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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웅 May 01. 2023

100번의 고백, 42번째 시작

Self Portrait. 2023년 5월 1일 월요일, 맑음.

지난주 토요일에 마흔두 번째 생일을 맞았다. 이 세상에 태어나 벌써 마흔한 번째 공전을 겪고, 다시 내게 주어진 출발선 앞에 선 것이다. 생일 전날 고향인 충주에 내려와 가족들과 조촐한 파티를 함께했다. 둘째 형이 없어 아쉬웠지만 그래도 가족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생일이었던 토요일에는 빗방울이 간간이 떨어지고 바람도 제법 부는 등 날이 궂어 오후 내내 집안에만 있다가 저녁에 부모님과 집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내 단골 산책코스인 충주종합운동장과 호암지 호수공원을 돌며 저녁 산책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산책하며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는데, 덜어낼 건 덜어내고 앞으로 채워야 할 것을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사실 이 글도 생일 당일에 쓰려고 했는데 역시나 이 게으름은 중요한 기념일도 막지 못하는 것 같다. 어쩌면 잘 쓰고 싶다는 마음에 시작을 못 했는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늘 그래왔듯이. 하지만 이렇게 새벽에 일어나니 그런 욕심은 사라지고 자연스럽게 써진다. 담담하게, 그리고 소박하게 내가 보낸 하루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이냐에 대한 생각을 적으면 그만인 것을 뭘 더 잘하고 싶어 시작도 못 하는 걸까? 또 그렇게 마흔한 해를 살아온 것일까? 지난주 토요일부터 시작된 마흔두 살의 삶은 욕심을 덜어낸 소박한 마음으로 살자.      


또한 소박한 마음으로 글을 쓰자. 부끄러운 고백이다. 적어도 성인이 된 무렵부터 난 작가가 되겠다고 내 정체성을 스스로 규정했는데, 어림잡아 20여 년의 시간 동안 내가 이룬 성취는 얼마나 보잘것없나. 몇 편의 짧은 소설과 시나리오를 완성하기도 하고, 손 볼 게 많은 장편 시나리오 초고를 써보기도 했지만 내 노트북 안에는 써야 할 소재와 아이디어가 너무나 많다. 이 중에 몇 개는 이미 지금 이야기로 완성됐어야 하는데 난 그러질 못했다. 욕심 때문이었다. 완벽하게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게으름으로 나타난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보니 가장 큰 능력은 다름 아닌 꾸준함이다. 무엇을 하든 꾸준하게 하지 못했기에 지금 나는 이 위치에 서 있는 거다. 세상이 나를 싫어한 것도 아니고, 운이 나빴던 것도 아니다. 아직 나의 노력이 부족하기에 이렇게 내가 원하는 위치가 아닌 곳에 서 있는 것뿐이다.


그렇다고 내가 이룬 성취가 아예 없는 것은 또 아니다. 단적인 예로 이 ‘브런치’를 들 수 있다. 이렇게 두서없이 적어가는 일기와 영화를 본 후의 감상, 무언가 도전하는 일에 대한 기록, 단편 소설 등을 자주는 아니라도 꾸준하게 올리니 벌써 100번째 글을 올리게 됐다. 아직 많은 이들이 내 글을 읽진 않지만, 그래도 꾸준히 읽어주는 이들이 있기에 용기를 얻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이 작은 성취를 발판 삼아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마음가짐이 달라지면 그 순간부터 늘 마주했던 공간도 다른 공간이 된다. 그러므로 지금 이 순간부터 난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거다. 지금까지 이어졌던 잘못된 생각과 그로 인한 습관을 과감히 끊어내고, 지키고 이어받아야 할 생각은 꾸준하게 실천하면서 마흔두 번째 삶을 후회 없이 살자.     

앞으로 1년이다. 

2024년 4월 29일, 이 글을 다시 읽으며 조금 더 성장한 내 모습에 뿌듯해할 수 있도록.     


고맙습니다.


마흔두 번째 생일은 내 고향 충주에서 맞았다.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럼 이제 또 앞으로 나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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