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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웅 Aug 27. 2023

먼 길을 돌아

Self-Portrait. 2023년 8월 26일 토요일, 맑음.

지난 학기 두 과목의 수업을 들으며 과제용으로 만들었던 ‘에세이 필름’과 ‘가족 다큐’를 하나로 합치는 작업을 시작했다. 학기를 마칠 때부터 해야지, 해야지 생각만 하다가 새 학기가 시작할 때가 돼서야 겨우 첫걸음을 떼다니. 내 게으름도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럼에도 이렇게 또 하나의 시작을 하게 됐으니 그걸 기념하기 위해 글을 쓴다. 완성도야 다른 작품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허름하지만, 지난 4개월간의 노력과 희망, 그리고 좌절이 깃들어 있는 작품이니 두 개가 합쳐 하나의 또 다른 작품이 완성될 수 있도록 오늘부터 노력해 보자. 최선을 다한다면 뭐 어딘가에는 쓸모가 있겠지.


지난 학기는 두 과목의 수업을 들으면서 나와 가족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게 가장 큰 성과였다. 영화 이론이니, 촬영기법이니 하는 것보다 내가 40여 년간 머물렀던 낡은 아파트를 천천히 살펴보며 잠시 잊고 있던 추억을 다시 발견할 수 있었으며, 아버지와 어머니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으며 부모님의 인생을 조금 더 알 수 있었다. 수업을 계기로 내 인생에서 한 번은 가졌어야 할 소중한 경험을 올해 2023년의 상반기에 한 것이다. 그러니 올해는 두고두고 잊지 못할 한 해가 될 것이며, 내가 기록하고 촬영하고 편집해 완성한 이 작품도 내가 살아있는 한 영원히 남게 될 소중한 추억이자, 내 보물이 될 것이다. 

이거만 해도 어디냐. 이거면 충분하다.      


새로 꾸는 꿈은 아니지만 방향과 방법은 조금 수정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결국 가고자 하는 곳은 같기에, 나는 또 꿈을 향해 나아갈 준비를 하며 도전 앞에 서 있다. 이젠 뭐 실패에 이골이 나서 두렵거나 불안하진 않다. 그저 과정일 뿐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이 나이가 되면 결과보단 과정이 훨씬 중요하다는 걸 아는 나이기에 누구에게라도 부끄럽지 않겠단 마음보단,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하루를 산다. 혹은 그렇게 살지 못하더라도 반성하고, 다시 다짐하며 자신에게 떳떳해지려고 노력한다. 앞으로 내게 남아있는 삶 동안 내내 이럴 것이다. 그렇게 우직하게 걸어갈 것이다. 


이상하게 요즘엔 ‘때가 된 것 같다’는, 뭐랄까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은 생각이 자주 든다. 그래서 최근 몇 년 동안 감히 실행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겠다는 용기가 생긴다. 그래서 마음속으로는 나만의 카운트다운을 세고 있다. 분명 그 길이 쉬운 길은 아닌데 그 길만 생각하면 설레고 희망이 솟아오른다. 조금 설명하자면 당분간 하나에 미친 삶을 살겠다는 다짐을 실행에 옮기려 한다.      


아마 내 인생의 진정한 후반부는 올해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이제 4개월 정도 남았는데 연말에 어떤 길이 정해질지는 모르지만 어느 길이든 하나에 미치는 삶은 다르지 않다. 그 삶을 살아가기 위해 오래도록 먼 길을 돌고 돌아, 준비하며 여기에 이르렀나 보다.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오로지 나만의 길. 그 길을 때론 거부하기도 하고, 샛길로 빠지기도 하고, 길바닥에 주저앉아 세월을 낭비하며 보내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꽤 성실하게 걸으며 여기에 닿았다. 그러니 여기서 멈추지 말고 다시 걸어가자.     


왠지 예감이 좋은 앞으로의 내 길을.     


고맙습니다.     


p.s : 뭔가 배경음악으로 이승열의 ‘날아’가 나와야 할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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