괴로워하는 자는 결코 행복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너보다 더 불행한 사람이 있다는 걸 생각하며 불행을 참고 견디기 바란다. 


셋째, 큰 희망을 걸지 마라. 


우리는 우주의 먼지와 같은 존재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서 존재하는 일에 감사해야 한다. 


내가 이 세상에 없었더라면 이런 한탄도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넷째, 세상에는 거짓이 많다는 점을 알아라. 


행복의 알맹이를 알기 위해서는 어떤 것에 즐거워하는지가 아니라 어떤 일에 고통을 느끼는지를 확인해 봐야 한다. 


Ⅴ. 타인에게 방해받지 마라. 


어릴 때는 혼자 있으면 무섭고 불안했지만 나이가 들면 혼자 있는 시간이 편안하다. 20대와 30대에는 경력을 쌓고 경험을 넓히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느라 정신이 없다. 


그러나 40대부터는 어느 정도 여유도 있고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아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기회가 생긴다.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때다. 마흔 이후부터는 살므이 무게 중심을 점차 밖에서 안쪽으로 옮겨야 한다. 


즉 자신의 내면을 더 성찰하여 자기를 더 깊이 알아 가야 한다. 


무게 중심이 바깥에 있는 사람은 출세, 승진, 명예, 부 등을 추구하며 각종 모임 등에 빠져서 즐거움을 추구하지만 무게 중심이 안에 있는 사람은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면서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예술, 시와 문학, 철학 등을 가까에 하게 된다. 


이런 정신적인 즐거움은 속물이 누릴 수 없는 것이다. 


사람들과의 만남을 줄이고 늘 책을 가까이하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기를 권한다. 


기회가 되면 미술 전시회나 연주회를 찾아서 최고의 예술가가 만들어 낸 작품을 감상하며 인생의 고뇌에서 벗어나는 시간도 가지면 좋다. 


혼자서 산행을 하며 자신을 만나는 훈련도 해야 한다. 고독은 나의 진정한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벗이다.


마흔부터 어느 누구한테도 방해받지 않는 잔잔함을 스스로 찾도록 해야 할 것이다. 


[ 글을 마치며 ]


이 책에 나온 세 가지는 다시 생각해 보면서 나의 마음을 다스리는데 활용하도록 하자. 


첫 번째는 마음의 안정이 없는 행복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마음이 불안정하면 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럴 때에 더 안 좋은 쪽으로 나아가는 것은 술이나 담배 같은 즉각적인 행동을 통해서 마음을 다스리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 결국 마음을 잘 다스리게 된다면 우리의 삶은 선순환에 이르게 된다. 


인생을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결국은 마음을 잘 다스리는 일이라는 생각이 최근에 많이 하게 된다. 


마음이 안정적이면 무슨 일을 해도 집중이 잘 되고 성취가 빠르게 된다.


반면에 마음이 불안정하게 되면 무슨 일을 해도 집중이 안 되고 성취가 있을 수 없다. 


결국 마음이 평온해야 자신이 하는 일에 집중을 잘할 수 있고 몸도 잘 다스릴 수 있게 된다. 


모든 것의 기본이 마음 다스리는 것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두 번째는 질투를 경계하라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이 질투라고 생각이 든다. 


친구들과의 관계도 20대 이전에는 순수하게 잘 지낼 수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차츰 상황이 변화하게 된다. 


예전에는 같은 수준이나 비슷한 환경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눈에 보이는 차이가 발생되게 된다. 

이럴 때에 있는 말 없는 말들을 하면서 지내는 것은 질투심을 유발하게 된다. 


질투를 야기하는 말을 내가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혹은 내가 누군가의 질투심을 유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쓸데없는 일에 휘말려 시간을 보내고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만큼이나 인생에서 후회되는 일들이 없다. 


자신의 생각을 위해서 시간을 보내도 부족한 것이 인생인데 쓸데없는 것에 휘말리지 않게 누군가를 질투하지도 질투받을 일도 만들어내지 말자. 


세 번째는 타인에게 방해받지 않는 것을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외로운 시간을 보내야 가장 많이 성장한다는 것을 안다. 


타인과 시간을 보내면 즐겁다. 누군가와 대화를 통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만큼 좋은 일이 없다. 


그렇지만 그런 시간을 자주 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을 안다. 


소비적인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되면 그만큼 성장하지 못한다. 진정한 성장은 나와 마주하는 시간을 얼마나 오래 보내는가에 따라서 결정이 된다. 


하고 싶은 것을 하루에 몇 시간이나 하면서 살고 있을까?


잠을 자는 시간, 이동하는 시간, 밥을 먹는 시간, 업무 하는 시간을 제외한다면 실질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온전히 투자하는 시간은 하루의 몇 분의 일이나 될까?


이런 과정을 하루 이틀 한 달을 반복하게 되면 결국 작년의 나와 올해의 나, 내년의 나는 동일하게 되고 변화하지 않는 삶을 마주하게 된다. 


인생은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서 즐거움이 결정되게 된다. 


그리고 그 결정은 스스로가 매일매일 하고 있는 것들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위에 말한 것들을 잘 기억하고 나의 삶을 풍요롭게 채워나갈 수 있도록 하자. 


참고 도서 :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 강용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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