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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웅 Aug 20. 2023

해 질 무렵

Self-Portrait. 2023년 8월 20일 일요일, 약간 흐림.

8월의 무자비한 햇빛을 피하려고 해 질 무렵 밖으로 나오니 자연스레 노을과 해넘이의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게 된다. 지난번엔 한강을 걸으며 성산대교를 배경으로 노을을 찍었고, 이번엔 하늘공원에 올라 한강을 배경으로 해넘이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그렇게 사진을 찍고 조금 더 걷다 보면 어느새 주위는 어두워지고, 하나둘 켜지는 불빛 아래 세상은 다시 화려해진다.     


아마도 이맘때가 하루 중 가장 설레는 때가 아닌가 싶다. 동네를 걸으며 걸음걸이 만 보를 채웠다는 뿌듯함과 돌아갈 집이 있다는 안도감이 가슴속에 채워지면 간단한 먹을거리를 든 내 손은 저절로 흔들리고,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 속에 내 발걸음은 가벼워진다.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집에 도착한 후 샤워를 하고, 홀로 저녁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이 내겐 ‘행복’이라는 단어에 가장 어울리는 순간이다.


물론, 이런 감정을 느끼려면 전제가 필요하다. 그건 해 질 무렵 집을 나서기 전까지 어떻게 시간을 보냈느냐는 거다. 계획했던 일을 충실하게 한 후라면 해 질 무렵의 산책이 즐거울 것이고, 반대라면 산책이 즐거울 리 없다.

다행히 이번 주말 나의 산책은 비교적 즐거운 편이었다. 물론, 내가 계획한 일을 모두, 완벽하게 마무리하진 못했지만, 최소한 노력한 흔적은 보였기에 나는 하지 못한 일보다 한 일에 더 의미를 두고 주말을 보냈다.     


이렇게나마 내가 계획한 일을 하며 나만의 길을 나아가고 있는 것은 내가 지금 혼자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나 자신에게 시간과 자원을 집중할 수 있기에 조금 더디더라도 나는 내 길을 개척해 간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나 자신에게 집중하기 위해 몇몇 선택을 하려 한다. 어쩌면 이미 했었어야 할 선택이자 결정이었을 테지만 심약한 내가 두려움에 당당히 맞서지 못하느라, 또 불안에 굴복하느라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뭐 상관없다. 이제라도 시작할 수 있으니까. 아무 상관없고, 때론 시간을 낭비했다고 생각되는 모든 일들도 내가 가려는 길을 위해 존재했었다는 걸 이제 나는 믿게 됐다. 그러니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


내가 하려고 하는 일은 결코 나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자, 오래도록 기억되고 사랑받게 될 작품을 창작하는 일이니 그 의미의 무게를 생각하며 남은 내 인생을 바치자.     


인생은 생각보다 짧다.

그렇다고 해서 아직 늦은 건 아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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