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할아버지카페 딸 Aug 31. 2022

내 마음의 쉼표

할머니 말씀이 기억나요. 

아직 우리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의 일입니다. 

옛날 노인네들이 다 그렇듯, 

우리 할머니도 새벽잠이 없었습니다. 

아직 해도 뜨기 전인데, 

초겨울 난방비 아끼느라, 

보일러도 틀지 않아 집안은 쌀쌀하기만 한데, 

할머니는 카악, 

가래 섞인 해소기침 한번 하고는 

옆자리서 자고 있는 나를 깨웁니다. 

지금은 마흔도 넘고, 쉰을 바라볼 나이.  

아줌마 소리 듣는 것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은 나이가 되었지만. 

그때 내 나이는 열다섯, 열여섯,

한참 꿈도 많고 잠도 많을 나이였지요. 

날마다 단잠을 깨우고 

귓전을 성가시게 만드는 할머니의 잔소리가 

어찌나 성가시던지요. 

못 들은 척, 잠을 더 잘 요량으로 이불을 덮어쓰면, 

이불 밖으로 덤덤하게 들리던 그 잔소리가 가끔은 그립습니다.      

얘야, 일어나라. 

죽으면 쉬고 또 쉴 것을. 뭐하러 깬 잠을 일부러 되짚어 자누.      

그때는 잘 몰랐습니다. 

여든셋 할머니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할머니에게는 그 남은 시간이 얼마나 아쉽고 소중했을지.   

그래서, 눈부시게 꽃다운 손녀딸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조금이라도 더 누리게 해 주려고 이른 새벽부터 깨웠을지도 모른다는 걸요.      

작가의 이전글 우리는 왜 명상을 해야 하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