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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웅 May 29. 2022

아직은 별 볼 일 없다 해도

PORTRAIT. 2022년 5월 29일 일요일, 맑음.

아직은 별 볼 일 없다 해도 내 삶이 켜켜이 쌓인다면 그 또한 역사가 되는 법이다. 역사란 결국 사람이 만들어가는 거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번 달을 되돌아보면 반성할 게 많다. 반복되는 일상이라 하더라도 꾸준히 일기를 쓰자고 다짐했지만, 이번 달은 삼 분의 일정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기록하지 않은 삼 분의 이 또한 내 소중한 삶이자 역사였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을 중요한 사건이나 감정적인 변화가 있진 않았지만 그래도 소소하고 평범한 날들이 이어져 지금, 이 글을 쓰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기록되지 않은 날들도 모두 감사한 날들이자 축복이었다. 그 축복과 감사에 대한 보답을 제대로 하지 못해 마음이 무겁다. 이 지면을 빌어 내 게으름을 다시 한번 반성하고, 이 순간부터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자. 조금씩 성장해 나가자.


어느덧 일요일 밤. 짧았던 한 주를 마감하고 새로운 한 주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한 주는 유독 더 빠르게 지나간 것 같다. 주말을 나름 바쁘게 보내서 그런가 보다. 토요일인 어제 오랜만에 아는 지인을 만나 점심을 함께 먹고 영화를 같이 봤다. 

오전에는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 가서 ‘프리미어 프로 CC’ 수업을 들었다. 어제는 유독 집중이 잘 돼 오디오 파일 편집 기술을 제대로 습득할 수 있었다. 이제 수업도 3번 밖이 남지 않았는데 열심히 복습하고 연습해서 6월 말이면 프리미어 프로 CC 프로그램을 어느 정도 다룰 수 있도록 실력을 키워야겠다. 그러기 위해선 새로운 노트북도 하나 장만해야 할 것 같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노트북은 메모리가 너무 작아 프로그램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다. 미래를 위한 투자니까 비용이 좀 들더라도 최대한 이른 시일에 노트북을 장만해야겠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수업을 듣고, 홍대역으로 걸어가 지인을 만났다. 작년 평창국제평화영화제 관객심사단에 선정돼 영화제 기간 평창에 머물렀는데 그때 같이 방을 쓰던 룸메이트였다. 영화제 끝나고 처음 만나는 거니까 거의 1년 만이었다. 그 사이 그 친구는 영화 평론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이 돼 있었다. 나는 영화 연출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이 될 뻔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작년과 다름없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 친구와 얘기를 나누며 잠시 내 결정에 대해 생각을 했다. 옳은 결정이었나?


아마 대학원 생활을 하고 있다면 지금쯤 열심히 단편영화를 만들고 있겠지. 지금보다 엄청 바쁘게 보내고 있겠지. 뭐, 이런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이내 지금의 선택이 옳았다고 확신했다. 무엇보다 다시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미래를 위한 경제적 활동도 지속하고 있으며, 단편영화는 곧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편집 프로그램 공부도 하고, 조만간 다시 시나리오 작법 수업도 들으니 내 꿈을 위한 길을 포기하진 않았다. 단, 대학원을 포기한 후 2, 3개월 동안 제대로 된 글을 쓰지 못했다는 점은 뼈아프게 다가왔다. 사실, 가장 큰 이유가 이거였는데 정작 중요한 걸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자책감이 무겁게 가슴을 눌렀다. 이 같은 반성이 지금 이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이자 다시 달라져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한 동기가 됐다. 아직 2022년은 많이 남았으니 올해 초에 내가 세운 목표를 다시 살펴보고 지금부터 다시 치열하게 노력하자. 

결코, 늦지 않았다. 



지인과 함께 본 영화는 최근 흥행몰이 중인 ‘범죄도시 2’였다. 상영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점이 좀 씁쓸하긴 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많은 이들이 극장에서 일상의 기쁨을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설렜다. 

영화 또한 나쁘지 않았다. 한국형 히어로물, 한국형 마블 시리즈라고 언론에서 명명하고 있던데 이미 3편 제작에 들어갔다고 하니 ‘조선 명탐정’ 같은 시리즈물이 더 생긴 것 같아 반가웠다. 


개인적으로 나는 2편보다는 1편이 더 마음에 들었다. 2편은 아무래도 1편의 흥행 공식을 따라가는 측면이 강했고, 영화 속 인물의 생동감도 1편이 더 컸다. 

예를 들어 2편에서는 마동석과 최귀화, 손석구, 거기에 박지환 배우의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악역 중에서는 손석구가 거의 독보적인 존재로 등장하는데 이 점이 1편과 달랐다. 1편에서도 물론 가장 비중 있는 인물은 윤계상 배우가 맡은 장첸이었지만, 그와 함께 진선규와 김성규 배우가 서로 앙상블을 이루며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했고, 거기에 황 사장 역을 맡았던 조재윤 배우와 임형준, 허성태 배우까지 조연들의 활약이 2편보다 더 두드러졌다.


또 1편에서는 장이수 모친의 환갑잔치 연회장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을 가장 인상 깊게 봤다. 개인적으로 이 장면은 범죄도시 1의 ‘시그니처’ 장면으로 꼽는다. 미학적으로도 완성도가 있고, “니 내 누군지 아니? 나 하얼빈 장첸이야!”라는 대사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도 느꼈다. 반면, 2편에서는 이 같은 장면을 찾지 못했다. 마지막에 시내버스 신도 조금 아쉬웠다. 

암튼, 그래도 무난한 속편이라는 평을 받을만한 작품으로 조금 잔인한 정면을 제외하면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는 영화여서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인과 영화를 보고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면서 빨리 단편 제작 워크숍에서 찍을 시나리오를 쓰자고 생각했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니까. 그리고 몇 개월 묵혀뒀던 장편 시나리오도 다시 수정하자고 다짐했다.      


그렇게 짧고 굵은 하루를 보내고 오늘 아침 일어나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검색하니 폐막한 제75회 깐느영화제에서 송강호 배우가 남우주연상을,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을 받았다는 소식이 속보로 뜨고 있었다.      


나라고 안될 게 뭐 있어?

시작해 보는 거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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