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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웅 May 22. 2023

마흔둘, 영화 만들기 좋은 나이

3. 찍고, 자르고, 붙이고

오늘 달력을 아무렇지 않게 보다가 깜짝 놀랐다.      


5월 22일.     


세상에나. 분명 5월의 하순이었다. 근데 왜 나는 여전히 3월 하순처럼 느껴지는 걸까? 

역시 나이를 한두 해 더 먹어갈수록 시간은 가속으로 빨라진다. 이제 3주 뒤엔 학사일정 상 종강이다. 지금까지 연재 글을 3편 쓴 것 같은데 벌써 종강이 다가오고 있다니.

충격적이네.     


그나저나 이번엔 어떤 얘길 적어야 할까? 아무래도 1학기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들였던 수업 과제에 관한 얘기를 좀 더 해야겠다.




지난번에도 얘기했듯 현재 가족과 내가 살았던 공간을 대상으로 한 30분 분량의 ‘공간 에세이’와 ‘다큐멘터리’ 과제를 만들고 있다.      


대학원 수업을 듣기 시작하며 가장 큰 소득을 하나 꼽으라면 단연 촬영과 편집을 다시 시작한 점이다. 물론 지금까지 찍은 영상은 화질도 조악하고, 편집도 어색하기 그지없지만 수업 과제를 위해 내가 지닌 cannon 600d DSLR을 들고 고향과 부모님의 모습을 담은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됐다. 


카메라를 들고 어설프게나마 촬영 흉내를 내보니 이 감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조금 더 잘하고 싶다, 조금 더 잘 찍고 싶다, 조금 더 잘 편집하고 싶다.      


이런 갈망들. 뭐, 계속 이 같은 생각 때문에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질 않을 정도는 아니지만 못나고 부끄러운 작품이라도 내가 만든 작품이 있다는 사실이 나를 뿌듯하게 만든다. 


이번 작품(과제)의 마감 기한은 1학기 종강인 6월 8일까지다. 그때까지 두 작품을 제출해야 한다. 오늘을 기준으로 17일 정도 남은 시간 동안 보충 촬영하고 편집도 해야 한다. 내레이션과 배경음악, 또 할 수 있으면 색보정 등의 작업을 거쳐 완성해야 한다.     


우선 1차 기한은 종강 때까지지만 종강 이후에도 추가적인 작업을 거쳐 완성도를 높여야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그래서 최근엔 DSLR과 캠코더를 검색하며 내게 맞는 장비가 뭘지 고민도 시작했다. 물론, 장비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앞으로 작업을 생각하면 이 정도 투자는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말처럼 미약한 수업 과제로 시작했으나 이 또한 엄연히 나만의 작품이기에 창대한 결과를 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이치다. 하다못해 아무도 찾지 않는 내 유튜브 채널에라도 올리기 위해 조금 더 잘 완성하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그러면서 원대한 목표도 가슴에 품게 된다. 이번 작품을 발전시켜 올해 안에 60분 정도 분량의 가족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작품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이 실행된다면 난 조금 더 성장했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겠지.


영상 편집을 위해 지난해 장만한 내 노트북. 내 기준으로 큰돈을 투자해 LG gram을 장만했다.


그리고 하나 고백하자면, 

홀로 기획하고, 촬영하고, 편집하는 동안 어쩌면 이게 내게 맞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까지 단편영화를 만들기 위해 내가 거쳤던 모든 교육기관과 모임 등을 통틀어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건 관계 안에서 받아야 했던 상처였다. 이건 내 기질이 큰 역할을 했다고 인정한다. MBTI로 굳이 설명하자면 그 유별난 ‘INFJ’이기에 사람들과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 나가는 일이 다른 유형보다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하나의 관계 속에서 도망치듯 나와 다른 관계를 맺고, 또 그 관계에서 도망치며 여기, 대학원까지 왔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관계에 관한 내 고민은 사라지지 않았다. 나이를 먹을수록 오히려 이 고민은 더 커지는 것 같다. 그렇기에 그냥 조금 어렵더라도 맘 편히 나 홀로 할 수 있는 다큐를 선택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든다.

아마 이런 고민을 누군가가 듣거나 읽는다면, 다큐 또한 결코 홀로 하는 일이 아니라고 조언을 할 거다. 다큐 또한 영화고, 영화는 결국 많은 사람과 힘을 모아 협업을 할 수밖에 없는 예술이니까.      


이 고민은 과연 어떻게 지혜롭게 해결될 수 있을까?

아직은 모르겠다. 그러니 지금은 모른 채 내버려 두자.

문득, 혜안이 떠오를 수도 있으니까.      


그럼, 혜안이 떠오를 그날을 기다리며 일단은 앞에 놓인 내 일에 집중하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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