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우리 가족 사이에 생긴 비닐 벽
[ 흐르지 않을 것 같았던 시간이 지나가고 ]
지금 할머니는 건강이 더 안 좋아졌다. 할머니는 더 이상 스스로 걸어 다닐 만큼 건강한 육체를 가지고 있지 않다. 할머니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고 아직 엄마가 할머니를 집에서 돌보고 있다. 거의 7년이 지났고 그 시간 동안에 할머니가 우리 집에 계속 살고 있지는 않았다. 할머니는 증상이 한창 심할 때 정신병원에 잠시 입원을 하기도 하였고 엄마의 체력이 한계에 부딪혔을 때는 잠시 요양원에서 생활을 이어나가기도 했다.
코로나가 한창 심할 때, 할머니의 요양원에 면회를 갔다. 요양원에는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우리 가족과 할머니 간에 직접적인 접촉은 불가능했다. 할머니와 우리 가족 사이에는 얇은 비닐 벽이 있었다. 엄마와 나와 할머니는 손을 잡기 위해서 서로 비닐에 손을 댔다. 원래 할머니의 손은 부드럽고 따뜻했는데 비닐은 차갑고 딱딱했다. 엄마는 할머니의 얼굴을 만지고 싶어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날은 다른 면회날보다 괜히 더 슬프고 마음이 이상했다.
엄마는 요양원에 갈 때마다 여러 과일과 간식들을 한 손 가득 포장해서 갔다. 면회하고 있을 때 엄마는 할머니에게 가져온 간식들을 먹여주었다. 할머니 정말 왜 이렇게 된 거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건강해서 혼자 밖으로 잘 돌아다녔잖아. 할머니는 요양원에 들어가면서 육체적 건강이 많이 좋아지지 않았다. 요양원에서는 환자 한 명을 24시간 충분히 돌봐주지 못하는 환경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아니면 그냥 나이가 들면서 어쩔 수 없이 건강이 악화된 것일 수도 있다. 할머니는 휠체어를 타기 시작했고 휠체어에 계속 앉은 채로 걷지 않게 되면서 무릎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이제 할머니의 무릎은 예전처럼 펴지지 않는다.
예전에는 건강하지 않은 정신과 건강한 육체로 방황하여 엄마를 힘들게 했지만, 이제 할머니는 스스로 걸어 다닐 수 없게 되었다. 똑바로 바닥에 앉아있는 것도 어려워 식사를 드리거나 잠시 앉혀놓기 위해서는 다른 한 명이 온 힘을 다해서 할머니를 지지대가 있는 곳에 앉혀놔야 한다.
[ 욕쟁이 할머니 ]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 소재가 많이 없을 줄 알고 연재를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할머니와 관련된 기억이 많이 떠올라서 웃기다. 그때는 괴로웠는데 왜 지금 생각해 보면 다 추억과 그리움으로 남을까? 시간이 정말 약인가 보다.
할머니의 증상 중에 우리 가족을 정말 괴롭혔던 것은 욕을 한다는 것이었다. 흔히 착한 치매와 나쁜 치매라고 치매도 나름대로 구분을 한다고 들었는데, 할머니는 분명히 나쁜 치매에 걸린 사람이었다. 할머니는 트라우마와 연관된 욕설을 우리 가족에게 퍼부었다. 특히, 할머니는 엄마를 향해 모진 말들을 쏟아내는 일이 많았다. "다 너 때문이야."
엄마는 아픈 할머니를 위해서 여러 번 이사를 지원해주기도 했고, 할머니가 우리 집에 들어오고 나서는 매번 밥을 차려주었고 용돈도 자주 주었다. 엄마는 스스로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을 텐데 그런 엄마를 향해 할머니는 입에 담지도 못할 말들을 매일 했다. 할머니가 아파서 그런 것인걸 알고 있음에도 엄마는 뾰족한 말들을 들을 때마다 많이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잘해줘도 욕을 먹어야 하는 지독한 현실에 엄마는 할머니한테서 정이 떨어진다고 말하면서도 항상 할머니의 식사와 용돈을 챙겨주었다. 그리고 매일 다 같이 울 수만은 없었기 때문에 우리 가족은 할머니가 아파서 뱉은 욕설들을 기억하여 이를 갖고 서로에게 장난을 치기도 하면서 나름대로 씁쓸한 시간을 달랬던 것 같다. 할머니도 그동안 많이 욕하고 싶었겠지? 그런데 계속 참고 참고 하다 보니까 화병이 나서 그제야 어쩌면 세상을 향해 욕을 하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안녕하세요. 치매 할머니의 손자입니다.
과거의 시간을 더듬더듬 기억하기 위하여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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