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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웅 Jun 27. 2022

마흔하나, 영화 만들기 좋은 나이

1. 첫걸음.

4년 만에 세 번째 단편영화를 제작하기 위한 첫걸음을 드디어 뗐다. 아니, 다시 뗐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지. 생각해보면 4년 동안 뗐던 첫걸음은 얼마나 많았던가?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입학을 위한 도전과 실패, 단국대학교와 동국대학교 대학원 합격 후 고민 끝에 입학 포기, 영화모임 참여와 중도 탈퇴, 영화제를 통해 알게 된 지인들과의 의기투합과 흐지부지, 그리고 공모전을 향한 열정과 좌절 등. 모두 다 나열할 순 없지만 4년 동안 영화를 잊고 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니까 2018년 8월 한겨레영화제작학교 53기 과정 졸업작품을 완성한 후, 4년 만에 다시 한겨레교육문화센터로 돌아와 세 번째 단편영화를 위한 첫걸음을 2022년 6월 25일 뗐다. 



‘단편영화 만들기 : 안으로부터, 밖에서부터’ 3기 수강생이 돼 앞으로 12주간의 창작 여정을 시작했다. 첫날은 나를 포함한 총 12명의 수강생과 우리의 멘토가 될 감독님이 각자 자기소개를 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인연을 맺었다. 영화라는 하나의 꿈을 위해 저마다의 개성을 지닌 이들이 한 곳에 모일 수 있다는 건 매력적인 일이다. 앞으로 이들과의 인연이 어떻게 이어질지 기대가 된다. 


수업을 마친 후 서강대 정문 인근의 스타벅스 커피숍에서 수강생 10명이 따로 모여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헤어졌다. 아직은 어색함이 모두 지워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약 3개월의 시간을 이들과 함께 의미 있게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혼자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진즉 깨달았기에 과거의 잘못된 행동과 생각을 이번에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했다. 


6월 25일은 서울에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날이었다. 커피숍에서 나와 경의선숲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오면서 많은 땀을 흘렸지만, 그날은 짜증보단 설렘이 더 컸다. 앞으로 만들 영화에 대한 기대로 두근거리던 심장의 감각을 지금도 기억한다. 원하는 목적지를 향한 첫걸음의 설렘. 이번 첫걸음은 내 삶의 궤적에 또 어떤 흔적으로 기억될까?

분명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도전했던 수많은 과정 중에서도 중요한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다시 해보는 거다. 


마흔하나, 

영화 만들기 좋은 나이니까.



당장 도서관에 가서 책도 한 권 빌렸다. 그 유명하다는 '영상제작의 미학적 원리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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