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잃어버린 지 30년이 된 지금 5년 만에 회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라피더스는 한 개의 기업이 아닌 일본을 대표하는 8개 대기업이 공동으로 출자한 회사이다.
소니는 전자/가전회사로 이미지 센서 세계 1위의 회사이다. 자사 센서에 들어가 고성능 AI 칩의 안정적 공급처가 필요하기 때문에 참가했다.
도요타는 자동차 회사로 자율주행 및 전기차용 최첨단 반도체 확보와 나아가 전기차 반도체의 자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통신/IT 회사로 손정의 회장의 AI 비전인 방대한 데이터 센터 운영을 위한 차세대 AI 서버용 칩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참여하게 되었다.
키옥시아(도시바 메모리)는 메모리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로 유일한 일본 메모리 기업이다.
NTT는 통신망 회사로 광통신 및 6G 통신 기술 주도, 통신 장비에 들어갈 초저전력 반도체 개발 협력을 위해 참여했다.
후지쓰는 컴퓨터/IT회사로 슈퍼컴퓨터 설계 역량 보유를 위해 참여했다.
미쓰비시 전기는 반도체 제조 회사로 전력 반도체 등 기존 제조 역량 기반으로 차세대 공정 지원 및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참여했다.
미쓰비시 UFJ 은행은 일본 최대 은행으로 거대한 자금이 필요한 반도체 사업이 금융 방패 역할을 한다.
일본 전자 제품의 자급을 위해서 반도체 제조를 삼성과 TSMC에게만 맡길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도요타는 자동차를 만들고 소니는 카메라를 만드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부품인 반도체를 외국에만 의존하니 공급망 위기 때 공장이 멈추는 공포를 경험했다.
그래서 우리 칩은 우리 땅에서 직접 만들자는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칩을 설계하는 고객사와 그 칩을 사용하는 실수요자를 모두 구성원으로 참여시켰고 공장을 짓기도 전에 이미 확실한 단골 고객 8명일 확보된 셈이라고 보면 된다.
8개 회사의 강력한 구심점을 위해서는 일본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실제 거대한 공장 건설 비용의 대부분 (현재까지 약 1조 엔 가까운 금액)은 일본 정부가 보조금으로 쏟아붓고 있다.
8개 기업은 민간 대표로서 책임 경영의 명분을 주는 역할을 한다.
라피더스의 위치는 홋카이도에 위치할 것으로 예정되어 있는데 단순히 땅값이 싸서가 아니다.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4대 필수 요소를 완벽하게 갖춘 전략적 선택이다.
반도체는 만드는 과정 내내 웨이퍼를 씻어내야 한다. 이때 아주 미세한 불순물도 없는 깨끗하고 풍부한 물 (초순수)이 필요하다.
홋카이도는 눈이 많이 내리고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어 수질이 매우 뛰어나고 수량이 풍부하다.
홋카이도는 반도체 공장에게는 천혜의 요새인 셈이다.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멈추지 않는 전기 먹는 하마이다.
홋카이도는 일본 내에서 풍력, 태양광 등 재생 에너지 잠재력이 가장 큰 곳이다.
2026년 현재 전 세계 빅테크 기업들이 RE100 (재생 에너지 100% 사용)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친환경 전기를 끌어 쓰기 좋은 홋카이도가 낙점되었다.
반도체는 완제품이 된 다음에는 주로 비행기로 실어 나르게 된다.
공장 바로 옆에 신치토세 공항이 있어 전 세계로 칩을 바로 쏘아 올릴 수 있다.
또한 도쿄 주변처럼 복잡하지 않아 향후 제2, 제3 공장을 증설할 넓은 땅을 확보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반도체 장비들은 엄청난 열을 내뿜는다.
홋카이도의 서늘한 기후는 공장 내부 온도를 유지하는데 드는 냉방비를 획시적으로 줄여준다.
자연 냉각 효과까지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풍부한 물, 깨끗한 에너지, 공항 옆 넓은 땅, 그리고 시원한 날씨까지, 라피더스에게 홋카이도는 2 나노 반도체라는 꽃을 피부이게 가장 완벽한 토양인 셈이다.
요약해 보면 일본은 과거 반도체 세계 1위였던 경험이 있고 아직 소부장이 건재하다.
다시 반도체 제조 기술 강국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 비현실적이지 않아 보인다.
2027년까지 이제 1년이 남았다. 라피더스가 반도체 시장에 어떤 변화의 요소가 될 것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