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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웅 Jun 24. 2023

되돌아보며

Self-Portrait. 2023년 6월 24일 토요일, 

어제 텔레비전에서 두 장애인 자식을 둔 시한부 어머니의 사연을 접했다. 발달장애인 부모와 가족들이 겪는 어려움을 알게 된 후,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무거운 마음은 최근 내 삶을 되돌아보게 했고, 그 과정은 결국 보다 근원적인 물음에 다다랐다. 그 물음에 짓눌려 이렇게 노트북을 켰다.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앞으로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내가 지금 하고자 하는 일은 내 삶의 목적에 부합하는가.

그리고 나는,

내 삶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있는가.     


최근에 너무 생각 없이 편하게만 살았다는 부끄러움이 든다. 마침 올해의 전반기를 마무리할 시점이 됐으니 2023년의 전반기를 돌아보자. 그러면서 남은 절반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하고, 중년 이후의 내 삶의 방향을 점검해 보는 시간도 잠시 갖자.




현재 나 자신을 냉정하게 평가하면, 내 몸 하나 건사하기 바쁜 존재에 불과하다. 물론, 내 몸을 타인의 도움 없이 스스로 건사한다는 게 값어치 없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세상에는 자신의 생활을 위해 주변에 피해를 주며 사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따라서 내가 일한 돈으로 내 삶을 꾸려가는 건 자부심을 느낄만한 일이다. 거기에 나는 매달 부모님께 조금이나마 용돈을 드리고, 적은 돈이지만 굶주리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매달 정기 기부를 하고, 1년에 5번씩 헌혈을 하면서 이름 모를 이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내 혈액을 기부하고 있다.     


뭐, 이 정도도 나쁘진 않지만, 

뭔가 아쉽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볼까? 그러니까 더 많이 세상에 기여하고 싶다. 세상에 더 많은 선한 영향력을 미치며, 동시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며 자유롭고, 풍족하고, 행복하게 살다가 죽고 싶다. 내가 죽더라도 사람들이 나를 기억할 수 있는 창작물을 완성하고 싶고, 그 창작물이 인류가 영원히 지키고 간직해야 할 정신을 담고 있기를 바란다.


대충 이런 게 내가 내 삶에 부여한 의미라고 할 수 있겠지.

그러면 여기서 드는 의문은 이거다. 이런 삶의 의미를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이 내게 과연 있는가?

쉽게 말해 욕심이 지나친 거 아닐까? 만약 욕심이 지나친 거라면 지금까지 내 삶을 평생 괴롭힌 고민과 스트레스의 근원은 바로 감당할 수 없는 ‘꿈’. 다시 말해 욕심이었다.      


이제 나도 어느덧 중년에 접어들어 세상살이가 열정만 가지고는 안된다는 걸 잘 안다. 그러니 꿈을 포기해야만 할까? 내 삶을 건사하는 것도 분명히 대단한 일이니까 지금에 만족하며 남은 생을 지금처럼 살아갈까?


그, 러, 나.


이러기엔 진짜로 뭔가 아쉽다. 이 아쉬움이 내 삶을 피곤하게 만든다는 걸 알면서도 아쉬움을 달래야만 한다는 마음의 소리 또한 또렷하다. 아니 점점 더 커진다.

왜냐면, 


난 아직 한 번도 최선을 다한 적이 없었으니까.


아직 한 번도 내 삶을 바쳐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이게 바로 내 능력이라면 변명할 방법이 없지만 그래도 아직 살아있고, 살아갈 날이 많기에 지금부터 시작하더라도 늦지 않았다는 믿음과 용기. 이 마음가짐이 내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든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이 글을 쓰면서 비참해지는 건 지금껏 살아온 내 삶이 모두 부질없게 느껴진다는 거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막막함.

분명, 과거의 삶이 어떻게든 도움이 되겠지만 지금으로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막막함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다음으로 지금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은 무엇인가?

우선 기자로서의 경력. 이걸 활용하면 나름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문제는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점이겠지. 그러니 기자로서 내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노력하자.

다음은 영화 혹은 콘텐츠. 이 또한 제대로 활용하면 사회에 아주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역시 문제는 내 영향력. 그리고 객관적인 내 실력도 봐야 한다. 거기에 기회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단점도 있다. 그럼에도 이왕 시작했으니 조금 더 무시당하고, 기대에 못 미친다 해도 대학원 졸업과 졸업 장편영화 완성을 위해 갈등하지 말고 앞으로 나가자. 아직 2년이나 남아서 막막하다면 최소한 2학기는 마친다는 생각으로 올해까지 최선을 다해보자. 열심히 수업 들으며 단편 영화 제작하고, 졸업 장편영화 초고를 꼭 완성하자. 2학기도 내 기대에 못 미친다면 그땐 포기라는 용기를 고민해 보자. 물론, 1000만 원이 넘게 들어간 학비와 시간 및 과제 제작 비용이 아까워 속이 쓰리겠지만 얻는 건 반드시 있을 테니 아직은 포기하지 말자.

내가 꿈꾸는 삶과 공동체에 끼치고 싶은 선한 영향력의 크기를 키우기 위해서는 대학원 과정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다른 길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일단 최선을 다해보자.


우선은 이렇게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 노력하며 남은 2023년을 살자.

6개월 뒤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보고 다시 2024년과 2025년, 그리고 40대 내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결정하는 시간을 갖자.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고민을 거듭했지만 결국 결론은 이번에도 간단하다.

이야기 창작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공부. 그리고 지금 내 위치에 충실할 것.

그러면 잠시 고민을 접고 실천하고 노력하자. 다시 고민해야 할 시간이 올 때까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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