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4일 금요일, 일 년 중 가장 맑았던 날.
2025년 4월 4일 금요일은 절기상 ‘청명’이었다.
미세먼지가 약간 있었지만, 날은 포근했고 마음은 날아갈 듯 들떴다.
나는 이날 쉬는 날이었지만, 오전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 지하철을 타고 오랜만에 여의도로 가 미팅을 마치고 건물 밖으로 나오니 오전 11시 10분을 넘기고 있었다. 부랴부랴 이어폰을 귀에 꽂고 샛강역으로 향하며 스마트폰으로 생방송을 시청했다. 문형배 헌법재판관 직무대행의 선명한 목소리를 들으며 왔던 길을 되돌아 가는데, 사실상 어디로 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온통 내 신경은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문 재판관의 목소리에 집중돼 있었다. 그러다가 샛강역 입구에 거의 다다랐을 때, 주문을 말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아마 나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제야 한시름 놨다는 안도의 한숨을 쉰 이가 대한민국에서 나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난 곧바로 역으로 들어가 집에 가지 않고 광화문으로 향했다. 이 역사적인 순간의 모습을 잠시라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5호선 광화문역에서 내려 광화문 광장에 이르니 광화문으로 향하는 길은 거의 경찰 버스로 막혀 있고 한 곳만 시민들의 이동을 허락하고 있었다. 그곳을 통해 빙 돌아서 광화문 앞에 도착했고, 마침, 그때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광화문으로 몰려오는 인파를 만났다. 그래서 나도 그들 속으로 들어가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며 경복궁역까지 걸었다.
정말 오랜만에 인파에 섞여 팔뚝질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불렀다. 그때, 내 이십 대의 한 시절이 잠시 나를 스쳐 지나갔다. 그러면서 나는 그때 함께 했던 이들 모두 어딘가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이제 모두 연락이 끊기고 각자 가는 방향도 달라졌지만, 어딘가에서 그때의 순수했던 마음을 갖고 이 땅 위의 선량한 대한국민으로 살아가고 있을 시민들.
나 또한 그렇게 선량하고 정의로운 대한국민의 한 사람으로 다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일 년 중 날이 가장 맑다는 그날, 하늘을 바라보며 했다.
이제 다시 시작일 뿐이다.
새롭게 시작될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부끄럽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시민이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다.
우리는 아직 소중한 기회가 남아있으니까.
늘 하는 말이지만, 이번엔 그 어느 때보다 진심이 담긴 한마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